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9 09:07
지난 달에 엄청난 양의 책을 지른 후, 이번 달에는 조금 자제하자는 생각에서 책 주문은 되도록 자제하였습니다.
그래서 보고 싶은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또 이 기회에 예전에 사두었으나 잊혀졌던 책들을 찾아내어 읽기로 했죠.
그런데 하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연필 깎기의 정석', '궁극의 문구', 잊혀졌던 책 중에 하나가 '문구의 모험' 이었습니다. (...)
제가 관심있어 하는 문구류는 주로 멀티펜과 노트류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만, 저 세 책에는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일단 연필 깎기의 정석을 보고 수동 연필 깎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탐색하던 중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고풍스러운 녀석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독일 DUX사 제품입니다. 자세히 보면 다이얼이 달려 있어 연필심이 깎이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재질은 황동입니다.
그리고 1924년에 출시되어 많은 작가 및 아티스트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연필, 팔로미노 블랙윙 602입니다. 물론.. 예전 방식의 생산품은 아니고 1998년까지 생산되다가 중단된 것을 2000년대 이후에 복각한 것입니다.
표면에 'Half the pressure, twice the speed'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힘주어 쓰지 않아도 부드럽고 빠르게 써진다는 얘기죠. 스타인벡이 가장 좋아한 모델이라고 합니다. 혹시 '분노의 포도' 원고도 이 연필로 쓰지 않았을까요?
다음은 일본 파이로트 사의 제품들입니다.
파이로트 사가 개발한 지워지는 잉크를 사용한 프릭슨 제품군들 중 일반 볼펜과 형광펜입니다.
사용 후 펜의 끝에 달린 흰색 러버로 문지르면 잉크가 지워 - 실은 투명화 되는 것이지만 - 집니다. 5~60도 정도의 열을 가하면 투명해지는 잉크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보존해야 하는 기록이나 특히 서명 같은 것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역시 파이로트사가 개발한 캡리스 만년필 FCN-1MR 모델 입니다. 노크형 볼펜처럼 끝의 버튼을 누르면 만년필의 닙이 튀어 나오는 방식입니다. 평소에는 닙이 마르지 않도록 잘 밀폐되어 있다고 합니다.
만년필들의 일반적인 방식인, 캡을 빼서 다시 뒷부분에 끼워서 쓰는 것이 은근히 불편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만년필입니다. 잉크가 흐르거나 마를 염려도 없습니다. 일반 노크형 펜인데 만년필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펜이라고나 할까요.
다음에는 노트들 위주로 한 번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6.08.19 09:58
2016.08.19 10:01
2016.08.19 10:04
그냥 봐도 연필 예쁘네요. 지우개 부분이 눌러진 듯 납작하게 만들어진게 특징인듯. 만년필도 신기하군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2016.08.19 10:27
문구 덕후도 아닌데, 올려주신 연필깎이를 보니 귓가에 연필깎는 소리가 들리네요.... 저도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2016.08.19 10:31
실은 저 녀석은 가격도 꽤 센데다가 연필이 깎이는 감도 기대보다는 못하긴 합니다; 어느 정도 기술이 있어야 쓸만하게 깎이는 것 같습니다. 보기에는 고풍스럽고 멋있습니다만..
제가 좋아하는 수동 연필깎이는 사실 파버 카스텔에서 나온 삼각 기둥 모양의 2구짜리 모델입니다. 지금은 갖고 있지 않아서 올리지 못했네요. 또, 팔로미노 블랙윙 602 한 다스 살 때 같이 딸려온 연필 깎이도 괜찮더군요. 2구짜리인데 하나는 연필의 나무 부분만 깎고 하나는 심을 갈아주는 방식입니다.
2016.08.19 10:27
잘 읽었습니다. 문구바낭 좋아요.
프릭슨은 회사 기념품으로 나돌고 있고 주변에서 홍보용으로 받는 일도 꽤 많은데 (형광펜은 못써봤어요 아직) 필기감이 영 제 취향이 아니어서 받는 족족 반납하거나 주위에 주고 있어요. 최근 제가 주변에 약좀 팔고 있는 펜은 크레파스 비슷하지만 실제로 쓰면 형광펜 딱 그 질감인 형광펜입니다. 아 그리고 제트스트림 한정판도 주변에 자랑 좀 했죠 헤헷.
2016.08.19 10:37
프릭슨 펜은 동의합니다. 필기감도 그렇고 잉크가 너무 흐려서 이걸 굳이 지울 필요가 있는 기록에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형광펜의 경우는 어쩌다 잘못 표시했을 때 지울 수 있어 편리합니다.
2016.08.19 10:49
문구게시물이네요 +.+ 연필깎이 탐납니다. 제가 써 본 것 중에는 무인양품에서 파는 천원짜리 휴대용 연필깎이가 있는 데, 귀엽고 필통에 넣고 가지고 다니기 좋고 깔끔하게 잘 깎여요. 휴대용 연필깎이는 뭉툭하게 깎인다는 특성이 있어서 호오가 조금 갈리겠지만요.
2016.08.19 11:32
2016.08.19 11:47
2016.08.19 11:52
어차피 만년필을 쥘 때 닙의 홈 있는 쪽이 위로 오게 쥐게 되는데 저 클립 부분이 거기에 딱 맞게 위치해 있어 실질적인 불편함은 없습니다. 오히려 클립 덕분에 정확하게 쥘 수 있게 된다고나 할까요..
2016.08.19 13:13
아 그렇겠네요. 만년필은 항상 그립 위치가 동일하니 상관 없는 거군요. 감사합니다~
2016.08.19 11:57
노트를 위주로 빨리 한번 적어보셔요 'ㅅ'
2016.08.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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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우주선 밖으로 뭘 내보내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같이 빠져나가는 산소가 아까웠었는데 이 만년필도 촉이 들어갈 때마다 제대로 밀폐됐나 불안에 떨 것 같아요.
그러나 그것은 제 사정이고; 불편한 걸 제대로 개선한 제품 같습니다.
아버지가 결혼할 때 받으셨다는 14케이촉 만년필 뚜껑이 찌그러져버린 뒤 촉은 마르고 연달아 튜브가 말라붙었던 기억이 납니다.
연필과 연필깎이 조합 마음에 드네요. 누가 저한테 선물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집에 샤파 출시 전에 쓰던 미제 수동 연필깎이가 있었는데 망가지지도 않은 게 어떻게 사라졌는지 모르겠어요. 샤파보다 훨씬 무뚝뚝하게 생겨서 색은 딱 저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