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본 공연의 내용들 정리해서 쓰고 싶은데 졸리네요. 눈꺼풀이 무겁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것 같아요.
3월 12일에는 ‘킹스턴 루디스카’ 공연을 보고 그 전날에는 수원의 쎄시봉 콘서트를 보고 왔어요.
원래 12일 토요일에 안정적인 주말 시간대에 '쎄시봉 콘서트'를 보고 싶었는데 킹스턴 루디스카 단독 공연 
정보가 팬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는 금요일 공연으로 스케쥴을 잡았었습니다.
 

퇴근해서 기차 타고 지나만 가본 수원 ‘문화의 홀’로 가는 길은 먼 여정이었어요. 동교동 회사에서 2호선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수원역에서 내려 다시 택시 타고...도착하니 시작에서 5분 정도 지난 시간...

막 김세환 씨가 노래하고 계셨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문화의 홀’도 꽤 큰 규모더군요.

저는 3층 좌석을 예매했었는데 조금 과장을 보태어 무대에 선 김세환 씨가 한 점 점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김세환씨는 부드러움 그 자체였어요. 좀 정신이 없어서 김세환 씨 부분은 건성으로 넘어갔고

두 번째‘윤형주’씨부터 집중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미성 윤형주”라는 평가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매끄럽고 윤기가 흐르는 음색에 단단함이 느껴지는 자신감 넘치는

노래의 박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무대 앞에 ‘포진‘하신 나이 지긋하신 여성 팬들에게 “다들 교복 입고

가방 입고 공개 방송 보러 오셨던 바로 그분들 맞죠? 50대소녀 팬들을 나이 들어 다시 보니 더욱 반갑습니다.” 와

같은 재치 넘치는 멘트를 던지시며 분위기를 돋우셨습니다. 또한 앞에 공연하신 김세환씨에 대한 무한 애정 넘치는

입담들을 자주 하셨어요. “우리 세환이는 항상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애 같은 마음이 들어서 어디 가서 말실수 하지는 않을까,

사고 치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 걱정을 한다.” 장난어린 얘기를 하셨지만 불과 4, 5개월이지만 이분이

형으로써 김세환씨를 얼마나 아끼는지 공연 보는 내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공연 분위기는 MBC "놀러와.“와 같은 형식이었고 중간 중간 관객들과 나누는 멘트들도 겹치는 것이 많아 ”놀러와.‘를 ’

다시보기‘하는 것 같았지만 재밌었습니다.

 

세번째 순서로 ‘송창식’씨가 공연을 하셨어요. 관객들 반응이 굉장했어요. 박수에 환호에...잎에 나오신 두분이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노래에서의 인지도는 송창식씨가 대단하니까요. 만 번 넘게 부르셨다는 ‘고래 사냥’은

관객들이 다 같이 따라 부를 정도였습니다. 별 다른 멘트를 하시지는 않았지만 그분의 노래만으로도 폐부 깊숙한 곳에서

뜨겁고 뭉클한 무엇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분의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 ‘이상벽’씨가 나오셔서 잠깐 쉬어가는 시간을 마련하셨습니다. 이상벽씨의 사회는 “놀러와.”의

유재석씨나 김원희씨가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연장자에 대한 사회적 존경을 품고 진행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이상벽씨는 좀 더 노련하고 대상을 중장년층에 포커스를 둔 어떤 면에서는 능글능글한 연륜이 느껴지는 진행 스타일이었어요.

 

중간에 월드컵 축구 구호 “대한민국~!”을 선창하시며 관객들에게도 유도했는데...좀 뭐랄까...

저는 이런 게 불편한데 관객들은 즐기는 분위기였는데 개인적인 거지만 대형 돔 공연장에서

다같이 하는 파도타기 같은 것도 좀 불편해요.

 

이어서 ‘트윈 폴리오’로 다시 송창식씨와 윤형주씨가 노래를 하셨는데 뭐 트윈 폴리오 노래의 선율의 아름다움이란...

레퍼토리는 ‘하얀 손수건’과 ‘웨딩 케익’이 기억이 나고 “놀러와.”에 나오셨던 친구분도 나오셔서 같이 노래하셨습니다.

