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영화를 극장에서 제대로 본 건 두 번째인 것 같네요. 늘 그 찜찜한 분위기랑 한국 남자의 자조적인 웅얼거림이 꼴보기 싫었어요. 그럼에도 예리한 관찰력과 미묘함을 잡아내는 연출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요. 어쩜 저렇게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잘 그려내지? 이 느낌은 웹툰 치즈인더트랩에서도 비슷하게 느꼈죠...

아무튼. 보려고 본 게 아니라 시간대에 맞는 영화가 그것뿐이라서 보게 되었네요. 김민희가 연기를 대체 얼마나 잘했길래? 궁금한 마음도 있었고요. 아. 김민희가 연기를 잘하긴 잘하네요! 연기가 아니라 그냥 평소 대화를 그냥 찍은 느낌이 들 정도. 실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면 될 테니.

영화 외적인 내용을 알고 봤기 때문에 아무래도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어요. '본처' 입장의 여성들이 '결혼 생활은 그냥 남자가 필요해서 한 거지.'라는 말을 한다든가, 또다른 '본처' 입장의 여성이 땍땍거리며 바가지를 긁고 남자를 늙게 만드는 존재라고 묘사되는 것이 참 부당하다고 느껴집니다. 감독은 대놓고 디스를 한 건데, 이 영화가 상을 타고 인정받으니 이 권력의 기울어짐은 어떻게 해소할 방법이 없어 보이네요. 금수저로 태어났고 재능도 있는 남자가, 아내의 그림자 노동으로 성취한 매력과 권력으로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 과정을 그대로 끄적끄적 옮겨서 만든 영화가 전세계 평단의 칭찬을 받고 있네요. 신은 정말 불공평합니다.

영화 자체는 흥미롭습니다. 단편적인 장면으로 인물을 스케치하는 능력이 역시 탁월합니다. 아재1 아재2 캐릭터도 참..

- 흡연권장, 음주권장 영화인 듯 합니다. 19금일 대목이 하나도 없었는데, 음주, 흡연 장면들 땜에 청불 판정을 받은 건가요.

-함부르크에서 같이 다닌 아는 언니는 문성근과 닮지 않았나요?

-검은 옷의 남자 같은 초현실주의적인 장치들은 처음 본 거라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아야 쿨한 관객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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