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릴 때 외가댁에서 아주 큰 딸기밭을 가지고 계셨었어요.

여름마다 수확할 때가 오면 손자, 손녀 전부 불러서 빨갛게 익은 딸기만 따서 먹으라는 지침을 내리시곤 밭에 자유롭게 풀어(?)놓으셨었지요.

사촌들과 밭을 휘저으며 딸기만 하루종일 따먹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엔 손끝이 불어터질 정도였었어요.

밭길을 걸어 내려오다 구렁이도 가끔 밟고 그랬지요.

 

지금은 그 밭이 사라지고 없지만, 아직도 그 때 외할머니께서 해주셨던 딸기화채는 자주 해먹습니다.

남편이랑 결혼하고 자주 해줬는데, 자기는 이런 화채는 먹어본적이 없다고 하드라고요?

 

저는 아주 어릴때부터 먹었던거라 다른 모든 사람들도 여름마다 이런 화채를 먹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었어요.

다른 지인분께도 여쭸더니 그런 방법은 들어본적이 없다더라고요.

 

이 화채를 주로 해주던 사람이 우리 엄마 혹은 외할머니였기 때문에 엄마께 여쭤봤더니 외할머니 말고는 이렇게 해먹는 사람이 거의 없을거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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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비주얼은 이렇습니다.

사실 우유 색깔이 저렇게 하얗다면 약간 실패한 거에요.

아주 예쁜 분홍색이 되어야 맛있습니다.

저날은 제가 아마 참지 못하고 금방 꺼내 먹어서 저렇게 된걸겁니다.

 

아주 맛있습니다.

집에서 만든 딸기우유 맛이 나거든요.

만약 딸기가 싸서 사왔는데 전혀 달지 않고 맛이 밍밍하다면 화채를 해 드시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만드는 방법을 같이 적습니다.

 

준비물: 딸기, 설탕, 우유, 볼

 

1. 우선 딸기를 씻어서 꼭지를 따고 자릅니다.

가로로 자르지 마세요. 꼭 세로로 잘라주세요.

가로로 자르면 딸기의 단맛이 줄어들어요. 딸기는 가운데 심 근처에서 단맛이 나기 때문에 세로로 잘라줘야 잘랐을때 고루고루 단맛이 난다고 해요.

 

2. 볼에 담은 다음에 설탕을 뿌려주세요.

본인 기호에 맛게 설탕량을 조절하시면 됩니다. 그런다음 잘 섞어주세요. shake it, shake it.

 

3. 냉장고에 약 1시간에서 2시간정도 재워두세요.

저는 20분만에 꺼내 먹어버려서 저렇게 흰 우유가 되어버렸어요.

 

4. 시간이 지나서 꺼내보면 설탕이 녹음과 동시에 딸기에서 진한 딸기향이 베어나와 녹은 설탕에서 딸기향이 나는 상태가 됩니다.

드실 때 볼에 우유를 부어서 잘 섞어줍니다. 이러면 딸기향이 벤 설탕이 녹아들어서 우유가 예쁜 분홍색이 됩니다.

 

그리고 나서 맛있게도 냠냠냠~

 

 

전 지금 딸기 사다가 냉장고에 재워놨어요.

남편이 집에 오면 먹어야죠.

요즘 과일값이 매우 비싼데, 문득 어린시절 빨갛게 익은 딸기만 골라 따먹으면서 딸기밭을 누비던 때가 그립네요.

그 때 신었던 신발도 생각이 나요. 딸기를 따려면 허리를 숙여야 했거든요.

끝도 없어 보이던 딸기를 따던 어른들과 그 사이를 누비던 사촌들...

 

왜 나이가 들면 어릴 때 누리던 풍요로움이 사라져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드나 모르겠어요.

아마도 그 풍요로움도 누군가의 수고로 이루어진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겠지요.

 

딸기 화채 얘기하다가 이게 뭔 봉창 두드리는 소린가요.

 

아무튼 맛있게 드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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