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재생)

2016.07.14 04:50

여은성 조회 수:609


 1.재생에의 열망을 품는 것은 열병을 앓는 것과 비슷해요. 원형 그대로의 재생을 열망하는 열병을 앓는 자에겐 완벽하게 좋았던 한 순간 이후로는 무한한 내리막길만이 있는 거죠. 눈앞을 지나가는 좋은 것들이 별 의미가 없어요.


 하지만 요즘은 재생에의 열망이 잘못된 바램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예전에 잠시 닻을 내렸었던 완벽하게 좋았던 곳에 돌아갈 수 없게 된 건 지도와 나침반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제는 그 곳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에 못 가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 완벽했던 곳은 아주 잠깐만 존재할 수 있었고 결코 존속될 수 없는 그런 곳이었던 것 같아요.



 2.대체로 저런 열병은 어른이 되면 곧잘 낫곤 하지만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믿어버린 녀석은 그러질 못해요. 자신은 너무 똑똑하고 뛰어나서 시간의 언덕을 거슬러올라가 다시금 그 완벽한 순간을 재현해낼 수 있다고 믿는 거죠. 이건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놀이를 하는 것과 비슷해요.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목을 꽉 졸랐다가 풀어주고 졸랐다가 풀어주고를 반복하면서 노는 거죠.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몇 년이 지나가 있곤 해요.



 3.최근에 운동을 하며 재생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운동은 기본적으로 혹사인 거잖아요. 근육이 찢어질 정도의 한계 이상의 혹사를 하고 적절한 영양을 보급하며 쉬고 있으면 찢어진 근육이 회복되죠. 

 한데 우리의 몸은 이전에 상처받았던 수준의 혹사를 견뎌낼 수 있도록 회복돼요. 원형 그대로 회복되는 일은 없고 반드시 과잉재생하는 거죠. 사람들은 근육이라는 보상을 얻으려고 그 과정을 반복하고요.

 이것은 이전에 내게 상처를 줄 수 있었던 것에는 다시 상처받지 않겠다는 몸의 외침 같다고 생각되어서 알 수 없는 대견함이 느껴졌어요. 내게는.

  
 4.휴.


 5.내 몸이 이렇게 노력하는 것을 보니 요즘은 마음 또한 예전의 나와 토시 하나 틀리지 않게 돌아가는 것만이 재생이 아니라 재생의 과정에서 무언가 다른 형태를 갖추게 되어도 괜찮다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마음의 상처가 나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반드시 그 이전 상태로 완벽히 복원되어야 한다는 결벽적인 믿음을 꼭 가질 필요는 없다고요. 


 6.이런...뭔가 너무 아이나 할 법한 뜬구름 같은 소리를 했네요. 완전 뜬구름. 기분이 나아지려면 역시 돈과 여자죠. 젠장, 돈. 돈을 팍팍 벌어야 한다고요! 돈과, 돈으로 살 수 없는 여자를 얻는 것 말고 인생에서 뭐가 있겠어요? 

 ..............휴.

 하지만 이건 정말이예요. 마음의 재생과는 별개로, 위에 말한 열병을 앓으며 번롱하는 자가 다시 한번 현세에 결착되려면 두 가지 퍼즐조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실에서 그 퍼즐조각은 돈과, 돈으로 살 수 없는 여자일 거라고 정말 믿고 있어요. 둘 중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현세와의 느슨한 연결을 간신히 유지하는 게 다예요.


 7.일단 자고 전골을 먹으러 가야겠어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