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7 21:29
1. 주제의식이 뱃대슈보다 훨씬 명확합니다.
사실 뱃대슈는 처음의 '영웅의 행동에는 누가 책임을 지어야 하는가' 하는 주제의식을 제시했지만,
그건 보는 관람객의 마음속에서 해석하게끔 했으면서 영화 내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빌워는 확실히 다릅니다. 영웅의 책임에 대해 계속 주입합니다.
영화의 초반, 중반, 후반부까지 영화에서는 얘기합니다. 영웅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래서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가. 하고 말이죠.
2. 드디어 모였나 싶은 반가운 얼굴들.
얼마만인가요. 드디어 스파이더맨, 블랙팬서, 앤트맨이 다른 멤버를 만납니다.
그동안 팔아먹었던, 몇몇은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즐겁습니다.
스파이더맨, 앤트맨이 기존의 이미지를 살려 그대로 개그파트를, 블랙팬서는 복수자로써의 면모를 가지고 나옵니다. 괜찮았어요.
3. 원작과는 너무 다릅니다.
원작 시빌워를 생각했다간 큰일입니다. 꽤 많이 다른 내용이에요.
뱃대슈가 다크나이트 리턴즈랑 다른것보다도 훨씬 다른 작품입니다.
물론, 뱃대슈가 저스티스 리그 멤버중 꼴랑 3명 나오는데도 상당히 버거워 했던 걸 생각해보고,
그것보단 나오는 히어로 수가 많으니 분명 버겁겠구나 하고 기대치를 낮췄습니다만 생각보다 너무 달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블영화 유니버스상의 얘기라고 실드치기엔 다소 스토리의 완성도 면에서 아쉽습니다.
아쉬웠던 부분 1. 스토리가 다소 산만합니다.
정말 많은 장소를 쏘다닙니다. 가장 메인이 되는 건 뉴욕, 소코비아 정도인데 각각 캐릭터의 동선을 일일히 표현하는 대신,
히어로들이 있는 장소를 대문짝만하게 글씨로 때려넣는 연출은 다소 센스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코비아, 나이지리아, 영국, 루마니아, 뉴욕, 시베리아 외에도 베를린, 와칸다 등등 몇군데 더 다닌거 같은데
너무 난잡하게 여기저기 전부 알려주다 보니 확실히 기억이 안납니다.
그렇다고 이 장소들이 전부 뭔가 굵직굵직한 사건이 존재하는가 하고 반문하면, 글쎄요.
이 외에도 개중에는 마치 개그를 위해 일부러 넣은 듯한 장면들이 보이는데, 왜 하필 지금? 같은 생각만 들 뿐이었습니다.
각각의 캐릭터성이 드러나는 부분이었으면 좋았을텐데, 그저 개그을 위한 씬이라고 밖에 안보이는 부분들은 다소 많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각자 이념의 대립이 시작되며 두 패로 결성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자신의 이념과 신념을 관철하는 것은 캡틴과 토니뿐입니다.
표현하자면 그냥 동네 꼬마들의 패싸움 그 이상도 아닌 수준으로 결성됩니다.
특히, 토니와 캡틴의 이념과 신념을 바탕으로 모이는 건 기존의 어벤져스 멤버들이지만 스파이더맨, 앤트맨, 블랙팬서는 전혀 다릅니다.
결성하기 위해 아이언맨과 블랙위도우의 대사중 이런 뉘앙스의 대사가 있었습니다.
"아는 친구 있어?, 음.. 걔는 내 편 안들어 줄 거 같아, 내가 아는 친구가 있는데 한번 만나볼께"
스파이더맨과 앤트맨은 그저 도움으로써 힘을 모아주는 식으로 나와버립니다. 이념과 신념은 어디로 갔을까요.
저 씬 이후로 스파이더맨과 앤트맨은 한 순간에 슈퍼파워를 그저 이념과 신념보다는,
팬이니까, 연구비를 지원해주니까 라는 수준에서 쉽게 넘겨주는 인물로서 그려집니다.
차라리 스파이더맨과 앤트맨이 캡틴, 토니 각자의 이념과 신념에 대해 듣고 힘을 모아주는 씬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아쉬웠던 부분 2. 원작과 너무나 다른 캐릭터 설정.
개인적으로 스파이더맨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원작 코믹스보다는 사실 TVA 시리즈로 접한게 대부분이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or 인터넷에서 말하는 '찌질하고 Nerd스러운게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다.' 하는 부분이 항상 언짢았거든요. 우리 피터는 이렇지 않아! 하고..
