웃픈 해운대

2015.10.05 22:05

칼리토 조회 수:2322

웃픈 기사를 하나 봤습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69408 


해운대에 즐비하게 들어선 초고층 명품 아파트 이야기인데요. 정작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의 웃어넘기기엔 슬픈(?) 이야기랍니다. 물론 이렇게 비싸고 남들이 선망하는 집에 사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길 이유도 그럴만한 상대적인 재력이나 명성도 없는 저인 건 잘 알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기고.. 또 웃다보면 쌉쌀하게 슬픈건 어쩔수가 없네요. 


건축 전공도 아니고 하는 일도 거리가 멀지만 관심은 많습니다. 이런저런 책도 많이 본 편이구요. 누군가가 인간이 사는 집에서 가장 중요한게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단열, 채광, 환기의 세가지를 먼저 꼽고 나머지로 유지보수와 사용의 편의성을 들겠습니다. 


단열은 에너지 활용측면에서 중요합니다. 단열이 잘된 집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합니다. 


채광은 인간이 햇빛 아래 살아야 하는 동물이라는 걸 일깨워 줍니다. 사시사철 비와 눈이 많은 나라 사람들이 괜히 우울증에 걸리는게 아니고.. 햇볕을 못보면 비타민D 부족이 생깁니다. 


환기는 인간이 숨을 쉬는한 중요합니다. 바람 한점 불지 않고 통하지 않는 닫힌 공간에서 버텨보라면 과연 얼마나 버틸까요? 공조기가 토해내는 공기로만 살아야 한다면.. 그것 또한 몸에 사리가 생길 일일겁니다. 


그런데 비단 해운대 아파트 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주상복합이며 사무실 빌딩들이 커튼월 공법으로 통유리를 처덕처덕 바르고 있습니다. 사무실이야 그렇다 쳐도.. 가족들이 생활하는 집이라면 말은 다르죠. 갓태어난 우리 아기도 늙으신 부모님도 찜통 아파트에서 사는게 문제다..가 아니라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휴식과 재충전"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좀 더 통풍이 잘되고 자연과 가까운 집으로 옮겨가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그래도 도심과 떨어져 한적한 경기도의 모처라 공기도 맑고 주변에 텃밭이며 자연환경도 꽤 풍족한데 말이죠. 쇼핑몰과 백화점이 가깝고 집앞이 지하철역이라 편리하며 뭣보다 학군이 좋아 집값이 십억을 넘는다는 곳이 별로 부럽지 않습니다. (저희집 아이들이 유명대학을 못갈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겠지만 말이죠..) 


결혼하기 한참전.. 혼자 살적에 통유리로 된 오피스텔에 혼자 1년쯤 살아본적이 있습니다. 아파트와 달리 창호도 엉망이라.. 바람이 숭숭 들고 여름이면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말 그대로 비닐하우스 같았죠. 아무것도 모르고 전망 좋고 보기 좋다고 계약을 덜컥 한후에 일년동안 냉난방비에 가슴을 졸이고 여름엔 더위, 겨울엔 추위와 싸웠습니다. 밖에서 안이 들여다 보일까 걱정하고 밤에는 사생활 노출될까봐 불켜고 나서는 커튼도 못열어서 야경이고 나발이고.. 잠들때나 보이더라구요. 


어떤 경우던..안목이라는 건 역시나 겪어봐야 생기는 경험같은 건가 봅니다. 해운대 명품 아파트에 사는 분들께.. 심심한 공감의 위로를 보내봅니다. 뭐.. 그래봤자.. 니까짓게 뭔데 사람 우습게 보느냐? 거지같은 동네에서 거지꼴로 살면서 웃기지도 않는다는 핀잔만 돌아오겠지만 말이죠. 이역시 웃픈 현실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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