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기는 이제 이렇게 자주 웃을만큼 자랐습니다. 어느새 생후 4개월이 넘었어요.

백일의 기적이 무섭게 또다시 밤낮이 바뀌어 엄마로 하여금 밤이 다가오는 것을 무서워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소통이 힘들었던 신생아 때보다는 아이가 훨씬 귀엽게 느껴집니다.

 

예전에 아이를 낳기 두려워하던 시절에 걱정을 아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아기도 갖고 싶지 않았고.

그런데 요즈음은  예전에 닥종이인형작가 김영희씨가 수필집에 쓰셨던 "먼저 살아 보고 생각해야지,

생각 먼저 하고 삶이 시시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을 조금은 공감하고 있어요.

아기가 생겨나기 전이나 임신 초기에는 아이가 생겨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듀게에도 익히 썼지만)

그때보다 걱정은 배로 늘었는데(하루도 걱정 안 하고 사는 삶이란 정녕 없는걸까요...)

그럼에도 아이가 제 곁에서 어느 정도 자라 웃는 지금, 아이가 없었다면 그 걱정이 훨씬 줄었을텐데... 이런 생각은 안 드네요.

부모라면 당연할지 몰라도, 저는 제 자신을 알기에 이런 제가 조금 신기해요.

 

 

 

2

 

요즈음 인터넷을 할 때에는 듀게 말고도 주부들이 자주 들어오는 모 게시판에도 종종 들릅니다.

그런데 거기 보면 아이가 사랑을 받고 크는 것이 중요하다며, 솔직히 제 3자 입장인 제가 보기엔(저도 아기를 키우고 있지만) 좀 따끔하게 혼내야 할 일에도

'혼내지 말고, 사랑을 더욱 주라, 아이가 엄마의 관심을 끌려고 그러는 거다, 사랑을 못 받아서 그렇다...' 식으로 댓글을 다는 분들이 있어요.

그밖에도 아이가 특별한 문제를 보일 때나 할 때 '자주 안고 귓가에 사랑해, 사랑해 말해주세요' 라는 처방을 보거든요.

요즘 엄마들이 아이에게 사랑한단 말을 자주 해 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아님 거기만 그런가...)

 

그런데 그런 글들을 읽으며 되돌이켜보니 저는 어릴 때 엄마랑 "사랑해 사랑해"이런 말을 주고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정말 제 어린 기억속엔 한 번도. 그렇다고 제가 엄마와 친밀하지 않은 관계냐, 그건 또 아니거든요.

엄마는 저를 내내 직접 키우셨고, 초등학교 때 야단을 자주 듣거나 사춘기 때 제가 엄마에게 반항을 많이 하긴 했지만

또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친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엄마와 저는 성격이 참 다르지만(그래서 때로 답답해요), 틈틈이 엄마한테 제 이야기 조분조분 하는 자식은 형제 중에 저예요.

무엇보다도 저는 예전에 많이 힘들어서 안 좋은 생각이 자꾸만 들 때에도 결국 엄마 생각하면서 참아 내었거든요.

엄마도 저를 사랑하신다고 확신하고요. 제가 엄마를 사랑한다는 사실보다 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정말 우리 모녀는 "사랑해"소리를 정말 안 하고 살았어요.

딴말이지만 모녀뿐 아니라 부모님도 "사랑해" 소리를 자녀들 앞에서 대놓고 하신 적이 한번도 없어요.

그 시절 부부라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오죽하면 저희 외삼촌 댁에 어릴 때 놀러갔었는데 잘생긴 저희 외삼촌이랑 어릴 때 제 눈에 정말 사근사근 예뻐보였던 외숙모가

저랑 외사촌 앞에서 가볍게 뽀뽀를 나누시며 "사랑해" 하던 것이 부럽고 어린 눈에도 인상적이어서

매번 외삼촌 댁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긴 외숙모는 그 시절 어린 저한테도 옆으로 머리를 묶는 뉴 헤어스타일을 시전해 주시면서

다른 쪽 귓가에 "사랑해" 라고 말해주시던 분이었죠. 지금은 남남이 되었지만...)

 

개인사가 미주알고주알 길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저는 아이에게 "사랑해" 소리가 잘 안 나와요.

제가 걱정되는 것은, 저도 철이 없고 아이 아빠도 가부장적인 사람이라 아이가 애정결핍으로 자랄까봐 걱정이 되네요.

엄마랑 "사랑해"란 말을 주고받지 않아서 그렇게 되었다곤 생각 안 하지만, 저도 애정결핍이랄까 그런 게 있어요.

제가 여러 해 저 자신과 제가 자라온 환경을 고찰해 보았지만, 저는 성격적으로 타고난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해도 제 아이에게는 이런 부모와 환경 때문에 혹시라도 애정결핍이 생길까 걱정이 돼요.

 

 

 

3

요즘 들어 저 자신을 되돌이켜 보면 생활인이라 대접받기에 저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무통장입금은 꼭 은행에 가서 손으로 써내야 안심이 되고요.

어제 듀게에도 여쭸지만 DHL은 직원이 와서 배송물을 주는지 국내 우체부가 와서 주는지 잘 몰라요.

정기적금도 비과세 통장도 뭔지 잘 몰라요. 정기적금은 최근 남편 때문에 뭔지 찾아보긴 했는데 뭘 어떻게 해야 이득이 남는 건지 비교해봐도 잘 모르겠어요.

제 친구가 아이 교육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쓴다는데 그것도 잘 몰라서 찾아봤지만, 여전히 개념이 안 잡히고.

'역모기지론' 등등은 도대체 뭐길래 저걸로 이득을 보는지 읽어도 감이 안 와요.

컴퓨터를 이용해 동영상을 CD로 굽는 법도 모릅니다.

 

(이쯤 되면 한심하다 한숨 쉬는 듀게분들도 계실지도요...)

 

 

 

그래서 일단 저런 것들을 알아가기 전에, 자신감을 좀 높이고자 그래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남들에 비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게 없는 건 아닌데, 솔직히 제가 좀 잘할 수 있는 건 실생활-자기 앞가림을 야무지게 하는 것에는 별로 소용이 없더군요.

이런 제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조금은 더 생활에 밝아질까요.

 

 

4

요즈음 트위터를 시작했어요.

생각이 많아지니 하고픈 말도 쌓이는데, 공개게시판이나 지인들이 드나드는 블로그 등에 쓰기엔 또 뭣한 그런 말들을

남기고 싶은 공간이 필요해서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하고 있는데,

 

왜 140자밖에 못쓰나요!

단적인 말이라도 조금 길게 쓸라치면 어느새 140자에 막혀 버려요.

트위터에서 글자수 늘리는 법은 없는거죠?

 

 

 

 

5

 

 

아기가 떼쓸 때 사진이에요. 입모양이 세모가 되지요.

 떼쓸 때면 저런 입모양이 되는 게 참 신기해요. 다른 아기들도 저런 입모양이 되는지?

 

아, 글쓴김에 듀게의 엄마분들께 질문 하나만 드려요.

아기를 내내 침대(물론 딱딱한 스프링침대지만)에만 두면 뒤집기를 완벽히 마스터하는 데 방해가 될까요?

요즈음 아기가 뒤집고 싶어하는데(한동안 옆에서 얌전하게 놀다가 낑낑거려서 살펴보면, 어느새 몸을 반 뒤집고 있어요)

완벽하게 뒤집지 못하고 반만 뒤집고 있거든요.

바닥이 평평하고 딱딱하지 않아서 아기의 운동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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