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 혼내

2021.12.02 15:56

Sonny 조회 수:1119

저는 사실 이번 선거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윤석열과 이재명 모두 대선후보로는 절대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은 끝났고 나머지 인물 중에서 표를 줄 사람을 골라야하는데 안철수와 허경영은 애초에 논외의 존재들이니 어쩌면 참으로 쉬운 선거가 되어버렸죠. 그럼에도 아직 판단이 쉽지 않은 유권자분들에게는 너무 부질없는 고민을 멈추시라고 애정을 담아 말씀드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사표보다 생표가 더 한 지옥이 될 것 같다면 차라리 이번 판에서는 다음 대선을 내다보고 선택하시는 것도 좋은 판단이 될 수 있다는 말씀밖에는 ㅎㅎ


선거에 관심이 없으니 이재명 측의 선거인단에도 당연히 관심이 없었는데요. 이 게시판에서 처음으로 조동연씨라는 인물과 그를 둘러싼 논쟁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드는 의문이, 누가 혼외자식을 가졌다는 게 무슨 큰 결점이냐는 것이죠. 최근에 혼외자식을 갖게 된 사건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당사자성을 가진 인물이 피해자로 직접 밝힌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는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누군가는 상처를 남깁니다. 그게 이재명 선거캠프에서 정책을 홍보하는 것에도 당최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 사람은 혼외자식이 있는 사람이니 그의 모든 정책홍보와 선거캠프 활동이 잘못되었다? 재미있지 않나요. 이 나라는 모 배우가 싱그러운 미소로 각종 제품 광고를 찍으며 자신의 이미지로 신뢰를 약속하는 나라입니다. 조동연씨도 손편지를 써야할까요? 


그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이어가보죠. 사생활은 개판이지만 연기는 정말 잘한다는 평가가 주류의 의견인 듯 합니다. 그러니까 각종 상업 활동 및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것일텐데, 남성의 불륜에 대해 사회적인 시선은 공과 사를 말끔하게 구분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어떻게 보면 배우야말로 그 사람이 자신의 표정과 목소리와 얼굴과 몸이라는, 태생적인 재료들을 가지고 자신의 자아를 표현하는 직업일텐데도요. 놀랍게도 그 배우는 그 스캔들 거의 직후에 어떤 여자를 평생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로맨스의 주인공 역을 연기했습니다만 그 때도 평가는 배우라는 공적인 면과 그 외의 사적인 면을 완전히 가르는 평가가 이루어지더군요. 그러니까 저는 여기 게시판에서 어떤 여성의 10여년전 혼외자식을 가지고 대단한 호들갑을 떠는듯한 반응을 보면 굉장히 의아하단 말이죠. 10년이라는 사건이 지났는데도 그걸 뭔가 대중들에게 공개를 하고 심판씩이나 해야된다고 믿는 게...


더 재미있는 건 그 사실을 대단한 사회적 부정씩이나 된다고 터트린 주체가 강용석이라는 점이죠. 강용석씨야말로 본인의 의뢰인과 불륜을 저질러서 빈축을 샀던 인물이 아닌가요. 세상에 온갖 추문과 오물같은 정보를 흩뿌리고 다니는 사람이 누굴 심판해야한답시고 저렇게 당당하게 나서는 게 매일 황당을 갱신합니다. 어떤 정보라는 건 정치적이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 정보의 출처가 정치적으로 너무 편향되고 내로남불이라면 좀 걸러보게 되지 않나 싶거든요. 저는 가끔 강용석씨의 아들들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남의 혼외자식을 가지고 늘어지기 전에 본인의 혼내자식들이 어떤 생각으로 자신을 볼지 좀 걱정이 될 법도 한데... 뭐 그 쪽 가정의 세계관이 아예 다 그런 쪽이라면 또 억울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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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논쟁을 접하면 정해진 구도 앞에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문제제기를 하는 쪽은 비판하며 비웃을 권리를 갖고 있고, 문제제기에 항의하는 사람은 변호를 하게 된다는 거죠. 그럼 비웃는 쪽을 이 쪽에서도 쌍방으로 비웃어줄까, 혹은 비웃는 쪽을 좀 진정시키고 이해의 방향을 제시할까 두 극단의 방법 사이에서 생각이 오갑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로파이 음악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말랑해져서 딱히 침튀기며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그런 생각은 듭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쉽지 않은 문제를, 늘 누군가의 위선을 발견했다며 비웃으려 애쓰는 사람에게 그 단정적 판단이 가져다줄 효용은 대체 무엇인가 하고요. 타인을 이해하려는 게시판 유저들을 향해 날리는 일침? 본인이 싫어하는 정치적 진영의 사람들을 비웃어주는 꿀잼? 가끔은 타인에게 진지해지는 게 자기자신에게 진지해지는 방법이기도 하죠. 제가 발휘하는 최대한의 진지함이란 그저 최대한 거리를 두고 쉽게 혀를 차는 소리에 화를 내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좀 웃기긴 하지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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