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구요. 원제는 심플하게 'Mirage'네요. 두 시간 조금 넘어요. 장르는 환타지 & 스릴러... 정도?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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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밤입니다. (하지만 이건 스페인 영화입니다!) 독일은 장벽 파티지만 스페인엔 역대급 폭풍이 몰아친단다... 는 뉴스가 울려 퍼지는 상황에서 어린 소년이 집에서 기타를 들고 'Time after time'을 어설프게 부르며 자기 영상을 녹화하고 있네요. 야근을 나가는 홀엄마랑 빠이빠이하고 돌아서는데 앞집에서 수상하고도 위험한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잘 알고 지내는 이웃집인지라 용기를 내어 그 집에 들어가 본 소년은 그 집 아줌마의 시체를 발견하고, 손에 피 묻은 칼을 들고 다가오는 그 집 아저씨를 피해 도망치다가 차에 치여 죽어요.

 그리고 25년 후. 포스터 이미지의 여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원래 의사의 길을 가다가 사랑하는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전업하고 간호사가 되었지만 본인 인생에 후회 없구요. 어여쁜 딸래미와 함께 새 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그 집이 위의 그 소년이 살던 집이고. 이웃들에게서 그 소년의 불행한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그런데 그 날 마침 과학의 신비로 '25년만에 똑같은 기상 현상이 반복'된다는 뉴스가 나오네요. 그리고 역시 또 우연히 25년전 그 소년의 티비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날 밤 그 티비를 통해 25년 전과 연결되어... 어찌된 일인진 모르겠지만 아까 들은 이야기가 기억난 김에 소년을 살려내는데 성공!!!

 ...했는데 갑자기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보니 자기 인생이 이리저리 엄청나게 뒤죽박죽 바뀌어 있는 가운데 그 결과로 사랑하는 딸이 사라졌습니다. 다른 건 다 그러려니 해도 이건 참을 수 없다능!!! 이라는 맘으로 주인공은 자신의 실수(?)를 되돌릴 방법을 찾아 헤맵니다. 다행히도 25년만에 돌아온 쌍둥이 폭풍은 아직 진행 중이고, 잘 하면 25년 전의 그 소년과 추가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25년전의 데이터를 볼 때 이번 폭풍 역시 72시간이면 사라질 것. 시간 제한이 걸렸군요.



 - 그러니까 시간 여행류 이야기들을 이것저것 뒤섞고 살짝 비튼 이야기입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프리퀀시' 혹은 '동감' 에다가 '나비효과'를 섞은 이야기 정도?

  과학적으로는 당연히 말이 안 되고 그냥 이 이야기의 논리 속에서도 구멍이 많아요. 이걸 재밌게 보시려면 아무래도 "그런 건 잠시 넣어두시고 걍 주인공 처지에 이입해주세요"라는 제작진의 의도에 잘 부합해주셔야할 겁니다. ㅋㅋ 

 사실 당연히 그래주셔야만 합니다. 끝까지 보고 난 후에 감상이 '멜로드라마'거든요. 스릴러가 아닌 건 아닙니다만, 마무리되는 갬성은 분명히 멜로에요. 이성보단 감성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 메인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시작하고 등장 인물들이 모두 무대에 등장하고 나면 금방 진상이 눈에 보이고 어떻게 해결될지도 대략 보이죠. 

 하지만 작가님이 나름 부지런하셔서 거기에 오만가지 양념을 끼얹어 놓았습니다. 일단 25년전의 소년 이야기와 현재의 주인공 이야기가 교차되는 구성이구요. 앞집 살인 사건의 진상부터 시작해서 남편의 비밀, 가까운 남사친과의 관계, 그리고 도대체 뭘 어떻게 건드렸길래 주인공의 현재가 이 모양으로 달라졌는가... 등등 다방면으로 미스테리들이 흩뿌려져 있어서 두 시간 남짓 되는 런닝타임에도 심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는 심각한 범죄 이야기지만 또 상당수는 걍 낭만적인 감수성의 '운명' 이야기여서 좋게 말해 다채로운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뭐 그것들이 다 훌륭하진 않습니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훌륭하다' 싶은 건 별로 없고 대체로 그냥 평타 정도 치는 수준이에요. 하지만 다시 한 번, 덕택에 심심할 틈은 별로 없습니다. 자기가 택한 소재를 갖고 나름 열심히 뽕을 뽑아 보겠다고 노력하는 이야기라고 느꼈고 그래서 전 좋게 봤습니다. 저랑은 반대로 이야기가 좀 산만하지 않냐고 느끼실 분들도 있을 것 같지만, 뭐 이건 제 소감이니까요. ㅋㅋ



