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야기.

2015.09.22 10:54

구름진 하늘 조회 수:2839


1. 지난 7월 즈음 일을 그만둔 후, 한 달 정도 쉬는 기간을 갖고, 다시 구직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지원한 곳은 알바 포함 수십 군데.(정확히 그 수를 다 세려면 마음이 아픕니다.)

그중 연락 온 곳은 5 군데 정도.

그중 최종 채용 알려온 곳은 2곳뿐인데, 그마저도 나가지 않게 될 사정이 있었습니다.

한 곳은 회사를 믿고 근속할 수 있을지 염려되는 곳이었고(일반적으로 근무 조건을 고려하는 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취직도 아무 곳에나 하기 두려운 세상이 아닌가 합니다)


나머지 한 곳은 아르바이트였는데,

프랜차이즈 커피점의 파트타임이었습니다.

당장 제가 꼭 하고 싶은 분야에 알맞은 근무 조건이 나타나지 않고, 또 저를 채용해 주지 않는다면,

일단 아이가 어린이집 간 동안을 활용할 수 있는 푼돈벌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된 곳이었습니다.

그 분야에서 최저인 시급만 따진다면 푼돈벌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프랜차이즈니만큼

조건에 맞게 근속할 시 주휴수당도 챙겨주겠거니 하고, 주휴수당까지 받으면 그래도 생활에 보탬이 될 만한

돈이 되겠거니 하고 지원을 했고,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면접이 끝날 무렵, 주휴수당에 관한 것을 물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면접 장소인 가게에 도착했고

그 지점의 매니저인 듯한 분과 마주앉게 되었는데

그 분이 대번에 한다는 말이


"저희 지점은 주 14시간 근무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였습니다.



(주휴수당은, 일주일 동안 주 15시간 이상 근무를 충족하는 이에게 주어집니다)


분명 매일 3시간씩 일하는 시간을 합하면 정확히 주 15시간이 되는데, 이게 무슨 말이지 싶어 좀더 물으니

5일 중 하루는 근무하는 사람의 의견과는 관계없이 2시간만 일하게 한답니다.

그러면 주 14시간, 주휴수당이 발생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다른 지점은 이렇지 않지 않냐고 조심스레 물으니

상대분도 "지점마다 (채용하는) 코드(규칙 같은 것이 아닌가 했습니다)가 달라서요..."라고 답하더라구요.


어차피 그 매니저가 그 지점의 주인도 아닌 것이 뻔한데,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 따져 봤자 소용이 없을 듯했습니다.

제가 놀라고 어이없어 하는 기색이 또렷했던지, 상대분이 "일하기 괜찮으시겠어요?" 계속 물으시더군요.

일단 일을 할 생각이 있다고 하고, 상대쪽에서는 연락 주겠다고 하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잠시 뒤에 연락이 와서 언제부터 나와달라고 말을 하더군요. 알겠다고 했는데...


정말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나름 이쪽에서는 대기업이라는 곳인데. 이렇게 꼼수를 부리는구나 싶더군요.

대기업들 중에 맨 아래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복지는 정말 챙겨주지 않고, 그 대기업의 규모에 비해

근무자들에게는 정말 박한 대접을 한다더니 이런 식으로도 하는구나,

제가 겪은 일은 정말 수많은 분들의 억울한 일에 비하면 새발의 피겠지만,

작은 일이나마 당하니 정말 기분이 더럽더군요.


이렇게 파트타임을 하게 되면, 돈은 조금이나마 벌겠지만 구직을 비롯해 제가 해야 하는 다른 활동들에 제약도 있을 테고...

저녁에 지나가는 말로 어머니께 나 이러저러한 데서 일하게 되었다, 고 말하자

어머니가 그만두라고 딱 잘라 말씀하시더군요.

네가 그런 근무 조건을 받아들이고 일하는 건, 그들의 그런 수를 방관하는 꼴이라고, 

그곳 말고 일할 데 없겠냐고, 그만두라고. (저희 어머니는 원래 대쪽같기만 한 분은 아닙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여기시는 타입입니다...;

그런데도 이 부분에서는 꽤 단호하게 말씀하시더군요)



그러잖아도 여러모로 영 찜찜하던 차에 그 말씀을 들으니 역시, 싶었습니다.

다음날 기회 주셔서 감사하지만 나가지 않겠다고 뜻을 전했습니다.


2. 1.의 일이 있었던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열흘 전쯤 면접본 다른 곳에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의 일입니다.

이곳은 일반 회사의 서비스직을 맡아하는 일로, 서비스직이긴 하지만 나이 제한에도 걸리지 않고,

근무 형태나 조건이 안정적이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면접 본 지 시간이 꽤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아(구직사이트에는 그 회사의 공고가 계속 떠 있긴 했지만)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락이 와서는 아직 취직 안 했으면 나올 수 있겠냐더군요.

내심 기뻤습니다. 하도 취직이 안 되던 차에, 별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흥미가 있었던 일, 근무 조건이(겉으로 보기에)나쁘지 않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 기뻐서

아침에 연락을 받고,점심때까지도 마음이 밝았습니다.

안색이 밝아지듯 바뀐 마음을 느끼고, 그간 내 마음이 꽤나 어두웠구나, 실감하게 되었고요.

일할 곳이 생긴 것이 이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구나 느꼈습니다.


그런데 점심 때가 지나, 전화가 왔습니다.

아까 전화온 그곳이었습니다. 그 회사 대표님께 저의 상황(아이가 있는)을 말씀드렸더니,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 편히 뭘 시킬 수 있겠냐면서 부담스러워 하시더라는 거였습니다.

제가 처음 면접볼 때 숨긴 것도 아니고, 충분히 육아에 대한 대책도 이야기했고,

어차피 서비스직인 걸 알고(궂은 일도 하리라는 걸 감당하고) 지원한 일인데

이제 와서 그런 핑계를 댄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위의 생각처럼 대답을 해도 통하지 않더군요.

그러면서, 하루 이틀만 다른 사람들 면접을 더 보고, 그러고도 (별 사람 더)없으면 다시 연락줄 테니 출근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뭘 더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러시라고 했지요.


전화를 끊고, 또 기분이 흐려지더군요.

그러잖아도 그 전화를 받기 전, 다시 한 번 구직사이트에 갔다가 그 회사의 공고가 

아직 마감이 하루 이틀 더 남아 있고, '30분 전에도 다른 사람이 (이 회사 이 분야에 )지원했습니다' 라는 표가 거듭 뜨는 걸 보았거든요.

아마 아침에 제게 전화할 때엔, 어차피 마감이 다 됐는데 더 이상 괜찮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니 

(크게 마음에 차진 않았던 듯하지만) 제게 연락을 했던 건데,

마감 임박하여 계속 지원자가 밀려드니 아마 마음이 바뀐 모양이지요.

그래서 저런 핑계를 댔나 싶습니다.

만약 저 '핑계'가 핑계가 아니라면, 그 대표님아란 분은 제가 맡으려던 그 직급의 사원을

'얼마나 편하게 대하려고' 부담스럽다고 한 건지 좀 의심스럽기도 하더군요. 핑계건 아니건 담백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뭐, 세상 살다 보면, 직장생활 하다 보면 이꼴저꼴 다 본다지만,

직장도 제대로 다니기 전에 기운 빠지고 기분 더럽게 하는 일들을 계속 겪네요.

혹 '저만한 일로 뭘...'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리라는 건 압니다만,

정해진 자리도 없이 계속해서 '을 오브 을'로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되니, 제대로 사회에 나서보기도 전에 기운이 쑥쑥 빠집니다.

용기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3.세번째 이야기는 다시 묻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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