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요즘 대학생활을 즐기시고 계십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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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머니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종합병원 간호사셨는데, 결혼하시고 저를 낳는 바람에 경력이 끊어지셨어요.

사실 90년대 이전까지는 '결혼'만 해도 간호사를 그만두어야 했다니, 슬픈 시절이었지요. (다만, 지금도 딱히 나아진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더 슬프네요)

여담으로 당시 결혼을 알리지 않았던 동료 지인 분은 현재 종합병원 간호장(? 간호사 파트의 최고 책임자 같은 직위)으로 근무하시는데,

솔직하게 결혼을 알렸던 어머니는 그 뒤로 비정규직으로 간호사를 잠깐 하시다가 결국 자영업을 하셨고, 요즘은 쉬고 계세요.

(저희 어머니가 어쩌면 가장 후회하시는 시점일 것 같아요)


그런저런 과거에 대한 후회에다가 갱년기가 겹치셔서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그러다가 요즘은 다시 활력을 찾으셨는지,

더 늙기 전에 공부를 해보시겠다며 올해 방통대로 편입해서 들어가셨어요.

전공은 저와, 아버지와 상의해보신 후 '문화교양학과'로 들어가셨고요.


다만 처음에는 '일단 해보고'라는 느낌인 것 같았는데, 아버지가 주변에 철없이 자랑을 하시는 바람에,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그만둘 수가 없잖아!' 하시는 자세로 열심히 다니고 계세요.


보통은 인강이나 방송강의를 들으시는데, 

주에 한번씩은 스터디를 나가세요.

장소를 고민하시길래,

집에서는 살짝 멀지만 그래도 대학생이시니 대학로에서 공부해보시라며

혜화동 쪽을 추천해드렸는데, 만족하시면서 잘 다니시는 것 같아요.

(돼지김치찌게를 그쪽에서 드셨는데, 어쩜 그렇게 싼데 양은 많다며 대학가가 좋긴 좋구나- 하셨다는 후문.)


요즘은 출석강의 기간 + 시험기간 + 레포트 제출기간...이어서,

요 몇일 동안 바쁘게 돌아다니십니다.

어제는 오전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풀 수업을 하셨더군요 ㄷㄷㄷㄷ

시간나시면 집 앞에 도서관에 가셔서 공부하시고요,

컴퓨터가 좀 익숙치는 않으시지만, 그래도 독수리 타법으로 열심히 리포트도 쓰고 계세요.

(그래서 제 노트북은 결국 어머니 전담 컴퓨터로 전환되었어요.. 저는 카페에서 요즘 수기로 자소서를 쓴다는 T.T...)


...


그래도 이런저런 것을 공부하시면서 저한테 이야기 해주시는데,

생각보다 즐거우시고 잘 맞는 것 같아서 좋다는 느낌입니다.

방통대라고 해서 조금 편할 줄 알았는데, 엄청 빡시게 공부하셔야 하는 상황인지라,

요즘 어머니가 역사부터 철학, 동양사상, 서양사상, 정치외교 등등을 모조리 건드리고 계십니다.

힘들어는 하시는데 동시에 즐거우신 것도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모쪼록 잘 배우셔서 앞으로 남은 삶에서 새로 의미를 찾을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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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이제 재택강의 2학점만 들으며 취준하는 반백수인지라,

어머니가 공부하러 가시면...

청소와 설거지를 하고 있습니다. (요리는 못하구요 T.T...)

한 학기만에 뭔가 역할이 180도 바뀐 것 같아서 재미있이요.


어서 취직해서,

어무니 사용하실 좋은 노트북이나 하나 마련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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