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8 11:01
일전에 친구의 알콜 의존증 문제로 게시판에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같은 모임을 하는 친구이고 - 친구가 모임의 장이고, 전 모임의 구성원입니다 -
뒤풀이 자리에서 많이 흐트러지는 문제(주폭 등)로 제가 많이 챙겨줬어요.
그 과정에서, 저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고 대시해 오기도 했고
술을 먹고 재워달라고, 안 되면 집 앞에서라도 자겠다고 한 적도 있고
무튼 여러 가지로 스토킹으로 간주될만한 행동을 많이 했어요.
모임의 일을 핑계로 개인적으로 만나자고도 많이 했고.
무튼, 어르고 달래고 화내고 욕하고 각종 수를 써서 병원 상담을 받게 하고
늦은 시간 개인적인 연락이나 호출 삼가달라고 요구하면서
꾸역꾸역 모임을 계속 이어가던 중이었는데,
일주일 전에 또 술취해서 친구가 같은 실수를 했어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모임 선배들을 찾아갔는데, 너무 놀랍게도 그간의 일을 다들 알고 있더라구요.
선배들의 첫 반응은, 왜 그동안 단호하게 거절하지 않았냐, 네가 챙겨주니 더 그런 것도 같다 였어요.
너무 황당해서 잘못한 사람을 타박하는 게 아니라 제 쪽에 주의를 당부하는 건 아닌 거 같다 라고 항의했는데..
- 알고보니 알음알음 남자들 사이에서 제가 애매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더라구요. 이게 제겐 가장 크리티컬하네요.
그 와중에도 그 친구는 계속 제게 전화를 걸고.. 그걸 보시더니 그제야 상황이 좀 심각한 거 같다고, 미안하다고 하시더군요.
모임 내부적으로 친구를 그만두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거 참 인간적으로 괴롭네요.
그동안 즐겁게 어울렸던 사람들이 알고보니 다 내 등 뒤에서 그의 순애보를 가지고 논 것처럼 얘기하고 있었다는 것에 서운하고,
그럼에도 분명히 친구로서 동료로서 즐겁게 어울렸던 그 순간에 대한 미련..
잘못을 한 친구에 대한 원망과 그럼에도 고립된 그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
그리고 남자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황.. 행여나 알았다간, 제 처신에 대해서 지적받을까, 제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간섭하려할까봐서..
모든 것들이 너무 복잡하고 괴롭네요..
그냥, 그렇다구요..
(가 아니네요.. 혹시 이런 문제로 상담할 수 있는 상담센터 아시는 분, 소개부탁드려요..
상담 대상자는 저구요.. 가해자의 스토킹과 그 주변인물들의 동조가 너무 힘드네요..) <- 내용추가부분
+ 그리고 친구의 일을 숨기면서까지 유지하려고 했던 모임은.. 이 일로 문을 닫게 생겼어요.. 이 부분도 참 가슴 아파요..
이 일을 전혀 모르는 한두달 된 신입회원들에겐 그저 갑자기 모임이 없어지게 된거라..
애정을 쏟아 키운 공간을 내 손으로 문닫게 한 상황이라, 이것도 참 뼈아프네요..
2016.09.28 11:11
2016.09.28 11:49
모임이 특성상 극심한 남초 집단이다보니, 문제의 처리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네요.
전 애초에 이 문제를 알고도 방조한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들부터도 전혀 문제의식이 없는데, 그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니..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아득해집니다..
2016.09.28 12:00
여러가지로 그 사람을 도와주려고 애를 쓰신 것 같은데 그런 소리를 듣게 되다니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단호하게 그를 밀어내 버렸다면 이 쓸데없는 주변사람들은 또 님을 탓하며 여자가 독하다는 소리나 했을 것 같습니다. 문제가 있는 사람을 방조하면서 남만 탓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신경쓰지 마세요.
2016.09.28 14:10
네.. 그랬을 거 같네요.. 좀 더 적극적으로 병원에 (직접) 데려갔어야 했나, 하고 후회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말씀대로 그럼 또 그런대로 말이 나왔을 거 같네요. 위로 감사해요.
2016.09.28 15:15
부모형제도 해결 못한걸 친구가 무슨 수로 해결하겠어요. 주위에서 당사자가 아닌 님을 타박하는건 이문제를 친구사이에서 해결하는게 불가능한걸 알기 때문이겠지요.
사실 알콜의존은 문제의 일부일뿐이구요. 스토킹하고 엉겨붙는게 의존증의 증상일리가 없잖아요?
두분사이에 말못한 권력관계가 있거나 '아들을 부탁한다'는 친구부모님의 유언이라도 받드는게 아니라면 포기할건 포기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2016.09.28 17:05
부모형제가 (심정적으로)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친구라, 조금만 옆에서 도와주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있어요. 헌데 오히려 이런 저의 판단과 행동이 더 큰 문제, 저에 대한 의존을 만들어 낸 거 같아요.
이제는 친구를 포기했지만, 마음이 안 좋네요..
