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6.08.12 11:20

여은성 조회 수:645


 1.친구가 조금 실망한 듯 제게 요즘은 왜 사람 이야기밖에 하지 않느냐고 했어요. 요즘은 인간들이 자네를 미치게 만드는 것 같다면서요.



 2.하지만 뭐 그렇잖아요.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내내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뭔가에 사로잡혀 있거나 나를 고양감에 돌아버리게 만드는 뭔가에 사로잡혀 있거나를 선택해야 하거든요. 사실 여기서 우울함과 돌아버리는 것의 차이는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 아니예요. 우울한 상태는 같은 트랙을 계속해서 빙빙 도는 상태고 고양된 상태는 불나방처럼 어떤 목표점을 향해 내달리는 상태인거죠. 


 그건 달과 비슷한 거예요. 그것을 향해 뛰기 시작했을 때는 오묘한 빛과 영롱한 빛을 띄지만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면 빛나는 건 없고 푸석푸석한 곰보 같은 표면만이 눈에 띄게 되는 거죠. 그럼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또다른 달을 향해 뛰기 시작하는 거죠. 어쨌든 우울함에 사로잡혀 있는 것보다는 고양된 상태가 좋긴 해요. 


 우울한 상태는 언제나 복권이 맞지 않았을 때의 기분을 느끼고 살아야 하지만 고양된 상태는 대부분의 시간을 너무 멀어서 보이지 않는 복권 당첨 번호를 확인하러 뛰어가는 기분으로 살게 되니까요. 물론 복권이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둘 다 같지만요.



 3.그러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감정의 상태가 아닌거죠. 친구도 우울한 녀석인 상태의 나보다 미친 녀석인 상태의 나를 대하는 걸 재밌어하니까요. 여기서의 방점은 '왜 인간인가'인 거예요. 그래서 친구에게 대답했어요.



 4.휴.



 5.인간에게 유일하게 지배욕을 동하게 만드는 건 인간뿐이라고요. 왜냐면 물건들은 너무 쉽잖아요. 소유가 곧 지배니까요. 물건은 물건에 써 있는 가격을 치르는 순간 그것을 가지게 되는 거지만 인간은 아니거든요. 어떤 녀석은 매일 흥정을 새로 다시 해야 하는 녀석도 있고요. 하지만 인간은 물건이 아니니까 '너 왜 어제랑 오늘의 가격이 다른 거야?'라고 해봐야 소용없는 거거든요.


 뭐 이건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이긴 해요. '모든 인간은 똑같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살 때는 별로 사람을 만나지 않았거든요. 아 그야 사람이라고 하는 걸 만나기는 했지만 나를 상대하는 사람이 내게 인격을 드러낼 땐 정말 짜증났어요. 사람에게서 인격이 아닌 기능(유용성)만을 보며 살고 싶었죠. 이유는 모르겠어요.


 

 6.사실 지금도 이렇게 바뀐 이유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려 하지 않는 건...이유를 찾으려는 시도가 바로 우울하게 만드는 것에 사로잡히는 행위니까요.



 7.5번 항목에 쓴...인간의 기능만을 보며 살 때의 일화를 한번 써봐요.


 어느날 어떤곳의 뷔페였어요. 초밥을 만드는 코너에 갔는데 먹고 싶은 초밥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초밥을 만드는 사람에게 그 초밥을 좀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그 사람이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으로 초밥을 만드는 걸 보며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군'이라고 주억거렸어요.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어요.


  초밥을 만든 사람이 그 초밥을 놓아야 하는 곳에 놓지 않았어요. 그러는 대신 내가 들고 있는 접시에 직접 초밥을 올려 드리겠다며 접시를 가까이 해달라고 했어요. 나는 그순간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어요. 그래서 그 초밥을 놓는 곳을 가리키며 그곳에 초밥을 놓아 달라고 했어요. 그러면 알아서 내가 그 초밥을 집어가겠다고요. 그런데 그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지금 막 만든 신선한 거라 바로 접시에 올려 드려야 더 맛있게 드실 수 있다며 접시를 가까이 해 달라고 했어요. 웃으면서요. 웃는 표정을 보며 거절하는 건 힘들었지만 그냥 초밥을 놓는 곳에 놔달라고 한번 더 거절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한사코 내 접시에 직접 그 초밥을 놓아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이 내 접시에 초밥을 직접 놓도록 했어요.


 그리고 테이블에 와서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그 초밥을 먹지 않았어요. 그 초밥을 초밥을 놓는 곳에 놓고 내가 그걸 집어왔다면 먹었겠지만 내 접시에 직접 올려놓은 그 초밥을 먹으면 그건 누군가 내게 너무 가까이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그 느낌이 내게 한번 붙어버리면 아무리 씻어내려 해도 결국 씻어낼 수가 없을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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