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누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사람들의 예측과 상상을 초월한) 전국구 깊은 빡침

2. 민주당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깊은 빡침


이렇게 두 가지로 대충 거칠게 정리되는 상황처럼 느껴지네요.


일생동안 구경한 선거들 중 이렇게 사람들의 예측과 시나리오를 사뿐히 즈려밟고 가는 결과는 처음 봅니다.

(이번에 처음 투표하신 분들, 좋은 구경 하신 거에요! ㅋㅋㅋ)

개헌 의석수 충족 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싸우는 듯 해 보였던 절대 강자 새누리가 원내 제 1당도 못 달성하는 망신을 당하고.

(제 기억이 맞다면 탄핵 역풍 이후로 역사상 두 번째 같은데 말입니다.)

영원한 동력원이었던 호남을 다른 당에 통째로 헌납하고 당 정체성 뜯어 고치면서 지지층 분열이 극에 달한 상태로 선거에 임한 민주당이 경상도 지역에서 분발해가며 1위를 먹고.

1당도 2당도 불가능한 새내기 정당이 (아무리 호남 버프를 톡톡히 받았다지만) 비례 대표에서 1, 2위당과 어깨를 대략 나란히 하고 말이죠.


인터넷에 정치 관련 지식과 통찰을 자랑하며 인기를 끌던 글쟁이들이 단체로 무안해지는 모습을 보니 참 재밌습니다.

그 분들에게 무슨 유감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상황 자체가 재밌다는 얘기구요. ㅋ

역시 정치란 참으로 어려워요.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아는 척 절대 안 하는 걸로;


뭐 암튼 전 기본적으로 걍 안티 새누리인 사람이고.

그 외의 정치인들에 대해 호불호는 있을지라도 결국 '누구든 제발 새누리만 꺾어줘'인 사람이라 이번 총선 결과가 아주 맘에 듭니다.

안철수보단 문재인이 차라리 낫다는 입장이었긴 해도 애초에 민주당이나 문재인 지지자도 아니라 국민의당 & 안철수 지지자들과 싸울 생각도 없구요.

선거 끝났으니 이제 다시 스스로 정치글 엄금하며 게임이나 하면서 즐겁게 살아야죠.


좋네요.



사족 1. 여론 조사 기관들 좀 어떻게 안 되나요. 아니 뭐 틀릴 순 있는데 그 틀림의 방향이 너무 일관된 것 아닙니까. 

사족 2. 야권 지지자들이 맨날 편 갈라 싸우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야권'이라고 말만 간단하지 그 안에 포함되는 사람들의 성향이 너무 다양하고 넓으니까요. 하지만 야권에 속하는 정치인들은 쌈박질 하는 와중에 남 몰래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해줬음 하는 맘이 있네요. 

사족 3. 제 개인적인 오랜 궁금증 하나가 해소된 것 같습니다. 그노무 '중도층' 내지는 '부동층'이란 게 정말 있긴로 있나 보네요. (다른 해석의 여지가 많긴 하지만) 김종인의 우회전과 보수적 이미지의 안철수가 새누리당의 표를 깎아내며 이만큼 성공을 거둔 걸 보면 말이죠. 

사족 4. 제가 사는 동네는 새누리당이 싹 전멸했습니다. 우하하하하!!! 이게 가장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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