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10.12 18:08

여은성 조회 수:1476


  요즘 듀게에 안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예전에 잘못 나간 정보가 마음에 걸려서 하나 써봐요. 늘 쓰던 잡담 형태로요. 별 건 아닌데 맨 마지막에 씁니다.


 

 1.세상에 태어나면 잘 하고 싶은 일을 찾거나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야 하죠. 한데 잘 하고 싶은 일을, 간신히 돈을 받으며 할 수 있도록 되었을 때쯤엔 별 생각이 안 들어요. 좋아했던 일을 아주 잘 하게 된 것도 아니고, 좋아했던 일을 여전히 그때처럼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모든 게 너무 오래 끓여버린 스튜처럼 어중간해져 있죠.


 2.가끔 언급한 것처럼, 두 개의 컨텐츠를 섞어서 팬픽을 써보곤 해요. 아무에게도 보여주진 않지만...요즘은 미생과 슈퍼내추럴을 섞어보곤 했어요. 낙하산으로 교차로 악마 영업사원에 취직하게 된 장그래 얘기죠. 아직 크라울리가 잘 나가기 전 시점이라 크라울리는 과장. 장그래의 간접적인 실수로 흘려진 교차로 거래소 문서를 루시퍼가 들고 들어와 '잘하자'라는 장면이 괜찮은 거 같아요. 


 '정신차려 장그래! 여긴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야!'라고 일갈하는 크라울리 부분도 괜찮은 거 같아요. 이 대사는 비유 따위가 아니라 말 그대로니까요. 크라울리와 미생 과장의 빨간눈도 공통점이 있죠. 미생과 슈퍼내추럴은 믹스하기 좋은 팬픽 재료인 거 같아요.



 3.쓰다 보니까 재밌네요. 좀 길게 써보죠 모처럼 쓰는 건데. 두번째 팬픽은 '엔더의 주식'이예요. 망해가는 모 나라에서 어차피 망할 거라면 천재 투자가 한명을 키워 국운을 걸어 보자는 플랜이 나와요. 어느날 후보생 엔더는 최종 시험을 보러 가는 거죠. 시뮬레이션으로 전 국가의 자산을 운용하는 시험이예요. 엔더는 어차피 시뮬레이션이니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자신만의 시각으로 말도 안 되는 투자를 하죠. 원자재, 환율 시장, 유가증권, 채권, 선물, 파생상품에 마치 니트로글리세린을 들고 덤블링을 하는 듯한 곡예를 몇 주일. 드디어 나라의 빚을 다 갚고 목표액을 달성하는 순간 엔더는 어른들이 모자를 벗어던지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걸 보고 갸우뚱해하며 소설은 끝.



 4.흠


 

 5.팬픽 설정 하나만 더 쓰죠. 박지성이 없어서 요즘은 별 흥미가 없지만 예전에 스파르타쿠스와 EPL프리미어리그를 합친 팬픽 설정을 짜봤었죠. 시작 부분은 박지성이 EPL 검투사 시장에 팔려가면서예요. 퍼거슨과 심복 퍼디난드가 새벽 시장에 나와 이런 저런 검투사를 둘러보다가 퍼거슨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박지성을 사가는 부분이 첫 부분이예요. 퍼거슨이 바티아투스고 퍼디난드가 독토레죠.


 이건 꼭 쓰고 싶었는데 타이밍을 놓친 거 같아요. 스파르타쿠스 프리퀄에서 바티아투스와 툴리우스가 한밤중에 만나는 장면이요. 팬픽에서는 이렇게 되죠.


 로만-토레스를 팔아라 베니테즈.

 베니테즈-로, 로만! 토레스는 파는 선수가 아닙니다!

 로만-(베니테즈 목에 칼을 들이대며)모든 건 파는거야 베니테즈. 가격만 맞으면 말이야.


 당시 EPL이 토레스가 가니쿠스 정도의 가치는 있어 보였고 툴리우스와 로만의 싱크로도 제법 좋았는데...지금은 토레스 폼도 별로고 로만보다 더 부자인 구단주도 있고 베니테즈도 가버려서...이 팬픽을 쓰려던 계획은 날아갔죠. 

 그런데 정말 로마의 검투사와 요즘 축구선수는 비슷한 점이 많은 거 같아요.


 6.간만에 쓰는 김에 종종 쓰던 어린 시절 이야기도 하나 써보죠.

