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하소연?) 이중잣대;;

2011.03.20 00:18

쇠부엉이 조회 수:2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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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6개월을 넘기니 배가 정말 팍팍 나옵니다. 그러면서 살이 찌기 시작하네요. 바지 치수가 벌써 한단계 상승했습니다. ㅎㅎ(자학조)

근데, 저는 제가 몸매에 관해선 상당히 쿨한 인간인줄 알았댔어요. ㅜㅜ

 

살찐 분들에게 마구 폭언 퍼붓는 사람들은 경멸하는 쪽이었고, 마른 사람에게 잔소리하는 사람은 오지랖 넓다고 흉보기도 하고 뭐 그랬죠.

왜냐, 저는 안그랬거든요. 그럴 맘도 요만큼도 없었고..그렇지만 사람일이란 그렇게 장담할게 못 된다는걸 또 배우나 봅니다.

 

자꾸 살이 쪄 입을 옷이 없어서, 정말 입고 나갈 옷이 없어서 며칠을 집에서만 칩거했어요. (임부복은 또 죽어도 입기 싫;;;;)지금 생각해보니

몸이 변화하면서 조금 우울해졌던 거 같습니다. 그러다 정말 냉장고가 텅텅 비고, 남편이 급기야는 전에 만들었다가 남아서 냉동실에 넣어둔

마파두부 같은걸 해동해 식사를 하게된 사태에 이르러서, 어쩔수 없이 대충 추리닝바지 꿰입고 마트로 장 보러 나섰어요.근데

 

길 가다 눈에 걸리는 살집 좋으신 분들이...갑자기 제게 막 거슬리는 기분을 느낀겁니다. 저도 살짝 충격이었어요.;;

 

'저 사람은 어쩌다 저렇게 쪘대?'

'저 아가씬 관리 안하나?'

 

아니 제가 지금 누구 몸매 뭐랄 처지냐구요. ㅜㅜ;;  물론 그럴 처지란게 있는건 아니지만.

근데 그게, 제 몸매가 안그래도 맘에 안들고 속상하니까 , 괜히 그분들이 눈에 걸리고 미워지는 것 같더라 이겁니다.

저도 제가 이럴줄은 몰랐네요. 허 참. 아래 댓글에 뇌가 생각하지도 않는 말이나 생각들이 마구 떠오르는걸 경험했다고 썼는데 이거에요.

머리로는 야 너 지금 뭐하자는 거냐. 니가 저 사람 사정을 어찌알고 그래? 뭐 이러는데 행동이 안그래요. 그만 좀 먹어, 뭐 이런 소리가 입에서 막 나와요.

맘에 안드는 제 처지를 투사하는 거죠. 살찐게 미운거에요.

참 사람 맘 요상하지요.

 

거기다가 마트 안에서 계산할 때,  앞사람의 계산대를 지나는 물건들이 죄다 인스턴트거나 할 때는 저도모르게

 

'저렇게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은데'

'저 엄마는 애들한테 이런 것만 먹이나?' 막 이래요. 저 왜 이러죠?? ㅜㅜ

 

물론 생각만 하는거니 드러나게 민폐는 아니지만, 저 장 보러 나오기전에 라면 끓여먹고 나온거거든요?

누구 인스턴트 먹는다고 남 얘기할 주제가 아니죠. 외려 임산부가 인스턴트를 먹다니..싶은데.

거기다 남이사 인스턴트를 먹던 인스턴트 할아버지를 드시던 뭔 상관이란 말인가요. 오지랖도 쩌네요.

자기는 못 하면서 자식이나 타인에게만 바른 행동을 하라고 참견하고 설교하는 꼰대가 되가는 걸까요. 저 이런 중노년분들 참 싫어하는데.

이러다 저도 그런 꼰대가 될 거 같아 겁이 나더군요.  역시 맘 놓고 비난할만한건 세상에 없는거죠.ㅜㅜ

 

참 제 마음 하나 다스리는게 이렇게 어렵네요. 오늘 참 여러 이유로 스스로에게 놀라고 서글픕니다. 엄청난 이중잣대.와.

 

 

푸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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