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은 보수의 전유물인가.

2011.03.20 00:03

마르세리안 조회 수:2245

1. 촛불집회 때로 기억합니다. 집회 도중에 여러 노래가 나왔습니다. '아침이슬'도 나왔고 '상록수'도 빠지지 않았죠.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집회 참여자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몇 소절 불러지다가 없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애국가를 선창했습니다. 동해물가 백두산이~로 시작되는 첫 구절이 나오자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곧이어 선창을 부르던 사람은 머쓱 한 듯이 다음 구절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무의식적이었는지 몰라도 그다음 구절을 제가 이어 받았던 것 같습니다. 끊어질 듯 하던 애국가를 불렀고  그제서야 애국가가 울려퍼지더군요. 그런 의미는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반복되었던 것 같습니다.

 

2. 우리는 '애국'을 보수의 것으로 생각합니다. 굳이 어버이 연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가를 자랑스러워 하고 충성을 다하는 모습은 보수만이 가지는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촌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역할에 대해 비딱하게 바라보고 국가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모습은 진보의 여러가지 본 모습 중에 하나로 여겨집니다. 물론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진보는 원래 기존의 정체에 대해 불만을 가짐으로 존재를 확립합니다, 그렇기에 진보가 국가를 좋아하는 것은 쉽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3. 노무현 대통령의 그 유명한 대선 출마 연설에서도 진보가 국가를 바라보는 모습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 노무현이 진보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만. 기본적으로 노무현 보다 왼쪽에 계시는 분들도 그가 대선 출마 연설에서 요약했던 국가와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  진보가 바라보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충성의 대상이 아니며 자랑스러워야 할 그 무엇도 아닙니다.

 

4. 일견 당연합니다. 대한민국은 출발부터 비틀거렸고 사악했습니다. 권력자의 욕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누명을 쓰고 처형당했고, 발전은 기형적이었습니다. 국가는 수없이 죄없은 사람을 괴롭혔고 무자비하게 탄압했습니다. 단지 나라라는 이름만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여겼습니다.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진보에게 대한민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봐 달라고 말할 수는 없을 껍니다.

 

5. 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분노와 비판만으로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뒤집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조중동의 프레임이 지배하고 아직도 독쟂의 딸이 지지율 1위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분노와 비판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옳은 걸까요.

 

6. 단언컨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언하건데 진보가 집권을 하려면, 그리고 성공적으로 남으려면 '애국'이라는 키워드를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진보는 마치 조선시대 선비들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조정에 출사하기 보다는 뒤로 물러나 말하기 좋아하고. 거친 탁류에 휩쓸리기 보다는 고고한 삶을 고집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꾼다는 의미는 사라져 버립니다. 그렇게 붕 떠인 상태로 진보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요.

 

7.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그가 유명하기 전부터 계속해서 연설마다 자신이 얼마나 건국의 아버지들을 존경해왔는지. 그리고 그 아버지들의 삶이 무엇이었는지를 피력합니다. 그것은 오바마가 진보주의자고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에게 그가 굉장히 온건한 사람으로 비추게 만들어줬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애국적인 진보입니다. 오바마는 미국을 자랑스러워 하기 때문에 조지 부시가 망쳐놓은 미국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많은 이유들을 분석가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찾아내지만. 저는 오바마가 애국이라는 키워드를 잡았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된다고 봅니다.

 

8.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대중적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분노와 비판만으로 부족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분노와 비판만으로는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의지'는 이미 다른 이들이 선점했습니다 진보는 사람이 없다는 타령을 하고, 세가 부족하다는 변명을 합니다.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만들어 나가면 되고 세는 모으면 됩니다. 진보가 그것을 못하는 이유는 조중동의 프레임 장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미래를 읽어내는 전략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가라는 괴물을 길들이길 원하면서도 '왜?'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는 진보가 필요합니다. 이 나라에서 정의를 실천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래서 대대손손 국가가 자랑스럽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진보에서도 나와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2012년 대선에서 진보가 짚어야할 첫 번째 의제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많이 중언 부언하네요.. 손질을 해야겠는데... 가능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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