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멍하니 있을 때 하는 상상 10개 중 1개를 공개하자면..

저는 가끔 인생의 아카이브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온 과거의 날들과 기억들이 모두 백업되어 있고, 더불어 가상화가 가능한 공간이나 체계요.


예시를 들면 이런거죠.

심심하고 우울한 어느 순간에, 인생의 아카이브를 불러오면, 제가 살아온 과거의 날들과 사건들이 목록과 썸네일로 쭉 뜹니다.

그리고 저는 고민하다가 2006년의 어느 날로 돌아가는거에요. (그 날은 제가 연상의 누님에게 첫키스를 당했던 날 아흥 ㅋ) 

그럼 그 날의 일상이 다시 재현되고, 그 하루를 살아볼 수 있는겁니다.

그 때의 사람들, 광경, 사건, 인지와 감각 등등이 모두 동일하게 다시 로드되고, 생생하게 다시 그 날을 살아볼 수 있는거죠.


다만 우리가 과거의 그 날과 같이 100% 같은 행동과 생각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원한다면, 그러한 되새김된 환경과 사건 속에서 과거와는 다르게 행동하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에 맞게 또 새로운 사건과 반응이 나오는거에요.

...


그런데 이렇게 되면 또 이후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무한한 평행세계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머리아프지 않게 그냥 그 'load'와 '가상화'의 시간적 제한을 단 하루로 두는겁니다.

그러니까 즐거운 추억이나 깨달음 등등이 있어 다시 돌아가고픈 그 날로 돌아가서 원한다면 똑같은 경험을 해본다던가,

아니면 새로운 사건을 일으켜본다던가(싸워서 헤어진 친구와 사과를 한다던가..) 할 수는 있지만, 딱 그 하루로 끝나는겁니다.

이후의 현재나 미래에는 영향이 없고요.



...

그냥 상상인데 너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네요 ㅋㅋ

가끔 이런 상상을 하면서, 정말로 이런 시스템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나는 어떤 날로 돌아가보고픈가 ~ 또 무얼 해보고픈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과거의 친구나 연인과 가장 행복했던 날

~맛있는 것을 먹거나, 재미있는 것을 경험했던 날

~큰 잘못이나 다툼이 있어서, 가상으로나마 이를 바로잡아보고 싶은 기억

~어릴 적 졌던 싸움 때로 돌아가서 이겨보기 (-_-;;)

~정말정말 어렸을 때로 돌아가서 추억 되새김질 하기

~일단 랜덤으로 과거로 돌아가서, 지인을 붙잡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설명해주고 반응 지켜보기

~다니는 학교나 사는 곳의 과거 모습을 구경하기

~옛날 TV프로그램이나 광고 구경하기


등등등이 있어요.

ㅋㅋㅋ 생각보다 실없네요.


어차피 미래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면, (또 어느 정도 의도대로 통제하려고 하는 과정 자체가 요즘은 꽤나 힘겨운 일이니까요..)

과거라도 더 음미하는 것도 괜찮다라는 생각이랄까요.

오늘도 문득 이런 상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_-;; (취업 어떻게 하려고 T.T...)


..

언젠가 '살아야 하는 이유'(강상중)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 말하길, (굉장히 간단화시켜보면)

"앞으로의 미래는, 저성장과 잠재적 갈등의 표출로 인해 상당히 고난하며 불안으로 점철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기에 미래에서 부와 명성을 획득하거나, 혹은 고성장기 때 제시되었던 중산층 수준의 행복을 찾기는 상당히 어려울지도 모른다

때문에, 통제할 수 없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서 행복의 조건을 찾기보다는 축적된 과거에서 삶의 이유와 행복의 근거를 찾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라는 메세지였어요.


....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런 아카이브라는 것이 있다면,

생각보다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좋았던, 행복했던 과거를 되새김질하며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행복의 근거를 찾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

이상한 상상 끝!.


//



위에서 말한 책의 본문? 같은 것을 찾아봤어요.

결국 결론이 다음과 같은 문장입니다..


행복이나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가면서 살아가는 것, 
과거의 축적이 그 사람의 인생이고 지금을 소중히 하며 좋은 과거를 만드는 것
두려워할 필요도 앖고 기죽을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괜찮다는 것.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 생각되어도, 
마침내 인생이 끝나는 1초 전까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 
특별하지 않아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는 것. 
그러니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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