 - 이미 말했듯이 멜로 드라마입니다. 가족간의 사랑도 나오고 그냥 연애질도 나오고 바람직한 사랑, 나쁜 사랑, 좌절된 사랑, 이루어진 사랑 등등 결국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애정 관계로 얽혀 있고 사건의 동력도 시작부터 끝까지 쭉 사랑이죠. 원래 스페인 하면 열정 아니겠습니까!! 근처에도 가 본 적 없음

 로맨스물은 원래 제 취향이 아닙니다만. 다행히도 어두컴컴 범죄에 환타지랑 엮여 있으니 별로 부담스럽지 않고 볼만했어요. 뭐 따지고 보면 저는 그냥 대책 없는 로맨스였던 '동감'도 재밌게 봤던 사람이라서.


 하지만 시간여행물(사실 '여행'은 안 하지만)로서의 사건 해결과 떡밥 회수도 나름 성실하게 하는 편입니다. 초반 30분 정도 동안 부지런히 던져 놓은 떡밥들을 모두 다 회수하면서 깔끔하게 끝나요. 뭐 따지고 보면 지나치게 쉽고 편리하게 맞아떨어지긴 하지만, 그냥 대충 수습하고 끝내는 것보다야 책임감(?)있고 좋죠.



 - 대충 이쯤에서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특별히 훌륭할 것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많이 애쓴 티가 나는, 평범한 퀄리티지만 다루고 있는 소재를 나름 꽤 성실하게 써먹는 이야기입니다.

 기술적으로도 깔끔하고 배우들도 괜찮구요.

 운명을 바꾸는 시간 여행류 이야기 좋아하시고 좀 낭만적인 감성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보실만 할 겁니다.

 대신 논리적이고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를 바라신다면 그게 좀... ㅋㅋㅋㅋ




 +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버전의 Time after time은 이 곡입니다.


 그냥 이 분의 뚱... 한 보컬과 차분한 곡 분위기가 좋더라구요. 사실 이 분 노래는 아는 게 이것 밖에 없지만 뭐, 그렇구요.

 암튼 가사가 영화 내용과 잘 어울리는 부분이 있어서 딱 그 부분만 써먹더라구요.



 ++ 히치콕스런 장면이나 설정들이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만. 개인적으론 그보단 일본 만화풍 감성이 아아아아주 살짝씩 보이는 게 재밌더군요. 음...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게 정말로 일본 만화풍 감성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냥 워낙 일본 아니메들이 시간 여행, 무한 루프로 운명 바꾸기 같은 소재들을 자주 써먹다 보니 어지간한 아이디어들은 그쪽에서 다 봐 버린 탓이 아닌지. ㅋㅋㅋ



+++ 근데 주인공이 현실을 바꿔버린 후에 콕 찝어서 자기 딸에게만 집착하는 건 좀 웃겼습니다. 아니 뭐 이후 전개나 막판에 밝혀지는 진상 같은 걸 보면 주인공이 그렇게 행동하는 게 가장 바람직(?)했던 것이긴 한데, 그거야 작가님 편의 측면에서 그렇다는 거고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순식간에 모두 다 깔끔히 포기하고 자기 자식 하나에만 미친 듯이 집착할 수 있나요. 하하;



 ++++ 이걸 보고 나니 갑자기 시간여행 이야기가 땡기는데... 제목부터 정직하게 '시간여행자'인 그 드라마는 재밌을까요. 에피소드가 시즌당 열 개도 넘으면서 무려 (제 기준!) 네 시즌이나 있어서 엄두를 안 내고 있네요. ㅋㅋ



 +++++ 방금 문득 깨달았는데, 그 '동감'이 올해로 개봉 20주년이네요. 찾아보니 올 봄에 4K 리마스터 재개봉도 했었구요.


 처음 김하늘의 소개말을 보니 이게 1979년과 2000년의 연결이었고, 개봉한지 20년이 지났으니 내년이면 엔딩 부분 김하늘의 극중 나이와 현실 나이가... (쿨럭;)

 김하늘씨 '사케이' 아주 정감있구요.


 내친 김에 주제가 영상도. 

 글이 사족이 본체가 되면서 본문이랑 상관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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