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대화

2015.06.23 17:59

Kaffesaurus 조회 수:1729

내가 그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그가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폴란드 토마스 교수님의 사촌인가 싶었다. 물론 내가 토마스 교수님의 사촌을 만나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얼굴형에 눈이 교수님이랑 많이 닮아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사람이랑 굉장히 닮은 얼굴이니까, 모르는 사람인데도 얼굴을 보게 된다. 아마도 그도 내가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본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내가 그에 대해 하는 건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 가끔 본다는 이유로 단지 학교에 일한다는 것 외에는 하나도 없다. 오늘 아침 출근할 때 대학 공원 입구를 들어서자 그가 나를 따라잡았다. 나는 워낙 걸음이 늦어서 누구라도 따라잡을 생각없이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은 그가 발걸음 속도를 늦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나로부터 한 세발자국 먼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걸어갔다. 우리는 그렇게 함께도 아니고 그렇다고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채 서로 갈길을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은 연못 앞에서 갑자기 그가 왼쪽을 돌아갔다, 그리고 몇초뒤에 나는 그가 웃는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where are you going?" 이라고 영어로 외치면서 질문한 나. 나는 그냥 그가 스웨덴인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가 길을 잃어서 웃는 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여전히 웃으면서 나를 향해 달려온다. 그러더니 '나는 도서관과 다른 건물 사이를 가야해요'라고 영어로 답했다. 그의 억양은 확실히 스웨덴 사람이 하는 영어는 아니었다. '저기가 도서관인데요'라고 (순간, 아니 한학기 내내 일했으면서 어떻게 도서관을 모르지?) 내가 손가락으로 도서관을 가르치자 '아 네 알고 있어요 '라고 답하는 그.  조금 있다가 그는 ' 사실 나는 angry bird 를 피할려고 한거에요' 라고 말했다. 내가 너무나 생각지 못한 말이라 웃으면서 ' angry bird 라고요? 뭐 제 생각에 모든 새는 다 angry bird 같아요' 라고 말하자, 그가 도서관이 있는 D 건물과 T 건물 사이 주차장에 있는 기둥중 하나 꼭대기에 집을 짓고 앉아 있는 갈매기 한마리를 가르키며 '저 새는 지금 아기가 있어요 얼마나 angry bird 인줄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이 50세의 덩치큰 남자가 도서관을 못찾은게 아니라 그 길을 가지 않을려고 노력했다는 걸 깨닫고 다시 한번 웃는다. '저도 조심할께요' 라고 말했다.  D 건물앞, 내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내가 안녕인사를 하기 위해 손을 올리자 그가 'see you soon' 이라고 마치 친구에게 하듯이 인사를 하고 앵그리버드를 피해 달려나간다. 글쎄 누가 알겠는가, 원래 모르는 사람끼리의 첫 대화가 제일 어려운 걸. 다음에 만나면 앵그리 버드 말고 무서워 하는 게 또 뭐가 있는 지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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