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11.19 04:57

여은성 조회 수:700


 1.어렸을 때라고 하긴 뭐하지만 어쨌든 뭐랄까...아직 스스로를 믿던 때가 있었어요. 스스로의 잠재력에 대해 말이죠. 


 내가 어느날 빈둥거리기를 그만두고 노력이라는 걸 시작하면 모든 걸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었죠. 그래서 늘 오늘까지만 빈둥거리고 내일부터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주억거리곤 했어요. 그때는 그래도 행복했어요. 뭐랄까...고치 안에 있는 그런 느낌이요. 언젠가는 고치 안을 나가야겠지만 그날이 오늘은 아니라고 여기며 살아가던 때였죠. 


 그러던 어느날 사는 곳에 좋은 소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상업지구인지 뭔지 하는 소식요. 그건 리만가설이나 상대성이론과 비슷한 거였어요.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그런 거 말이죠. 



 2.부동산이라는 건 그래요. 아니, 어떤 바닥이든 그렇겠죠. 일단은 루머가 도는 거죠. 한데 증권시장에서는 루머가 돌면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곧 결판이 나지만 부동산은 아니예요. 루머는 마치 유령처럼, 도시전설처럼 잊을 만하면 조금씩 변주되어 맴돌죠. 녀석들은 컴백할 때마다 그럴듯한 근거 하나쯤은 가지고 돌아와요.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2~3년 간격으로 그 소문이 들려오곤 했어요. 그러던 와중 08년 총선 유세기간에 정몽준이 동네에 왔어요. 지역 유지들이 총집합했고 정몽준은 기존 루머보다 강화된 것을 날렸어요. 뉴타운 떡밥이요.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고요? 믿고 싶었으니까요. 저는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는 믿고 싶은 걸 믿어버리는 녀석이었어요. 물론 제 손으로 정몽준을 뽑지는 않았지만요.


 

 3.그리고 이런저런 걸 하고...시간이 지나가다가 또 루머가 들려왔어요. 이번엔 정부인지 서울시에서인지 이곳을 용도변경하기에 적합한지 감정하라고, 어딘가에 용역을 내렸다는 소문이었어요. 하지만 그때쯤에는 이미 부동산은 내가 서있을 감나무 밑이 아닌가보다 하고 다른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때였어요. 그리고 또 몇년...



 4.휴.



 5.또 몇년. 이유는 모르겠지만 재선에 성공한 정몽준이 자폭 스위치를 눌렀고 나경원이 들어왔어요. 놀랍진 않았어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세상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휴. 그리고 나경원을 딱히 싫어하는 것도 아니긴 했고요.


 그리고 또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이번에도 빌어먹을 소문을 무시하려 했지만 그 소문이 얼마 후 네이버뉴스 메인에 떠있는 걸 보고 클릭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소문은 또다시 좀더 그럴듯한 이름으로 바뀌어 진행되고 있었어요.


 내 안에 있는 잠재력만 끄집어내면 쉽게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믿을 정도로 어렸던 시절에 들었던 소문이 시 단위 계획으로 확정되어 있는 걸 보니 감회가 새롭긴 했어요. 여러번 썼듯이, 김밥천국 스페셜세트를 먹기 위해 다른 한 끼는 굶어야 했던 시절이죠.



 6.성당을 다니지는 않지만 이 구역 성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손바닥 보듯이 훤히 보고 있어요. 성당에 대해 알게 된 건, 그곳은 지역사회 모임이라는 거죠. 하느님을 더 믿는 사람이 큰소리치는 곳이 아니라 그냥 이 지역에서 큰소리치는 사람이 성당에서도 큰소리치는 거예요.


 어쨌든 그 성당에 몇 번인가 나경원이 왔다고 하더군요. 흠. 너무 자세히 써서 이 글이 듀게 밖으로 나가는 건 원치 않으니...그냥 줄여 보자면 나경원은 이런 저런 언급을 했다는 거예요. 한데 그 언급을 가만히 보니 그건 완전 숟가락 얹기였어요. 이 지역 개발은 서울시에서 하는 건데, 나경원이 재선되든 말든 이 개발계획의 연속성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거든요. 처음에는 약간 혹해서 '이거 설마 내 손으로 나경원을 찍어야 하는건가?' 했지만요.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7.언젠가 써보려 했는데 잘 안된 이야기 중 하나가 음악에 관한 거예요. 저는 진짜로 바이올린을 잘했어요. 어떤 분은 이럴지도 모르죠.


 '왜 자꾸 새로운 사실이 튀어나오는 거지? 왜 이사람 이야기는 억지로 시즌을 늘려 가는 드라마 같은 거지?'


 흠, 하지만 사실이예요. 진짜 바이올린을 잘했어요. 너무 잘해서 어린 마음에 나자신을 특별하게 여길 정도로요. 한데 진짜일까요? 만약 그때 외국으로 떠났다면 특별한 녀석들 사이에서도 특별할 수 있었을까요? 그야 모르죠. 그런 시도조차 해볼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때 느끼던 특별한 감각은 여전히 기억해요. 처음 본 악보도 전혀 허둥대지 않고 전력질주를 하듯이 잘 달려나가던 그 느낌이요. 너무 쉬워서 더 어려운 악보가 없나 하다가 피아노 악보를 꺼내서 피아노곡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고 그랬던 것 말이죠.


 휴.


 부동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형이상학적인 이야기가 나오니 이상하겠지만, 이 둘은 사실 같은 거예요. 저에게는요. 다음에 살 집은 언젠가 팔아먹고 남겨먹기 위해 사는 집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살 집, 마지막으로 이사가는 집이 됐으면 좋겠어요. 휴. 그러면 다시 바이올린을 사는 거죠. 바이올린도 켜고 열심히 그린 만화를 인터넷에 공짜로 올리며 살아가고 싶네요.


 다시 고치 안으로 들어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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