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의 그을린 사랑

2017.03.22 01:01

보들이 조회 수: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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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 제목이 썩 알맞다는 느낌은 아닌데, 아마 영어가 아닌 불어 제목이라(Incendies) 원제를 그대로 안썼나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시카리오>를 보고 하도 멀미가 나서 드니 빌뇌브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컨택트>를 보고 느낌있네 싶었다가, <그을린 사랑>으로 카운터 핵펀치를 맞은 기분이 되어버렸네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흔한 일일 드라마였다면 막장 스토리로 비웃음 받았을지도 모를 이야기가 전쟁이라는 배경 속에서는 당위성을 얻습니다. 더한 일인들 겪지 못할까.. 여성의 성기를 극사실주의로 묘사한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그리고 남성의 성기를 극사실주의로 묘사한 오를랑의 '전쟁의 기원'이 연상되더군요. 이 데칼코마니 같은 그림들처럼 주인공이 낳은 아이들도 남녀 쌍둥이입니다.

 


- 제가 본 드니 빌뇌브 영화 세 편은 모두 여성 주인공들이 나오는데, 어딘가 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질끈 묶은 머리에 수수한 모습, 차분하고 프로페셔널함.. 주인공이 여성들이어서 그런가 특유의 느리고 섬세한 연출이나, 감정선을 조심히 따라가는 듯한 전개방식 등도 여성적인 무언가처럼 느껴지고요. 페미니즘 같은 표현을 쓴다면 오히려 영화를 한정짓는 일일 수도 있겠고.. <컨택트>나 <그을린 사랑>에서의 어쩌면 모성 신화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은 사람에 따라 좀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 같기도 합니다. 감독 본인은 남성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왠지 관찰자이기에 더욱 세밀한 시각이나 묘사가 가능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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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기가 어려워서 밤에 친구 하려고 한마리 데려왔어요. 

    흑.. 귀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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