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F-35 이야기

2015.10.26 20:45

샌드맨 조회 수:1693

전문적인 밀덕과는 한참 거리가 있고 그냥 약간 관심만 좀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만, 한국의 차세대 주력기가 될 F-35가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어 좀 끄적여봅니다. 혹시 틀린 내용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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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녀석이 바로 F-35 라이트닝 II. 


F-35는 미군의 원대한 JSF(Joint Strike Fighter) 계획에서 출발합니다. JSF란 간단히 말해 3군 통합 전투기 개발계획입니다. 미군에서 전투기를 운영하는 건 공군, 해군, 해병대 3군인데(육군에선 헬기와 전폭기만 운영), 3군이 각각 자체적으로 모델을 선정해 각각 운용하다보니 부품 수급에도 문제가 있었고 운영비도 많이 들었죠. 그래서 3군이 같은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생산단가 및 유지비를 절감하자며 나온 것이 JSF 계획입니다. 이에 영국,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을 개발단계부터 참여시키고 수출계약까지 미리 체결해 규모의 경제를 최대화하려 했죠.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굉장히 멋진 계획 같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최대화하여 생산단가 감축, 운영비 절감, 부품 수급 원활까지 한 큐에 해결할 수 있는 실로 완벽한 계획처럼 보였죠. 하지만 이 계획은 각종 난제에 부딪치며 재앙으로 전락하게 되니... 그 이유는 F-35를 둘러싼 3군의 동상이몽이 너무 심했기 때문입니다. 


미 공군은 전통적으로 하이 클래스와 미들 클래스를 함께 운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F-4 팬텀, F-15 이글처럼 당대 최강의 성능을 갖춘 대형 공격기를 일부 보유하면서, F-5 프리던 파이터나 F-16 팰컨처럼 작고 재빠르며 무엇보다 경제성이 높은 소형 전투기를 백업 & 방어용으로 함께 운용하는 전략이죠. 그리고 현재 미군은 다시 한번 외계인을 고문하여 얻어낸 인류 최강의 전투기, F-22 랩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이 클래스는 이미 보유하고 있으니, 이번에 필요한 건 경제성이 높은 미들 클래스의 소형 전투기죠. 특히 F-22가 무지막지한 성능만큼이나 가격 또한 안드로메다로 치솟으며 도입대수가 크게 축소된 탓에, F-35의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F-22에서 빵꾸난 머릿수를 채워줘야 할 필요가 생긴 거죠.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미 공군이 원한 F-35는 비싸지 않으면서 높은 연비를 갖춘 패밀리카입니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운용합니다. 그러므로 미 해군이 원하는 것은 짧은 거리에서 이륙할 수 있는 강력한 파워의 쌍발 엔진과, 바다에서 내륙까지 비행해 폭격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긴 항속거리를 갖춘 대형 전투기입니다. F-14 톰캣이나 F/A-18 슈퍼 호넷이 전형적인 예죠. F-22를 보유한 공군과 달리 미 해군은 현재 항모에서 운용할 수 있는 차세대 하이 클래스 전투기가 없기 때문에, F-35가 그 역할을 담당해줘야 합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미 해군에게 필요한 F-35는 강력한 출력과 빠른 속도를 갖춘 머슬카입니다. 


미 해병대는 공대공 전투를 위해 전투기를 운용한다기보다는 보병들의 상륙작전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따라서 미 해병대에게 중요한 것은 상륙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작전지역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긴 체공시간입니다. 세계 최고 군사대국 미국의 자존심을 꺾으면서까지 역사상 최초로 외국산 전투기 AV-8B 해리어 II를 도입한 사실이나, 시험비행 단계에서 각종 사고를 일으키며 '과부제조기'라는 오명을 얻었던 V-22 오스프리를 끝내 밀어붙여 채택한 데서 보듯, 미 해병대는 기이할만큼 SVTOL(Short & Vertical Take off & Landing : 단거리 및 수직 이착륙)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래서 미 해병대는 F-35에 다른 무엇보다 SVTOL 기능을 요구하게 됩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미 해병대가 원한 F-35는 어떤 험로도 주파할 수 있는 오프로드 SUV였던 거죠. 


...여기까지만 읽어보셔도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요구인지 짐작이 되실 겁니다. 대부분의 부품이 호환되는 같은 모델의 전투기를 채택하는 것이 JSF 계획의 골자인데, 3군의 요구사항은 너무도 달랐던 거죠. 같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가진 자동차를 튜닝 좀 해서 각각 경제적인 패밀리카, 강력한 파워의 머슬카, 오프로드를 달리는 SUV로 만들어달란 건데 이건 비전문가가 봐도 미친 짓입니다. 이 미친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되었고, 그리고 여기에서 F-35의 재앙이 시작됩니다. 


스텔스기는 기본적으로 무장이 노출되지 않게 동체 내부로 숨기기 때문에, 다른 항동기에 비해 뚱뚱한 모습입니다. F-22 랩터는 그나마 덩치 큰 대형 전투기이기 때문에 비교적 날렵한 형상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전장이 15m 대에 불과한 소형 전투기 F-35는 당연히 뚱뚱합니다. 그리고 뚱뚱하다는 것은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며, 그만큼 움직임이 느려진다는 뜻입니다. F-22는 돈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첨단기술과 무지막지한 출력의 쌍발엔진으로 이런 페널티를 극복하며 독파이팅에서도 엄청난 성능을 뽐냈지만, F-35는 처음부터 경제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가 이루어진 녀석이라 단발 엔진을 장착한데다, 서로 다른 3군의 요구를 수용하려다보니(특히 해병대가 요구한 SVTOL 엔진을 장착할 수 있도록 동체를 설계하다보니) 동체가 필요 이상으로 무거워졌죠. ...결국 미 공군에 공급될 F-35A는 공군이 요구했던 운동성능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퇴짜를 맞았다가 설계변경 & 읍소를 거친 뒤에야 가까스로 통과. 


