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떡볶이)

2016.04.26 21:29

여은성 조회 수:1734


 1.어렸을 때부터 떡볶이를 좋아했어요. 먹어보기도 전부터요. '먹어본 적도 없는 걸 어떻게 좋아할 수 있지?' 할 수도 있겠지만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좋아할 수 있었던 거죠. 떡볶이를 안 먹어 봤어도, 떡볶이 집을 지나가면서 떡볶이를 먹는 또래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떡볶이를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슬픈 일이죠.


 어느날 떡볶이를 드디어 먹게됐는데 정말 딱 상상한 그 맛이었어요. 어쩌다 한번씩 떡볶이나 순대를 먹을 때마다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나요.



 2.어른이 되서 이제 떡볶이 순대 튀김 어묵을 실컷 먹고 싶었는데 문제는...어렸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된 거예요. 예를 들면 매연을 뿜어대는 차들이 누비는 거리 한복판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던가 하는 거요. 가끔씩 그래도 너무 먹고싶어서 사러 갔다가도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 하루종일 거리의 지저분한 것들과 매연을 흡수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니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분식을 참으며 살던 어느날...



 3.분식집 프랜차이즈들이 마구 생기기 시작했어요. 아딸 죠스 뭐 이런 것들이요. 그런것들이 생기는 걸 보며 이제 나도 분식을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졌어요.


 한데 문제는...이사람들은 머리가 나쁜 건지, 아니면 분식에는 반드시 길거리의 오염 물질과 매연 토핑이 있어야만 분식의 아이덴티티가 지켜진다고 여기는 건지 조리대를 길가 쪽으로 놓는 거예요. 포장마차가 아닌 입점 업체의 최대의 장점인 청결을 살리지 못하고 장사를 하는 걸 보며 또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4.휴.



 5.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제 다시 분식을 못 먹는 계절이 왔기 때문이예요. 날씨가 추울 때는 그나마 프랜차이즈 분식집들이 문을 닫고 장사를 하거든요. 하지만 이제 5월이 가까워 오니 역시, 분식은 더러워야 제맛이라고 외치는 듯이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하네요. 그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어이가 없어요.


 흠...그래도 동대문 엽기떡볶이만큼은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 걸로 알아요. 그나마 이거라도 있으니 다행이죠. 동대문 엽기떡볶이는 별로 맛이 없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이 분식 게이지를 채워줘야 할 때 이용하곤 해요.



 6.하지만 요즘은 정말 청결의 기준이 낮아진 거 같아요.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거든요. 아는 사람과 중국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결제할 때 점원이 카드리더기에 카드를 긁으려다 그만 카드를 바닥에 떨어뜨렸어요. 


 그러자 그걸 본 그 사람은 굉장히 빠른 반응속도로 뒤로 물러났어요. 무언가의 재난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그런 움직임이었어요. "이 인간이 왜 이러지?"라고 갸우뚱하면서 물수건으로 떨어진 카드를 슥슥 닦고 다시 케이스에 집어넣자 그 사람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왜 놀라운 것을 본 것 같은 표정이냐고 묻자 내가 짜증내지 않는 게 놀랍다고 했어요. 


 나를 너무 잘못 알고 있는 그에게, 동대문 ddp 앞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핫도그를 사먹는 나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 가장 지저분한 핫도그를 파는 곳이죠.



 7.말을 좀 타본 결과, 속보 정도가 나의 한계인 거 같네요. 습보로 말을 타면 달리는 게 아니라 날아가는 느낌일 거라고 하는데...그런 스릴은 나이 든 버전의 나를 위해 남겨놔야겠어요. 나이든 버전의 나는 지금 버전의 나보다는 용감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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