물론, 시빌 워에서 보여준 전투도중에도 신나게 떠들어 대는 떠벌이 기믹은 여전히 남아있어서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이 스파이더맨의 정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사실상 아이언맨의 졸개 같은 느낌마저 줍니다.
영화에서 얼굴을 내비치고 싸우는 장면 이후에는 보이지도 않지만,
대다수의 전투씬에서 말끝마나 '스타크 씨'를 찾습니다. "저는 뭘 할까요, 스타크 씨?, 스타크 씨가 그러는데 캡틴은 이럴꺼라고 했어요!" 등등..
그리고 아이언맨 토니의 캐릭터는 영화보는 내내 아쉬웠습니다.
소코비아에서 아들을 잃고 토니를 찾아간 여성의 말을 듣고 갑자기 마음을 쉽게 고쳐먹은 토니의 행동은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차라리 뱃대슈에서 마사의 이름을 듣고 서로를 이해한 배트맨과 슈퍼맨은
어머니라는 키워드로 인해 하나로 연결되는 모습이었지만, 토니는 그저 충격을 먹을 뿐입니다.
만약 그 씬에서, 아들을 잃은 여성의 절규와 함께 부모를 잃은 자신의 트라우마와 연결해서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나왔더라면 상당히 좋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모가 캡틴과 토니를 흔들어 놓기 위해 틀어준 스타크 부부의 사망과 원인이었던 세뇌된 버키의 사고영상.
불과 수분전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라는 한마디로 모든 걸 내려놓고 도와주기로 했던 토니가 그 영상을 보고서는 바로 버키를 공격합니다.
고작 말 한마디로 이전의 상황을 잊은 듯이 모든 대립을 멈춘 상황도,
그걸 바로 믿어준 캡틴의 상황도 너무 급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지만, 심지어 그 약속도 불과 수 분만에 깨져버립니다.
여기까지라면 토니는 원래 성격이 불같으니까, 토니는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꾸준히 보여준 까칠한 캐릭터니까. 하고 이해 해볼 법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갑작스럽고 당황스런 캐릭터의 이상함을 확실하게 부각시켰다고 생각하게 만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비전의 실수로 워머신을 공격, 결국 제임스는 중상을 입고 구해졌으나 하반신 불구가 됩니다.
자신의 눈 앞에서 같은 편이었던 비전의 실수로 인해 죽마고우가 죽기 직전까지 가고 결국 하반신 불구가 되어,
토니가 만들어준 의족을 달고 재활훈련을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토니는 비전을 만나게 되는데 비전은 자신이 실수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때 앞서 보여줬던 불같은 토니는 어디가고, "그래, 너도 실수를 하는구나" 하고 넘어갑니다.
수십년전 세뇌당해 조종당한 버키에게 죽어버린 부모님의 영상만 보고도 불같던 토니는
자신의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진 사고에 대해서는 왜 화를 내지 않았을까요.
차라리 그 시점에서 비전에게 멱살잡이라도 하고 화도 내며 안타까워 하는 장면이라도 나왔으면
인간적인 토니 스타크의 모습이 배어 나와 더욱 높은 몰입이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토니는 그저 버키와 캡틴 패거리들에게만 화를 낼 뿐입니다.
아쉬웠던 부분 3. 어느순간 너무나도 옅어지는 주제의식.
분명 영화 내내 얘기합니다.
영웅은 누구의 편인가, 영웅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영웅이 영웅으로써 행동하려면 묶여있으면 안된다. 등등 이념과 이념의 대립을 부추깁니다.
이 영화는 그렇기 때문에 시빌워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중반부부터 점점 옅어집니다.
분명 시민과 영웅, 영웅들 사이에서도 각자의 신념에 따른 대립으로 시작했던 영화가 중반부 부터는 그저 개인과 개인의 얘기로 변합니다.
이윽고 종반에 이르러서는 그저 캡틴과 토니의 얘기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초반부터 부르짖던 이념의 대립은 옅어지고 어느새 이야기의 종반에는 캡틴과 토니만 남았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영화는 주제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러나 이미 종반부 스토리는 캡틴과 토니만이 남았기 때문에 오히려 괴리감만 느껴집니다.
지금 분명 보이는 건 캡틴과 토니일 뿐인데 어째서 영화는 주제만을 반복하는가.
차라리 캡틴과 토니가 이념의 대립이 폭발해서 그 둘이 이념과 신념의 이름으로써 싸웠더라면 훨씬 더 좋은 영화가 됐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총평.
