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해 보실 분들이라면 될 수 있으면 아래 트레일러도 보지 않고 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만...



왠지 이런 글에 게임 홍보 영상 하나도 넣지 않으면 좀 허전한 느낌이어서. ㅋㅋㅋ


암튼 뭐 게임에 관심 많은 분들이라면 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게임이지만 또 큰 관심 없는 분들에겐 전혀 듣도 보도 못 한 게임일 수도 있구요.

그래도 뭔가 좀 주절주절 적어 보고 싶기도 하지만 어차피 그런 건 검색해서 나무 위키 같은 곳 잠깐만 들여다보면 상세히 나와 있는 이야기이니 패스하구요.

걍 제 소감이나 대충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이라면 이게 참 보기 좋고 듣기 좋은 게임이라는 겁니다.

그래픽 퀄리티는 '기술적'으로 따졌을 때 별로에요. 제작사가 영세하기도 하고, 애초에 엑박360이나 플삼 같은 전세대 게임기로도 발매한 게임이다 보니 이 정도 퀄리티 이상을 만들 수가 없기도 했구요. 하지만 미술 디자인이 좋고 색감을 참 잘 잡아내는 가운데 (특히 해질녘 시간대의 느낌이 참 좋습니다) 카메라 워크나 미장센에 공을 들여서 결과적으론 시각적으로 허접하단 생각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음악도 좋아요. 인디 밴드들의 (보컬이 들어간) 곡들을 주로 bgm으로 가져다 쓰고 있는데 선곡 센스가 좋아서 장면 장면들과 참으로 잘 어울려요. 게다가 미쿡 틴에이져 무비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밴드 노래가 나와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르와도 잘 어울리는 선택인 거죠. ㅋ


두 번째 장점을 꼽아 본다면 '게임으로서는' 유니크한 주인공 캐릭터와 정서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고등학생이고 18세(라고 영어로 이야기하니 한국으로 치면 19세겠죠)이면서 여성인데, 생김새가 전형적인 섹스 어필 비주얼도 아니고 실제로도 딱히 섹시한 일은 하지 않으며 싸움은 아예 하지도 않고... 뭐 그렇습니다. 원래 게임 쪽은 영화 쪽보다 훨씬 대놓고 남성 취향이 지배하는 동네인지라 이런 주인공 캐릭터는 정말 지극히 드물어요. 게다가 시종일관 자기는 루저이고 마이너이며 아무도 자기에겐 관심도 없다고 투덜거리는 여고생이라서. 뭐 영화 쪽으로 가면 특히 인디 영화들 쪽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겠지만 역시 이건 '게임'이라서 말이죠.

그리고 전체적인 정서, 내지는 분위기 또한 '게임에서는' 찾기 힘든 스타일입니다. 연쇄 살인마가 어슬렁거리며 위협하는 가운데 나오고 며칠 뒤면 거대한 토네이도가 이 동네를 쓸어 버릴 거라고 윽박지르는 와중에 주인공들은 늘 자기네 친구 관계, 자기들 감정이 우선이고 그래서 게임 내용도 그 쪽에 큰 비중을 두고 전개 됩니다. 걸핏하면 서정적인 음악과 화면 속에 주인공의 나레이션이 흘러 나오면서 애틋한 분위기 조성하구요. 뭔가 전체적으로 인디 청춘 영화 감성 비스무리한 게 잔뜩 묻어 있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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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세 번째 장점은 '시간 되감기'라는 주인공의 능력으로 대표되는 게임 시스템입니다.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주인공에게 몇 분에서 몇 시간 정도를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지는데요. 게임 속에서 이 능력은 거의 대부분 대화 내용 선택에 할애됩니다.

예를 들어 대화 중 아주 중요한 순간에 선택지 1, 2, 3이 주어진다면 게이머들은 늘 고민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게임은 걍 하나 골라 놓고 반응과 결과를 본 후에 시간을 되감아 버리면 나머지 선택지도 골라볼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결국 1, 2, 3을 다 보고 그 중 맘에 드는 걸 고르라는 거죠. 덕택에 게이머들은 괜히 빡세게 세이브 & 로드 노가다할 필요 없어서 좋구요. 또 그렇게 시간을 되감고 있는 주인공을 보며 이입하기도 좋아서 훌륭하구요. 그리고 (어찌보면 이건 좀 허망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만) 어차피 '지금 이 순간 상황 모면' 을 위한 선택만 할 경우 한참 후에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돌아올 수도 있도록 스토리를 짜 놓았기 때문에 아무리 되감아도 정답을 확신하긴 어려우니 게임 플레이가 얄팍해지지 않아서 좋습니다.


네번째 장점은 스토리를 꼽아볼까... 했으나, 이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라 뭐라 말 하기가 참 애매하네요. ㅋ

대략 1. 방황하는 10대 청춘들의 사는 이야기 2. 연쇄 살인마 "범인이 누구냐!" 미스테리 3. 배배 꼬이고 얽히는 시간 여행 모험담. 이렇게 세 요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인데요. 엄밀히 말해 1번은... '미국 청소년 드라마라면 이런 캐릭터랑 얘기는 나와줘야지' 라는 소재들을 잔뜩 때려 박고 자극적인 조미료를 잔뜩 치며 흘러가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주인공의 감정선 정도는 그럭저럭 믿을만하게 잡아주는 편이구요. 2번과 3번 역시 그냥 클리셰 범벅의 뻔한 이야기로 흘러갑니다만, 그래도 게이머를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떡밥 역할 정도는 확실히 해 줍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1, 2, 3번의 조합이 참 엉성하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입니다. 작가들이 정말로 이런 매력을 정말로 의도하긴 한 것인지는 좀 의심스럽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왜 이 타이밍에 이런 얘길 이렇게 길게 하고 있냐 싶은 순간에도 재미는 있어요. 설명하기가 참 어려운데 암튼 그러합니다. ㅋㅋㅋ


그럼 이제 단점을 꼽아 보자면, 뭐니뭐니해도 엔딩입니다.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적는 글이고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플레이해 볼 계획이면서 아주 작은 스포일러도 피하고픈 분들은 이 쯤에서 이 창을 벗어나 주시구요.


