한국 주택 공사와 도로 건설 공사에 이어 인천 청라지구의 건설현장에서 현재 근무 중이신데 건설인의 삶에

만족하신다고 하시더군요. 이날은 은갈치색 수트를 입으셨는데 더욱 멋지셨어요. 회장님 포스였달까...

중년의 멋있음을 두루 갖추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세분 모두 정말 노래 잘하시는 분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트윈 폴리오의 공연이 끝나고 다시 이상벽씨가 나왔는데 이분이 무대 뒤에 계신 김세환씨를 다시 무대로 불러내는

것을 깜박 잊으셨나 봐요. 윤형주씨가 “세환아, 어서 나와.” 친 동생 부르듯이 김세환씨를 불러내셨는데

참 꼼꼼하고 정이 많으신 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 분 모두 공연을 보는 내내 ‘아, 진짜 좋은 사람들 같다.

그러니 저렇듯 오래 우정을 유지하며 저런 관계를 유지하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주풀이 하시는 분이

이분들 관계에 대해 ‘삼합’이라 말하며 타고난 좋은 관계의 사람들이라 했다는 말씀도 하시더군요.

 

공연은 ROCK 메들리와 씨엠송계의 대부라 불릴만한 윤형주씨의 ‘오란씨, 현대 백화점, 신세계 백화점, 롯데 월드 광고'

씨엠송 메들리로 이어졌는데 특히나 윤형주씨가 만든 씨엠 송은 귀에 익은 것들이 무척 많아 상업적인 감각에 있어서

탁월하신 분이신 것 같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세시봉 콘서트의 리더는 단연 윤형주씨이시지 않나 싶더군요.

비즈니스 감각도 뛰어나고 관객이나 동료를 조였다 풀었다 들었다 놨다하며 챙기는 주변 관계에 대한 시야나

통찰력도 폭 넓고 유머 감각이나 ’의리의 돌쇠‘라는 별명답게 인성도 좋으신 게 공연 내내 풍겼습니다. 세분들 중에

당시 가장 소녀 팬들이 많으신 분이 윤형주씨 이신 게 당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어요. 록 메들리로 노래할 때는

관객들 중에 춤추시는 분도 계셨고 전반적으로 중장년층의 관객들이었으나 분위기는 아이돌 무대의 청소년 관객들

이상의 뜨거운 반응이라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이어서 이동원씨와 성악가 박인수씨가 부른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부르셨는데 한마디로 ‘소름 돋음’ 그 자체였습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음음음음 질화로에...

 

송창식, 윤형주의 ‘향수’가 객석 가득 쫘악 퍼지는데 그 웅장함과 깊이는 굉장한 감동이었습니다. 연신 웃고 즐기던

관객석도 숙연한 분위기였고 음악의 힘이라는 것이 그것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고래 사냥과 함께 송창식씨의 불후의 명곡 ‘가나다라마바사’나 ‘우리는’과 같은 곡은 듣지못해서 아쉬웠지만

다음 언젠가의 공연에 꼭 들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윤형주씨는 “놀러와.”의 '세시봉 친구들‘에 대한 시청자를

넘어선 국민들의 반응에 정말 깜짝 놀랐으며 한편으로는 10대 아이돌 중심의 문화로 인하여 중장년층이 느꼈을

문화적 소외감에 미안함을 많이 느끼셨다고 하시더군요. 한편으로는 그들의 노래를 좋아하는 젊은 팬의 입장으로는

왜 GMF나 지산락페 같은 대형 락페스티벌에서 이분들의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서운함과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느 쪽에서 먼저 단절을 시킨 것인지 모르겠지만 외국 뮤지션들 내한 공연에 열광하는 것도 좋으나

우리나라의 앞 선 세대의 이 훌륭한 뮤지션들과의 함께하는 호흡도 중요 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하는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음악을 통해 만난 이들의 시간은 30여년이 흘렀지만 그 세월을 관통하는 여전히 음악 안에서 젊음을 유지하는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세분을 보며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그렇게 삶의 건강함을 유지하며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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