미 해군은 처음부터 F-35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군이 요구했던 건 분명 쌍발 엔진을 갖춘 대형 전투기였는데, 가장 큰 구매처인 공군이 '우리는 이미 대형 전투기 F-22 있으니까 미들 클래스 아니면 개발 한 할 거라능!'을 외치고 해병대 역시 '우리도 큰 전투기는 별로 필요 없는데?' 하는 바람에 단발 엔진을 장착한 소형 전투기가 해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채택되었으니까요. 해군은 아예 처음부터 F-35를 거부할 심사였지만, 공군이 직접 나서 'F-35는 단발 엔진 전투기지만 쌍발 엔진 전투기 못지 않은 파워를 가졌고 항공모함에서 이착함하는데 아무 문제 없음'이라고 보증을 서준 뒤에야 이를 수용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또 발생하니, F-35의 폭장능력과 항속거리가 부족했던 것. 항공모함에서 이륙해 내륙의 적과 싸우는 해군 전투기에겐 긴 항속거리와 공대공 임무 뿐 아니라 폭격임무도 수행할 수 있는 폭장량이 필요한데 애초에 소형 전투기인 F-35에겐 무리한 요구죠. 공군 & 제조사에선 외부 파일런과 연료탱크를 달면 된다고 설득했지만, 외부 파일런을 장착하는 순간 F-35 최대의 장점인 스텔스 능력을 상실...=_=;; 결국 미 해군에 공급될 F-35C는 처음부터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여집니다.(하지만 자잘한 결함으로 아직 미배치;;)


...가장 문제가 된 녀석은 해병대에 공급될 F-35B였습니다. SVTOL 기능을 위한 리프트 팬의 개발이 계속 지연되었고(처음부터 VTOL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해리어와 달리, F-35는 공군의 F-35A를 기본 모델로 하기 때문에 SVTOL 엔진을 장착하기가 더욱 어려웠죠.) 이는 JSF 계획의 사업비 증가로 이어집니다. 가까스로 리프트 팬 장착에 성공했지만, 이번엔 동체가 너무 무거워 수직이륙이 불가능할 지경;; 결국 꼬리날개 축소, 외부장갑 경량화(신소재를 사용한 게 아니라 그냥 두께를 줄임;;), 무기 베이 축소 등을 통해 가까스로 무게를 맞췄지만, 당연히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꼬리날개 축소로 고속비행 시 안정성 저하, 외부장갑 경량화로 인한 방어력 저하(뭐 전투기는 어차피 한 방 맞으면 끝이긴 합니다만), 무엇보다 축소된 무기 베이의 폭장량이 450kg에 불과해 외부 파일런 장착 없이는 기본적인 전투조차 불가능했죠(450kg이면 공대공 미사일 딸랑 2발 장착하면 끝;;)..=_=;; 해병대는 당연히 노발대발하며 인수를 거부했고, 적어도 2,000lbs * 2의 무기베이가 추가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기에 이릅니다. 


3군을 모두 만족시키고 개발비 및 운용비 절감을 위해 추진된 JSF 계획이었지만, 3군의 동상이몽 요구 + 각종 자잘한 결함 & 심각한 안전결함 등이 계속 터지며 개발기간이 끝도 없이 길어지며 개발비도 폭증... 결국 F-35는 3군 중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경제성마저 딱히 좋지 않은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습니다. 만약 전처럼 공군, 해군, 해병대가 각각 다른 모델을 개발하는 상황이었다면 F-35는 진작 탈락하고 다른 모델이 채택되었을 겁니다. 실제로 월남전 무렵 미 공군의 자체모델 개발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포기하고 자존심 상하지만 해군이 개발한 F-4 팬텀을 도입한 사례도 있고요.(공군에서는 F-4를 F-110으로 재명명하며 마지막 자존심을 내세워봤지만 제식명칭 통일화 정책에 따라 다시 F-4로 환원;;) 하지만 F-35는 현재 미 3군을 통틀어 개발중인 유일한 전투기이며, 심지어 동맹국들도 개발비를 내고 개발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업 접고 새로운 전투기를 다시 개발하려면 최소 10년은 걸릴텐데, 현재 각국의 주력기인 F-16 팰컨, F/A-18 슈퍼 호넷, AV-88 해리어가 거의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죠. 이미 돈까지 낸 동맹국들도 이를 용인하지 않을 테고요. 


결국 죽이 됐든 밥이 됐든 F-35는 완성될 겁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거든요. 애초에 기대했던 모습과는 성능 면에서나 특히 가격 면에서나 좀 동떨어져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더 기능과 스텔스 면에서 여전히 최강의 전투기 중 하나가 될 테고요. 3군을 모두 만족시키려 추진했던 JSF 계획의 이 처참한 실패가 미국의 다음 세대 전투기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저 같으면 다시는 공동 개발 따위 안 할 거에요...>_<:; 뭐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는 모두 무인화되어 JSF 계획 자체가 필요없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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