완성도 면에서 아쉽습니다.
분명 조금만 더 캐릭터에게 신경써서 장면을 만들었다면 즐거운 영화가 되겠다는 생각이 보는 내내드는 영화는 간만입니다.
이념과 신념의 대립을 끝까지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캡틴과 토니의 대립으로써 일축해버린 스토리 구성은 쿨하지 않았습니다.
2016.04.27 22:50
2016.04.27 23:40
저는 오히려 그 부분에서 스파이디가 다소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진게 아쉬운 포인트였어요.
그리고 로디는 저도 너무 충격이었어요. 비중있는 인물의 갑작스런 사고, 그런데 지우지 못할 후유증까지...
2016.04.27 23:12
전에도 몇번 들었던 생각이지만
원작내용을 모르는게 좋긴 좋군요.
2016.04.27 23:41
원작팬들도 수용하면서 새로운 무비팬들까지 수용하는건 역시 어려운 일이겠구나 싶더라구요.
2016.04.28 02:46
아쉽지만 현세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이념대립이 심각하게 다뤄질 일은 없을거에요. 저연령층까지 공략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시빌워 원작조차 무거운 주제에 비해 별다른 철학적 고뇌 없이 끝없는 막장의 향연을 달리는데 왜 영화판이 그것까지 보완해서 만들어져야 하는걸까요?
만화 원작에서 억지로 싸움판을 만드느라 마리아 힐과 아이언맨 캐릭터는 제대로 막장라인 타서 지금까지 캐릭터 복구가 안되는데 말이죠.
듀나님 말마따나 이런 문제는 치고받아서 이기는 쪽 의견을 따라야 하는것이 아니라 책상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입니다.
감독또한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전 자체에 집중하는거죠.
현실(혹은 영화)세계에서는 누명을 쓴 친구와의 우정, 부모의 원수같은 알기 쉬운 갈등구조로 치고받는 내전이 벌어지는게 훨씬 사실적입니다.
돈옵저에서는 이런 식으로 한방에 와닿는 이유를 만들지 못해서 대단히 고심한 티가 나죠. 결과물은 처참했습니다만..
관객들이 시빌워라는 제목 하에 보고싶은건 히어로 등록 법안이 옳고 그르냐에 결론을 내는것이 아니라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가 화끈하게 한판 벌이는 거거든요.
그리고 로디는 좋아하시는 원작에서도 사고로(다른 사고지만) 반신사이보그화 됩니다.
재활 씬을 보면서 일회용으로 소비되지 않고 아이언맨과 차별점 있는 사이드킥으로 제대로 포지셔닝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스파이더맨은 갑자기 투입된것 치고는 분량을 많이 받았더군요. 아마 바로 다음 영화 소재라 푸쉬를 많이 해 준 듯.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이 계속해서 뜬금없는 개그를 치는것 빼고는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재밌는 장면도 있었지만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도 좀 과도했어요.
2016.04.28 03:05
공감합니다. 원작과의 차이라던지 MCU에 맞는 컨버전은 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변형인데, 유달리 시빌워는 개봉 직후 원작과의 비교가 많네요. 말씀하신대로 원작 역시 무리수로 잔뜩 점철된 설정이었는데요. 애초부터 수퍼히어로가 수백명씩 있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니까요.
2016.04.28 06:48
그러고보니 확실히 디즈니에 마블이 넘어갔으니, 저연령층을 공략하기 위해 히어로무비를 가볍게 만들필요는 있어보이네요.
그러나, 결국 마블히어로 무비의 원작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MCU가 만들어지지 않았겠는가 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말씀하신대로 마리아 힐과 아이언맨의 다소 억지스러웠던 부분까지 포용해서 만들어 보는 노력을 했었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진작에 나와서 끝나버린 시빌워를 새로 만드는 MCU의 테이스트로 바꾸면서 말이죠.
제가 캡틴아메리카 : 시빌워를 보면서 원작과 다르다는 점에서 이미 원작과의 비교를 포기하고 보게 됐는데,
결국은 전혀 다른 '시빌워'가 되는 바람에 실망한 부분도 있고,
결과적으로는 영화에서 액션씬과 개그씬이 난무하는 팝콘영화만이 MCU기반의 아이덴티티가 아닐꺼다 라는 기대감마저 꺾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26452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45032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54074 |
로디는 충격이었어요... 이왕 현실과 거리가 있는 영화이니 그 높은곳에 떨어져도 사지 멀쩡한거는 관객으로써 그냥 넘어가줄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