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발췌

2011.03.20 16:54

브랫 조회 수:2111

이런 저런 이유로 요즘 (좋아하는 소설)책을 거의 읽지 못하고 지냈는데요

오늘 황사 핑게로 매주 있는 일요일 점심 식사 스케쥴을 빼고나니 시간이 나서

일요일 저녁에 혼자 하던, 욕조에서 책읽거나 드라마 보기 행사를 훤한 대낮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손에 얻어 걸린 책은 혼비.

거실에 켜놓은 cd player에서는 모짜르트의 바순 협주곡이 감기 걸린 것마냥 갤갤  거리며 목잠긴 소리, 코막힌 소리를 하고있고

욕조에 들어앉은 저는 책을 붙잡고 아랫집 윗집 욕실이 울리게 컹컹거리며 정신없이 웃었네요. 

오랜만에 읽는 혼비씨의 너스레가 어찌나 긁어주고 찔러주고 간질러 주는지.ㅎㅎㅎ

요즘 영국 중년 남성들이 꽤나 어필해오는군요. 콜린 퍼스씨부터 해서 말이죠. (아, 좀전에 이 분의 혼비씨 이야기(피버피치) 속 20대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 감격했지요) 

최근에 알게된 어떤 분은 영국에서 살다 오신 분인데 며칠전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고요.

동일한 시간대를 살아가는 이런 분들이 계셔서 비루한 저의 삶에도 재미가 있습니다.

그럼 제일 많이 웃었던 부분을 옮겨보겠습니다. 첫문장부터 한 문장도 안 웃긴 문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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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그러니까 무슨 종류든지 책을 쓰는 사람이라면 휴가 때 호텔 수영장에서 사람들을 한차례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확률이 낮다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 자신이 쓴 책을 읽고 있지 않은지, 당장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남녀를 불문하고, 아름답고 지적인 젊은이가 내가 쓴 멋들어진 책 300페이지를 읽어나가면서 울고 웃느라 너무 열중해서 수영도 하지 않고, 에비앙 생수 한 모금 마시지 않는 모습을, 무언가에 홀린 듯이 황송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파라솔 아래서 며칠을 보내다 바로 그 상대와 장차 우정을 나누거나, 심지어 배우자가 되는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나는 두 해 전, 수영장 반대편에서 내 첫 소설 '하이 피델리티'를 읽고 있는 여성을 바라보며 일주일을 보내면서 이 특유의 망상증을 고치게 되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누이동생과 매제와 함께 휴가를 보내고 있었는데, 매제는 신이 나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해설을 늘어놓았다. "저 봐! 저 사람 입술이 움직이고 있어." "저런, 또 잠들었네. 이게 대체 몇 번째야?" "어젯밤에 바에서 저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어봤어. 그렇게 똑똑한 사람은 아니더군." 어느 순간, 그녀는 놀랍게도 책을 내려놓더니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매제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눈을 뽑아버리러 간 거로군!" 그녀가 간신히 그 책을 다 읽고, '해리포터'든, 닥터 수스의 그림책이든 가방에 챙겨온 다른 책으로 넘어가자 나는 겨우 마음이 편해졌다.

  이번 달 내가 수영장에서 '고독의 요새'를 읽고 있는 모습을 보았더라면, 조나단 래덤(작가)도 일단 처음의 미학적 측면에서 받는 충격에서 벗어나고 나면 그렇게 자주 얼굴을 찡그리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하고 싶다. 

 ...... 이하 생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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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측면에서 받는 충격'이라니... ㅋㅋㅋㅋ

혼비의 매제는 '고스트라이터', '폼페이'의 작가 로버트 해리스인 것은 유명하죠.

이 분들이 집안 모임을 하면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여느 집안과 다를 바가 없을지 몰라도 오디오적인 측면에서는 가히 기록으로 남기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가 아닐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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