 몇 번 언급했듯이 외박을 자주 했어요. 그러다가 정말 이틀을 완전히 굶어 봤어요. 잠은 놀이터에서 자고요. 같은 또래의 다른 녀석들은 몰랐겠죠. 여름이라도 새벽엔 입김이 나온다는 거요. 그리고 소설 표현으로만 알고 있던 '아침 이슬'이란 표현이 왜 나온건지도 경험으로 알게 됐어요. 비가 안 온 날도 새벽엔 수분을 머금은 공기가 놀이터를 떠도는거죠. 

 뭐 어쨌든 이틀을 굶고 나니 정말 배가 고팠어요. 그리고 후각이 매우 향상되는 걸 느낄 수 있었죠. 놀이터 벤치에서 쪽잠을 자고 거리를 걷고 있는데 빵집에서 그날 팔 빵을 굽는 냄새가 뭐랄까...좋았다고 해야 하나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장발장은 빵을 훔친 게 아니었어요. 그냥 그래야만 했던 거죠. 모르긴 몰라도 장발장은 그때의 나보다 더 오래 굶었겠죠.

 휴. 

 하여간 배가 고파서 물이라도 먹고 싶었지만 도저히 수돗물만큼은 먹고 싶지 않았어요. 오락실에 가서 정수기 물을 먹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당시에 오락실은 9시에 열었으니 아직 두세시간정도 기다려야 했어요. 차라리 가만히라도 있었으면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을 텐데 당시에 저는 늘 나를 따라오는 뭔가를 따돌리려는 듯이 거리를 계속 걸었어요. 이렇게 세시간정도 걸어야 하는건가...라고 주억거리며 공사장을 지나가는데 그것을 발견했어요.

 그건 먹다 남은...아마도 공사장 인부들이 먹다 남겼을 콜라였어요. 새까만 타르 같은 걸로 포장된 지저분한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고 병뚜껑도 열려 있었죠. 중요한 건, 그 안에 아직 콜라가 남아있었다는 거였어요. 

 흠...제 글을 읽어온 분들은 이쯤에서 이런 질문을 할지도 모르죠. '이 사람이 정말 그 콜라를 먹었을까?'라는 질문이요. 그건 올바른 질문이 아니죠. 올바른 질문은 '이 사람이 그 콜라를 먹기 전에 몇 초 망설였을까?'죠. 

 한 2초 정도 그 콜라를 바라봤던 거 같아요. 그때 그 콜라를 마시며 한가지 사실을 알았죠. 평소에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마셔대는 음료는 쓸데없는 과잉 에너지라는 거요. 이틀을 굶고 콜라를 한 모금 마시니 내가 가동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몸 속 구석구석 퍼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건 단지 두모금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세시간은 충분히 더 버틸 수 있었어요.

 배가 고프지도 않으면서 콜라를 마셔버릴 때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늘 새로운 걸 알게 되는 건 기분이 좋은 거죠. 


 7.이 말도 여러번 했지만, 쓰고 싶은 건 다 썼기 때문에 뭘 쓰든 이미 했던 말을 조금씩 바꿔서 다시 하는 것에 불과해요. 이전에 말한 '모모를 위해 아껴둔 이야기'같은 걸 푸는 게 아니라면요. 그래도 모처럼 글을 쓰는 기회에 또 한번 하고 싶어요.

 매 순간마다 이 나라가 빌어먹을 신분제 사회라는 걸 느껴요. 어차피 평등함이 없는 세상이라면 신분 하락보다는 신분 상승이 낫겠죠. 나는 소중하니까요. 흠. 어쩌면, 나만이 소중하거나.

 공식적으로 신분제가 사라진 세상이니 이곳에선 브랜드가 신분을 대체하죠. 이 세상에선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거나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어 줄 브랜드를 살 돈을 마련하거나 둘 중 하나를 해내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빌어먹을 노력을 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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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댓글에서 모임 때 첫 가게에 삼겹살 집을 갔다는 댓글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니었거든요. 그때 간 곳은 전골이라고 해야 할지...하여간 국물과 약간의 무언가들을 넣어서 끓여먹는 그런 가게였어요. 이미 오래 된 글이고 조회수도 꽤 있으니 이렇게 글로 써서 고치고 싶었어요. 모임 때 어딜 갔든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그냥 써보고 싶었어요. 뭐 이것만 올리면 쌩뚱맞을 거 같아서...잡담 글도 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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