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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J. Edgar> 중에서(2011년), 에드거 후버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며칠전 신경민 의원이 필리버스터 중에 '미국의 황제' 얘기를 했었죠. 누구 얘긴가 했더니, 바로 FBI 전국장 존 에드거 후버(John Edgar Hoover, 1895~1972)의 얘기였어요. 이 사람 진짜 전설이었죠. 29세의 나이에 F.B.I.의 국장에 임명된 이후 77세로 사망할 때까지 종신 국장을 지냈었고(48년간) 법무부의 자그마한 사정기관에 불과했던(주로 탈세자들 잡는) F.B.I.를 오늘날의 미연방수사국의 규모로 키워낸 유능한 수사관이자 행정관이기도 했었죠.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사람이 아직은 국가정보기관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에 무제한의 정보수집과 감청을 통해 정보를 사유화하고 그것을 통해 미국정가에 막강한 권력을 누렸다는 것이죠. (그것도 종신! 숱한 대통령들과 법무부장관들이 교체되던 그 순간에도 전혀 끄덕없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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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에드거 후버 F.B.I. 국장


( 이 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75&contents_id=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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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버 국장의 젊은 시절



https://ko.wikipedia.org/wiki/%EC%A1%B4_%EC%97%90%EB%93%9C%EA%B1%B0_%ED%9B%84%EB%B2%84






 미연방수사국의 마크와 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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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1년, 케네디 대통령과 에드워드 법무장관을 만난 후버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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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1년 닉슨 대통령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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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민 의원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후버 국장이 어떤 정권하에서도 절대 교체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그가 엄청난 정보를 갖고 무작위로 파일들을 만들어서 위정자들을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든 국무장관이든 법무장관이든...여튼 어떤 유력자들이건 간에 후버를 교체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위정자들이든 후버가 그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죠....만일 이런 권력을 가진 기관이 있다면, 국민의 어떤 정보든 들여다 볼 수 있는 기관이 있다면 그들이 여당 의원이라고 감시를 안할까요? 아니, 청와대라고 들여다 보지 않을까요? 자기 손에 그런 무제한의 도구가 쥐어져 있는데?"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국정원이 청와대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이거 정말 솔깃하던데요. ( 맙소사, 박정희 대통령이 누구 손에 죽었던가도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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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에서 디카프리오는 젊은 시절부터 만년의 국장까지 후버의 전 생애를 연기합니다. 감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 마침 레오가 이번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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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함께했던 부국장 클라이드 톨슨 역은 아미 헤머가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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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버 국장은 사실 젊은 시절에는 여성의 참정권을 옹호하는 페미니스트였고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인권의식도 상당했던 인물이었다고 하죠. 그런데 30대 시절 이후의 그의 삶은 철저한 반공주의와 그에 따른 사회의 시민세력들을 의심하고 그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점철되어 있죠. 이런 의식의 변화는 대체 무엇 때문인건지...흑인 인권운동을 하거나 반전평화 운동을 하거나 노동운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 뒤에는 소련의 사주를 받는 간첩들이 있을 것이다....한평생을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남을 의심하고 몰래 도청하면서 파일을 만들며 사는 삶....;; 마침 영화도 있네요. 구동독 시절을 배경으로 슈타지 요원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였죠. 독일영화 <타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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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 양반 하나 특이한 점은 일생 동안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는 겁니다. 비혼주의자냐구요? 그건 아니구요. 이 분의 성정체성이 동성애자였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홀딱 깨는 일인데, 후버는 미국 내 유력자들의 파일을 만들면서 특히 그들의 사생활 캐는 일에 몰두했었거든요. 특히 감시 대상자가 성적으로 부정적인 행동을 했는지, 아니면 동성애 성향이 있는지 이런 점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게 주된 일이었는데 본인이 이런 성향의 사람이었다니.

(도대체 이런 심리의 기저는 뭘까요? 동족혐오? -_-;;)  이 영화는 후버 국장의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명확히 짚고 갑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지난 2013년 서울 LGBT 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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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버국장과 역시 평생을 함께했던 비서 헬렌 갠디( 나오미 왓츠 분) 실제로 후버가 죽은 뒤 그의 비밀 파일들 상당을 소각 파기하기도 했죠 (물론 후버의 생전 지시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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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후버 국장에 대해 손가락질만 할 수 없는게, 이 분의 업적이 무시할 수 없다는 거겠죠. 사실 정말 유능하긴 합니다. 오늘날 미연방수사국의 규모와 지위를 봤을 때 그 모든 걸 이 양반이 해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말이죠. ( 국정원들 하는 수준만 봐도 진짜...이것들은 들키지나 말것이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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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버의 F.B.I.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C.I.A.를 만들었다는 것도 유명한 얘기죠. 국내 정보망 독점을 넘어서 해외 정보망까지 장악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미정부에서는 해외 정보부를 따로 만들었고 이 두 조직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는 법률조항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첩보영화 보면 그런 얘기들 많이 나옵니다. C.I.A.가 국내 사건에 개입하는 건 불법이다. 그래서 무슨 장식물처럼 F.B.I. 요원을 하나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요. (영화 <시카리오>에도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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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boy와 함께 1960년, (F.B.I. 요원을 G-man이라고 불렀는데 후버 국장은 자신의 애견에게 이런 별명을 붙였죠.)



지금 홍익표 의원 필리버스터 듣고 있는데, 후버의 일대기를 통한 미국 현대사 강의네요. 이 분 목소리도 정말 좋아서 무슨 다큐 방송듣는 기분.

그런데 주 내용이 재밌게도 후버가 대통령들 뒷조사 해서 백악관을 어떻게 압박했나 하는 자세한 일화들이군요! 그 중 대박은 후버를 가장 많이 신임했던 아이젠하워 대통령 건이네요. 이 양반은 후버가 자기 사생활 조사해서 보고하자 무려 심장마비로 쓰러지기까지...-_-;; 당당하게 대통령 각하, 너님 뒷조사 했어요...하고 나서니 정말 뒷목 잡았겠네요. 믿었던 개에게 물리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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