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맨'의 비평가에 대한 코멘트

2015.03.30 21:45

김창남 조회 수: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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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사실 좀 튀죠?


저는 이 영화가 김치를 다루는 태도랑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감정적이고 일회적이고 그래서요.


일단 평론가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직업 그 자체로 설명이 되는 캐릭터잖아요? 하나의 인물이 아니라 비평가 이마에 딱 쓰고 나오는 사람으로요. 


그래도 평론가에 대한 코멘트 자체는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에 하나에요. 아마도 감독의 진심이 튀어나온 대사라서 그런 거 같아요. 


이 영화에서 평론가는 이상한 사람이에요. 예술이 뭣보다도 우선입니다. 평론가 개인의 직업적인 양심 (작품을 감상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질 않았죠), 예술가가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 심지어는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보다도 예술이 더 중요해보입니다. 언뜻 예술가들이 좋아할법도 한데 그렇지가 않죠. 영화에선 '글줄 뒤에 숨을 줄이나 알지. 우리는 다 걸고 한다'고 비평가를 예술가의 아래로 격하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비평가들이 다른 직업들만큼 존중받아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더 중요한 직업이 없다는 말이 참 달콤하다고 느끼구요.


혹시 더 중요한 직업이 있어도 그게 예술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의사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목숨까지 갈 필요도 없이, 삶 전반 중 자투리랑 비교해도 예술이 더 가치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제 생각엔 비평가나 예술가나 직업의 하나일뿐이란 거죠. 저런 태도가 웃긴 건 그 점에서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에서 비평가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죠. 예술이 사람을 앞선다면야, 비평가 정도야 쉽지 않겠어요? '버드맨'의 비평가는 그런 근본주의자라서 반론하지 못합니다. 한가지 괴로운 선택밖에 남질 않는거죠. 비평은 예술의 시녀라는 겸손입니다. (예술가의 시녀는 아니라고 선을 긋겠습니다만) 


말했듯이 버드맨의 비평가 극딜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감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술가가 비평가를 윽박지르는 장면을 영화감독이 찍는 건 좀 뻔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와중에 비평의 영역에 대해서 조망할만한 의견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구요. 버드맨이 비평가를 대하는 태도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영화 속 리건과 거기에 침묵하는 비평가 둘 다 싫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동진 평론가는 정성일 씨에 대해서 '정성일씨는 예술을 근본적인 태도로, 저는 쾌락본위로 대합니다. 그 점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존경하는 선배에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쪽이 버드맨이 근본주의 비평가를 대하는 태도보다 모순이 적지 않나요? (모순이 없진 않지만요) 근본주의자이면서 꿋꿋이 비평의 영역을 지키는 분들을 존경하는 거요. 예술을 그 정도로 애호하면서도 예술을 하지 않는 거, 다시 말해 비평의 필요를 진정으로 믿기 때문에 예술이 아니라 평론을 쓰는 사람들이요. 축구로 말하자면 수비수 같은 사람들 아닐까요? 골이 아니라 축구를 위하는거죠. 정성일씨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했을 때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성일씨의 평론에 구미가 당기지 않았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보고 싶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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