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6.03.03 04:48

여은성 조회 수:653


 1.주위에 좀 배웠거나 좀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그렇거든요. 꼰대가 되는 걸 스스로 경계한다고 말하고 다녀요. 사람 좋은 웃음을 띄면서요. 하지만 아니거든요. 어떤 사람이 꼰대가 되었다면 그는 이미 꼰대가 된 거예요. 비가역적인 거죠. 세상에 꼰대가 아닌 척 보이려는 시도는 오히려 꼰대짓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상대에게 그동안 못한 꼰대짓을 다 하게 만든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60억 지구인들 모두에게 공평하게 꼰대짓을 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꼰대짓을 한 번 못하면 다른 누군가가 내 꼰대짓을 두 번 당하게 되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기 위해 늘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죠. 남은 선택이라곤 옵션이 많은 꼰대가 되느냐 옵션이 적은 꼰대가 되느냐지 꼰대가 되느냐 안 되느냐가 아니니까요.


 '그러면 어른은 무조건 꼰대가 된다는 건가?'라고 할 수도 있겠죠. 요즘 인생을 바둑에 비유하곤 하는데...도저히 바꿀 수 없는 자신만의 기풍을 가지게 되는 게 곧 꼰대가 되는 거라고 여기고 있어요. 도저히 바뀌어지지 않는 언행이나 수법, 태도는 어차피 누군가를 열받게 만들 거고 열받은 그 사람에게는 그게 어떻게 포장하든 꼰대짓이 되는 거니까요. 

 

 

 2.주주총회의 시기군요. 기업들이 주총 훌리들 한게임만 뛰고 체력 아끼라고 주총을 한날에 몰아서 열어주는 배려를 보이네요. 예전에는 주총 통지서를 보며 이번엔 어디를 가볼까 하고 주억거리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다신 갈일 없을 것 같아요. 재미도 없고 주는 것도 없어서요. 여기에는 어떤 일화가 있는데...기회가 되면 썰을 풀어보고 싶네요.



 3.빌어먹을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어요. 제일 좋은 버전, 제일 젊은 버전의 내가 매일 사라지는 기분이예요. 언젠가부터 의식하기 시작한 사실인데 남아있는 평생 중 오늘의 내가 제일 젊고 제일 좋은 버전이니까요. 그래서 하루라도 낭비하면 그날은 영 기분이 좋지 않은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나이가 어리든 나이가 많든 그 나이대에 맞는 행복이 있다고 하지만 내게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엔 언제인지 모를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 늘 오늘을 저당잡히는 날을 살아야 했거든요. 다시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아요. 어린 시절이란 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단지예요. 혼돈이나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여야 즐기는 거지,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안개 속에서 동아줄 하나를 간신히 잡기 위해 매일을 저당잡히는 나날은 정말 끔찍한 거예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복기해보면 어린 시절에 한 노력들은 거의가 삽질이었어요. 년 단위로 세대가 바뀌고 패러다임이 바뀌는 세상인데 그때 했던 짓거리들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불안했기 때문에 남들이 허우적거리는 걸 따라서 허우적거려 본 것뿐이었어요.


 그리고 나이가 먹으면...? 다른 사람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내게 나이먹는 건 끔찍한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평생 같이 갈 친구나 보살펴야 할 가족이 있겠지만 그런 인생은 못 살 것 같거든요. 아무리 봐도 친구라는 개념은 허상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그냥 자신이 잘 보여야 하는 상대 앞에서는 얼마든지 착한척을 할 수 있으니 말이죠. 소위 내 친구라던 인간들이 다른 곳에 가서 만만한 사람을 대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한 발만 삐끗했으면 저 만만한 사람이 있는 자리가 내가 있는 자리였을 거니까요. 그래서 친구라는 사람들보다는 차라리 '오늘 우리 가게 와서 매상 좀 올려줘.'하는 사람이 더 진솔하고 정진정명해요. 확실한 이해관계로 정리된 관계만이 의심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관계죠.


 지금이야말로 어린 나와 늙은 버전의 나 사이에 있는 유일하게 행복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어요.



 4.흠



 5.의심과 편견과 아집이 많은 편이라 실제로 체험하기 전엔 뭘 잘 믿지 않아요. 그래서 축구 경기를 보면서 해설자들이 교체로 투입된 선수에게 '저 선수는 몸이 덜 풀려서 좀더 뛰어야 제실력이 나올 것이다'하는 말을 못 믿었어요. 볼을 차는 감각이나 시야 같은 것 말고 힘이나 속도 같은 면에서도 그렇다는 걸요. 아무리 생각해도 몸을 막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최대의 퍼포먼스가 나오는 거지 체력이 소모된 상태에서 더 몸이 잘 움직일 리가 없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운동을 해보니 그것을 자동차의 기어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게 됐어요. 자동차가 기어 1단으로 달릴 때는 제 속력을 못 내고 2~3~4~5단으로 가면서 점점 최대속도를 낼 수 있는 거니까요. 그동안 저 위에 있는 해설자들의 말이 이해가 안 됐던 건 내 몸이 기어 1단짜리 머신이었기 때문이었구나 하고 알게 됐어요. 운동을 몇 분 정도 해야 근력이든 러닝의 리듬감이든 제 궤도에 오르는 느낌이예요. 


 뭐 프로선수들이야 기어가 여러 단까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2단 정도인 것 같네요. 운동을 엄청 싫어하긴 하지만 이건 적금 붓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아무리 적금을 붓는 게 성미에 안 맞는 사람이라도 이미 적금을 많이 냈으면 지금까지 낸 적금을 날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적금을 붓겠죠. 유산소는 먹으면 원상태로 복구되기 때문에 그런 감각이 덜 하긴 해요. 한데 무산소 계열은 안 하려다가도 쌓인 적금을 보며 '그래도 이만큼 적금을 냈는데...'하고 툴툴거리며 하곤 해요. 만기가 없는 적금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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