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가 친구가 된다면

2015.03.26 17:38

Kaffesaurus 조회 수:2074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이 나이가 들면 줄어든다는 걸, 심각하게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 3게월 회원가입을 나한테 선물로 할려고 했다는 에밀리와 울로프의 말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정말 뼈저리게 깨닫는다. 학교 다닐때는 한학년 올라가면 반이 바뀌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당연히' 친구가 되고 그랬는데. 대학 친구말대로 대학때가 친구 사귈 수 있었던 마지막 시기였던 건지. 어른이 되고 직장을 다니고, 그러면서 새사람 =새친구라는 공식은 깨진지 오래된것도 있고,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 만날 기회조차 없어, 애인은 둘째 치고 친구도 만들기가 쉽지가 않다. 대학같은 직장에 다니면 비 정규적으로 들어오는 박사 과정과 어쩌다 새로 뽑는 동료들이 (대부분 자리는 새로운데 뽑힌 사람은 새사람이 아닐떄가 많다) 새로 보는 얼굴이다. 


Y를 만난건 스웨덴에서 한국가는 길에서이다. 린쇠핑에서 암스테르담 가는 비행기 비상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면 비행기가 떠도 되기는 하는데 사고가 날 때를 생각해서 모든 95명의 승객들이 같이 갈수는 없다고 했다. 단 80명만 갈 수 있다고.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가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나중에는 결국 비행기사 프로그램이 임의로 사람들을 골랐다. 이때쯤이면 벌써 한시간이 지나가 늦어졌다. 다음 비행기까지 2시간의 텀이 있던 나는 몸이 바짝 마르고 눈물이 그냥 막 나왔다. 정말 울고 싶지 않았는데 며칠전 너무나 힘들었던 크리스마스에 심신이 정말 바닥을 쳐서 집에 가는 것만이 유일한 동아줄이었는데, 이것마져도 이렇게 힘들다니. 더군다나 한시간의 시간이면 뛰면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있다. 타야한다. 그런데 선물이에, 선물이 가방에 내 가방에 이 모든 걸 들고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암스테르담 공항을 뛰어야 한다는 생각, 중간에 패스 콘트롤에 짐 검사를 지나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니 눈물이 마구 흘러나왔다. 그때 옆에 서있던 Y가 어깨에 손을 대고 잘 될거에요. 회사에서 다 알아서 도와줄거에요 울지 마세요 라고 위안을 건냈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 그러고 나서도 비행기안 무게 균형을 맞추기 위해 (! 진짜로) 비행장이 손으로 자리 배치를 하느라, 우리 모두는 다음에 탈 비행기를 놓쳤고, (차라리 이때는 마음이 아주 편했음) 도착하기 전에 이미 비행기 안에서 다음 비행기들이 다들 이미 해결되었습니다. 안내 데스크에 가세요 란 말을 들었다. 비행기장으로 가는 버스에서 다시, 안내 데스트에서 다시 그리고 항공회사에서 예약한 호텔가는 버스에서 다시 Y를 만났다. 그러면서 그가 내가 사는 곳에서 정말 걸어서 5분 거리에 산다는 거, 그가 탈 다음 비행기는 사실 다른 항공 회사여서 보딩 카드도 없었다는 거, 그의 스웨덴 회사에서의 계약은 3년 이라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호텔방으로 가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그는 저녁 드실건가요? 라고 물어왔다. 벌써 밤 11시여서 아니요 자고 내일 아침 5시에 일어나야 해요, 라고 한 뒤, 린쇠핑에서 볼까요? 했더니 자기의 비지니스카드를 건내주었다. 저는 없습니다. 라고 말한뒤 제가 메일 보낼께요 라고 말하고 헤어졌다. 


한국에서, 스웨덴에서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나보도 더 골치아픈 상황이었는데 그 순간 화를 내지 않은 그의 모습이 생각났다. 나는 이런 상황이었다면 욕부터 했을 사람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전혀 알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이 운다고, 그 모습을 짜증내며 바라보지 않고, 위로할 수 있는 마음이 있는 그가 생각났다. 그래서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fika (차마시기) 할래요? 라고 메일을 보냈다. 2주가 넘게 답이 없어서, 아 그냥 한 말인가 보다 했는데, 출장중이었다면서 정말 반갑다고 답이 왔다. 약간 긴장하면서 만난 첫 만남, 그리고, 지난 주에 오로라 현상이 일어났는데 전화하면 깨울 늦은 시각이라, 내가 이래도 되나 했어요, 다음에는 깨울까요? (음.. 이거 흔한 현상아닌데) 라고 물어보고, 이번 주 주말에 파이를 구워 fika를 하기로 했다. 


우리가 어떤 사이가 될지는 모른다. 그도 외롭고 나도 외롭고, 둘이 순간 외로운 걸 덜어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은가? 라고 스스로한테 말한다. 

우리가 진정 친구가 된다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 지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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