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듀게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 한 달 남짓입니다. 그리고, 그 짧은 사이에 이 글의 제목에 언급된 저런 류의 말을 무려 세 번을 봤어요. 기억이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게이들이 혐오스럽다는 점 까지는 일단 인정을 해야한다. 하지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방향으로 합의를 맞춰야 한다’는 글이 있었고, 불과 하루 이틀 전엔 ‘동성애자들은 감성적으로 불편하지만 그래도 불편하단 이유로 그들의 인권을 지지하지 않는 건 어불성설’이란 글이 있었죠. 또 하나 뭐 있었는데 그건 잘 기억이 안 나고요. 여하튼 일단 ‘혐오스러운 건 맞지만 그러지 말자’는 것이 이 분들의 주장입니다.

 

성소수자로서 제가 기가 막힌 것은 저걸 스스로 ‘개념 발언’정도로 생각하고 계시는 작성자분들의 태도입니다. 뭐, 이 사회에서 오가는 온갖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 발언들을 취합해 살펴볼 때, 발언의 수위만 놓고 보자면 저거보다 더 한 것도 발에 채이긴 하죠. 특히 정치적으로 자칭 보수라는 기독교인들이랑 얘기하다보면 화가 나거나 반박할 논리가 모자라서가아니라 그냥 신기해서, 정말 순수하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하고 신기해서 말문이 막힐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듀게. 요구되는 정치적 공정성의 수위가 더 높죠. 그리고 뭐 여기가 듀게가 아니라 일베이더라도, 수위가 하나만큼 잘못됐든 열 만큼 잘못됐든 잘못된 발언이면 비난받을 수 있죠. 지금 이 글에서 제가 하는 것이 그거고요.

 

한국의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너무 형편없는 수준이라, 이걸 이해시키려면 꼭 다른 걸 끌어와서 빗대야 합니다. 만약 게시판에 누가 이런 말을 했다 칩시다.

 

-흑인이 못 생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외모 혐오 발언은 하지 말아야죠.

-※※도 사람들이 사기꾼인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역 차별 발언은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발언으로 보이십니까. 일단은 ‘아니’라고 말만 써놨지 명백한 인종차별, 지역차별이고, 자기가 차별주의자인지도 모르고 있는데다, 심지어 정치적으로 공정한 척까지 하고 있어요.

 

성소수자들의 성적 지향을 ‘취향’이라시는데, 예. 토끼들한테 풀맛은 취향에 잘 맞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풀이 취향이라 풀을 뜯는 건 아니죠. 취향, 취향 하면서 그거 바뀐(고친)사람들도 있다더라 하는 소릴 여기저기서들 지껄이시는데, 도리어 ‘성소수자가 싫어하는 것’이 진짜 ‘취향’이에요. 게이를 싫어하는 취향요. 일단 이성애자 중에도 남이 어떤 성적 지향을 가졌든 관심없는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 이성애자이면서 성소수자들의 문화를 하나의 문화적 취향으로 소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물론 이들이 정말 성소수자 인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토론이 필요하겠습니다만,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성소수자’라는 말 하나로 성소수자 개개인은 묶이지 않습니다. 간혹 보수 기독교인들과 얘기하다보면 게이 = 홍석천인 경우를 몹시 흔하게 보는데 게이들도 정말 천향지차 천차만별 각양각색입니다. 본인 스스로 ‘혐오스러운 성소수자’의 이미지를 만들어놓고 퉁쳐서 혐오하는 것과, 한국 여성들을 ‘김치녀’로 퉁쳐서 혐오하는 것은 얼마나 다를까요? 크게 다를까요?

 

‘발언의 의도엔 혐오가 없었다’는 말로 ‘작성자가 이 사안에 지나치게 예민하다’실수도 있습니다만, 만일 그런 의견을 누가 제시한다면 전 ‘발언의 의도 자체는 혐오가 아니었다’는 전제 자체에 물음표를 던지겠습니다. 저 분들은 분명 ‘성소수자들이 혐오스럽다’고 했고, 그 말을 직접 ‘썼습니다’. 그것만으로 비난받을 근거는 충분합니다. ‘게이들 다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는 발언보다 ‘덜’비난받을 이유일 순 있겠습니다만.(과격한 비유라고요? 이빨 여러개 빼신 어느 남자 연예인이 직접 하신 말씀입니다)

 

게시판의 피로도를 지나치게 높이지 않는 선에서, 그러니까 단어 사용 등을 좀 유순하게 하는 선에서, 앞으로도 게시판 내 성소수자 혐오, 희롱등의 발언이 확인되면 가차없이 지적하고 토론을 유도할 생각입니다. 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성소수자 인권 지지는 누군가에겐 그냥 올바른 생각, 진보적인 태도일지 몰라도 또 다른 누군가한텐 그냥 ‘생존’의 문제에요. 숨쉬는 문제입니다. 이 점, 기억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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