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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식으로 일단 갈겨놓습니다.


- 드니 빌뇌브는 여자캐릭터를 너무 험하게 굴립니다. 며칠 전 [블레이드 러너 2049]까지 봐서 이 감독의 취향이 더 확고하게 다가오는데, 빌뇌브는 세계의 폭력이나 야만성을 꼭 여성을 위협하고 해치는 것으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여자 캐릭터는 아무리 강하고 의지가 굳건해도 도덕을 초탈한 남성의 "완력"에 끝내 짓눌립니다. [시카리오]. [블레이드 러너 2049], [듄2] 모두 이런 장면들이 있습니다. 전 이런 묘사를 남성중심적인 세계의 폭력을 고발하는 필수적인 방식이라고 동의하지 않습니다. 두 성별의 캐릭터가 각각 자기만의 방식으로 권력을 추구하고 다투는데 있어서 어느 한 쪽을 약하게 만드는, 혹은 절대 극복 불가능한 지점을 굳이 추가하는 그런 묘사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 그럼에도 영화 자체는 굉장히 황홀했습니다. 예상 외로 여성 캐릭터들의 주도권이 커서 좀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새로 등장하는 베네 게세리트 인물도 그렇고, 그들 나름의 고민과 권력욕으로 세계를 좌지우지 하는게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레이디 제시카가 프레멘 집단의 뒤에서 암약하는 걸 보는 게 즐거웠습니다. 초반에 아들 덕에 딸려온 여자 1로 취급당하나 했더니 이내 생명수(...)를 마시고 바로 변화를 일으키는 게 좋더군요. 영화의 극적 변화를 이끈다는 점에서도 좋았습니다. 거짓 선동을 하지 말라는 아들의 충고에 뱀처럼 대꾸하는 장면도 인상깊었습니다.


- 그러나 이 영화의 메인 캐릭터인 챠니는 좀 몰입이 안되더군요. 젠다이아의 얼굴이 고전적인 비쥬얼 영화에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다른 여자 배우들의 얼굴과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지는데, 레베카 퍼거슨, 레아 세이두, 샬롯 램플링, 플로렌스 퓨 같은 주요 배우들과 비교해보면 얼굴이 현대적이고 개성적입니다. 아마 필모 때문에 그럴까요?  듄의 이야기는 그냥 우주를 배경으로 한 중세시대 귀족 다툼이라고 보기 때문에... 티모시 샬라메도 눈썹이 진하고 콧대높은 고전적 얼굴을 갖고 있어서 둘이 한 화면에 잡히면 좀 집중이 안됐습니다. 


- 아마 1편에서 너무 놀랐던 탓인지, 아니면 얼마 전에 보았던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충격 탓인지, 감흥이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빌뇌브의 블록버스터적 야심을 충분히 실감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드니 빌뇌브는 크리스토퍼 놀란과 그 야심이 겹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주 무겁고 거대한 것을 천천히 침몰시킬 때의 중력 같은 걸 감흥으로 담고자 하는 건 아닐지... 2편은 사건의 전개는 빠른데 그 사건들이 잘 연결된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1편보다 재미있다고 하는데 흐름 측면에서는 1편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2편은 영화 전체가 사건들의 연속인데 사건과 사건이 잘 붙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영화 전체가 약간 누군가의 환상이나 백일몽처럼 느껴졌습니다.


- [듄 2]를 보면서 저의 영화적 취향을 다시 확인했네요. 저는 영화가 '악몽'이어야 가장 아름답고 이 장르의 진정한 가치를 담을 수 있다고 믿는 쪽입니다. 그런 쪽에서 별 사건은 없었지만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1편 특유의 그 분위기를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 역시도 자신의 꿈이 악몽이라는 걸 깨닫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1편은 자신도 모르는 꿈을 꾼 뒤 그 꿈이 어떻게 악몽이 되었는지 천천히 확인하는 그런 이야기였다고 개인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 [듄 2] 역시도 악몽의 연속입니다. 그는 미래에 수백만의 사람이 죽는 꿈을 꾸었고 그것이 차근차근 실현되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1에 비해 사건들이 너무 많고 악몽 특유의 허우적거리는 무게감이나 점성이 좀 덜하다고 느꼈습니다. 속도감을 위해선 어쩔 수 없었겠죠. 폴은 가짜 선지자의 입장을 받아들이기로 완전히 마음먹었는데 이게 어떤 악몽을 초래할지 3편이 궁금합니다.


- 일단... 재관람을 하고 좀 감상을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나가는 입장에서 비백인을 백인이 마구 학살하는 장면들은 영화로 따로 떼어놓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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