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파티

2015.06.22 18:43

말하는작은개 조회 수:646

먼 먼 미래 이야기입니다. 인류가 진화함에 따라 사람들의 뇌는 점점 커졌고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뇌를 따로 꺼내서 항아리에 담아두어 집에 두는 풍습이 생겼습니다. 엄마, 아빠, 아이 2명이 한 가정에 살고 있다면 집에는 항아리가 네 개가 되는 것이지요. 마치 뇌를 따로 꺼내두는 것이 옛날 옛적 이야기 <토끼전>같다고나 할까요? 토끼는 간을 꺼내서 돌밑에 감추어두었다고 했지만 미래에서는 뇌를 집안에 감추어두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인류는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는 미래의 어린이였는데 엄마와 아빠와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그때의 어린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것은 왕따문화도, 포켓몬스터도 아니었습니다. 우리들은 파티를 했습니다. 밤마다 벌어지는 은밀한 파티였습니다. 그날도 저는 밤에 부모님 몰래 집을 빠져나왔어요. 간식으로 먹을 요구르트와 초코파이도 챙겨왔습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모여있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이었습니다. 그애들은 모두 항아리를 옆에 끼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우리는 둥그렇게 원모양으로 둘러앉았습니다. 그곳은 부모님이 멀리 여행가신 아이의 집이라 어른들이 감시할 것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리들이 안심하며 파티장소로 택한 것이었습니다.


"자, 시작하자"


모두가 항아리를 꺼내 앞으로 밀어놓았습니다. 그곳엔 엄마와 아빠의 뇌가 담겨있었습니다.

한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가 먼저 발언권을 얻었습니다. 아이는 뾰로통한 말투로 말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나와 이상한 약속을 했어. 엄마가 나보러 영어학원에 가라고 하시는 거야. 그래서 싫다고 했는데, 엄마가 억지로 가라고 해서 가기로 해서 다니고 있어. 그런데 배우다 보니까 재미가 없는거야. 너무 어렵고. 그래서 안가고 싶다고 했더니 엄마가 나랑 약속하지 않았느냐면서, 왜 약속을 어기는 아이가 되냐고 하는 거야. 실망스럽다고. 화가 난다고."

"아줌마가 나빴어"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건 엄마의 약속이지 내 약속이 아니잖아! 애초에 엄마가 정한 거라고!"


소녀는 화를 내며 품속에서 식칼을 꺼냈습니다. 시퍼렇게 빛나는, 부모님들이 요리할 때 쓰는 날카로운 파란 빛의 식칼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항아리에 칼을 집어넣어 절구를 찧듯이 쾅쾅 찧었습니다.

그 순간에 소녀의 집에서 자고있던 아줌마는 비명을 지르며 피를 토하고 죽어버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초등학생 6학년 오빠는 아버지가 맨날 라면만 끓여준다고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것은 죄가 너무 약하다고 생각이 되어 바늘 몇개를 아버지의 뇌에 꽂아놓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하였고, 저희집 건너편에 사는 초등학생 1학년 동생은 부모님이 언니와 자신을 차별한다며, 공부를 잘하는 언니와 자신을 맨날 비교한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그것은 공분하였고 망치로 뇌를 내리찧는 것으로 복수를 하였습니다. 아마 그녀의 부모님은 좀 많이 아팠을 것입니다.


저의 이야기 차례에 저는 매를 맞는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잘못할 때마다 저를 때렸습니다. 미래시대에 그것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말을 안듣는 아이는 때리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일 것입니다. 잘못해서 매를 맞는 것은, 어쩌면 잘못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아빠는 손에 잡히는대로 저를 팼습니다. 허리띠 벨트, 옷걸이, 아빠의 손바닥, 골프채 등으로 몸이 파랗게 되도록 맞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엄마아빠가 저를 반드시 때려야했다면, 제가 너무 말을 듣지 않아 때려야 했다면 아무 감정없이 때리는 건 안되었을까요? 화를 낼때의 엄마아빠는 마치 불을 뿜는 용과도 같았습니다. 용의 불꽃에 저는 슬펐고 아팠습니다. 

얘기가 끝나자 저는 항아리를 번쩍 들어 바닥에 내리쳐 부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발길질을 해주었습니다. 조고만 발길질이였지만은 여러명이 함께하니 큰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각자 가져온 간식들을 나누어먹으면서 만화영화를 함께 보았습니다. 뭔가 커다란 일을 실행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흥겨운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 엄마아빠는 죽어있었습니다. 침대가 피로 빨갛게 변해있었습니다. 나는 그앞에 무릎을 꿇고 쓰러져 엉엉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엄마아빠는 그래도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나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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