2016.09.28 16:05
2016.09.28 17:06
굉장히 다정다감하게 대해주고 부탁같은 것도 잘 받아주시고 옆에서 잘 챙겨주셨던 것 같은데 -> 네, 맞습니다. 화내고 욕도 했으니, 그걸 애정으로 받아들였나 봅니다. 그렇게까지 남 일에 신경쓰는 경우가 잘 없다는 걸 최근에 알았네요. 맹세코 그가 아닌 다른 구성원이었어도 저는 그렇게 했을 거 같은데.. 제가 참 옛날 식 '동지애'로 바라본 게 촌스러웠던 거 같아요..
2016.09.28 21:42
2016.09.28 16:25
남자분이 대시했을때 거절하면서 끊었어야 하는 관계군요.
2016.09.28 17:10
저 모임이 사실 사회운동적(?) 성격이 있는 모임이라, 활동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단호하게 듣자마자 거절하였고, 본인도 마음 정리하겠다고 대답했기도 했고요. 활동을 유지한 거 자체가 그의 마음에 대한 묵시적 동의로 간주될 수 있다는 걸 몰랐던 제 순진함을 탓해야겠죠.
2016.09.28 17:05
2016.09.28 17:13
네.. 저도 남에게 이야길 전해 들었다면 그렇게 판단할 거 같아요.. 전 좀 이번 일을 계기로, 젠더 감수성이 낮은 공간에 있다는 거 자체가 남성으로 하여금 가해자가 될 가능성을 높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 친구도, 선배들도 모두 잘못했지만, 공간 자체의 낮은 젠더 감수성 탓으로도 일정 부분 돌리고 싶어요.. 가까운 제 지인은 제 이런 헛소릴 스톡홀름 증후군급이라고도 하던데.. 모르겠어요 제가 인간적인 실망을 덜하고 싶어서 구조 탓을 하는 건지.. 이래저래 헷갈리고 혼란스럽고 .. 맘이 그저 답답하네요.
2016.09.28 20:26
2016.09.28 18:12
에효 그동안 혼자서 많이 힘드셨을거 같습니다. 로다님이 남성이고 그 문제의 친구가 여성이었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지금과 얼만큼 달랐을까 생각을 해보는데요. 아마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에요. 이렇게 명백히 '남자를 괴롭히는 미친X'을 축출하는 건 보통 시간문제. 남성 로다님이 아무리 '애매하게' 굴었어도 정신차리라고 혀를 끌탕하며 주위인들이 단합 솔선하여 대신 처리해주지 않았을까 합니다.
상담처는 일단 한국여성의전화에 문의해보심이 어떨까요. 02 2263 6464~5. 지금 당장은 어려우셔도 상담 받으시고 추스려지면 남자친구에게도 속 털어놓으시는게 이상적이긴 하지만서도. 근데 또 여성분들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이별폭력이나 심지어 살해사건들을 생각하면 선뜻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않을 거 같습니다. 아무쪼록 상담 받으셔서 마음의 상처 잘 아물길 바랍니다.
2016.09.28 19:13
2016.09.28 19:34
여친있는 남성 스토킹하는 알콜중독 여성이 여왕벌이요? 넹 하하하님의 남초세계와 저의 남초세계는 가치기준이 상이한 걸로.
2016.09.28 20:29
2016.09.28 21:26
2016.09.29 06:02
2016.09.29 10:06
여왕벌은 아니고, 뮤즈니 뭐니 하는 소린 들었습니다. '뮤즈'라는 ㄱ소릴 전 그저 그친구가 정신이 많이 아파서 하는 ㄱ소리로만 들었는데, 남성 구성원들 몇몇이 같은 소릴 하고 다니는 걸 알고.. 이렇게 대상화되어 소비되는 것에 깜짝 놀랐네요. 상담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2016.09.28 19:56
Rhoda님은 후회하실 필요 없어요
Rhoda님 잘못도 아니고 어떻게 대응했던 결과는 같았을 겁니다.
오히려 더 험한 일이 벌어지지 않고 이런식으로 정리해 버린 것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건 주변 사람들이건)
2016.09.29 10:07
네 결국 이것이 최선은 아니었어도,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음을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위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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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종하지 말아야할 인간유형들이 많지만 그중에 최악은 주사파입니다. 술만 마시면 나사 풀리는 인간들을 한국에선 이상하게 법까지 나서서 정상참작을 하는데 좀 미친거 같아요. 정상참작을 할게 아니라 가중처벌해야하는게 정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사례도 미친 시회에서 잘못된 버릇이 생긴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이상한 시선들도 마찬가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주사를 사소한 것도 용납하지 않는 픙토를 만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해요.
연민을 갖을게 아니라 단호하게 정을 떼버리는게 당사자에게도 장기적으로 결과적으로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취중진담' 이란 개소리에 이상한 판타지를 주입시킨 특정 노래가 싫어요.
취하면 뭔가 진실, 진정성 이런거에 가까와 진다는 소리를 개소리 취급하는게 시급합니다. 진담은 무슨 진담, 취하면 나오는건 그냥 헛소리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