수십 수백번의 선택과 그로 인한 스토리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결국 엔딩은 1 아니면 2로 한정되며 그 분기는 엔딩 나오기 직전에 이루어지는, 미리 정해져 있는 선택 한 번으로 결정된다는 겁니다.

다시 간단히 말하자면 결말 '직전'까지 가는 길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꽤 자유롭게 변화가 되지만 결국 결론은 아주 단순한 선택 하나로 끝이 난다는 거죠.

스토리 중심이고 되감기 기능까지 넣어가며 시종일관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게임치곤 참 맥빠지는 결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저 같은 경우엔 엔딩 1과 2가 모두 제가 원했던 내용이 아니었던지라 엔딩을 보고난 후 극심한 탈력감에 시달렸습니다. orz

그리고 그렇게 결말을 요약 정리해버리기 위해 내용상 정말로 중요한 상황 몇 군데에선 선택 따위 없이 걍 강제 진행이 되기도 합니다. =ㅅ=;


두 번째 단점을 들자면. 위에서 얘기했던 장점들 중 대부분에 좀 애매한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전형적인 섹스 어필 캐릭터가 아니라는 건 맞습니다만. 게임을 끝내고 생각해보면 또 다른 스타일의 (좀 더 세련된 방식의?) 섹스 어필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구요. 초자연 현상과 연쇄 실종 사건이 시간대를 옮겨가며 얽히고 섥히는 가운데 스토리상 구멍도 어렵잖게 들여다 보이구요. 마이너 감성의 10대들을 다룬 청춘 영화 느낌이라고는 했지만 뭐 역시 사실 클리셰 범벅이라 '게임에는 이런 게 흔치 않잖아!'라는 이유로 후하게 봐 주게 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깔끔 단정하게 아름다운 작품이라기 보단 뭔가 조미료 팍팍 들어간 국적 불명의 퓨전 패스트푸드 같은 느낌인데. 그래도 취향에 따라 충분히 맛있다고 느낄만한 물건... 정도라는 거죠. 불후의 명작 같은 걸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ㅋㅋ


그리고 마지막 단점이라면.

게임 내용상 동성애 코드가 매우 노골적이면서도 강력하게 들어가 있는데. 이게 진지한 느낌이 아니라 걍 "백합!" 삘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나름 주인공들이 진지하게 감정을 나누고 울고 싸우고 화해하고 난리를 쳐도 좀 애매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백합백합백합백합 이건 백합이야 백합이다 우하하하 백합이잖아 서양 덕후 버전 백합이다 하하하하하핫하...


마지막으로 이건 장점도 아니고 단점도 아닙니다만.

여성이 주인공이고 주요 등장 인물들 중 감정 이입할만한 인물은 몽땅 다 여성인 게임이지만 뭔가 좀 수상한 느낌이 들어 검색을 좀 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몽땅 중년 남성들이네요. ㅋㅋ 뭔가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 느낌이 옵니다. 진짜 여자들이 쓴 여자 이야기라기 보단 남자들 환상 속의 이런 여자 저런 여자들이 나와서 환상적으로(?) 아웅다웅하는 그런 느낌. 사실 세상의 어느 여고생이 "난 울고 싶어질 때면 블레이드 런너를 봐. 엔딩을 보면 눈물이 쏟아지거든" 같은 대사를 치겠... (쿨럭;)

아니 뭐 이거 자체는 물론 아무 문제도 아니구요. 다만 게임을 하다 보면 '이건 일본 아니메/게임 좋아하는 서양 남자 덕후들이 만든 게임이야' 라는 느낌이 전해오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론 이 게임의 소재나 특성에도 불구하고 팬들 중 남성 팬들의 비중이 높은 게 이런 이유 때문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데. 뭐 아니면 말구요. ㅋㅋ



(전세계 여고생들의 우상 로이배티입니...)



중구난방으로 말이 길어지니 요약하고 정리하겠습니다.


장점

1. 쌉니다. (세일 안 해도 에피소드1-5까지 아마 2만원 안쪽으로 해결될 겁니다. 전 세일로 구입해서 기쁨 두 배. ㅋㅋ)

2. 그래픽 어드벤쳐 게임이고 액션성이 거의 없으며 대화-선택으로 진행하면서 스토리 구경하는 게임이라 진입 장벽이 없습니다. 누구나 쉽게 쉽게. 텔테일 게임들 좋아하시면 친숙하실 겁니다.

3. 게임계엔 흔치 않는 안 섹시(...) 여성 주인공이 나와 폭력 없이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게임이라는 희소성이 있습니다.

4. 대체로 보기 좋고 듣기 좋으며 스토리도 깊이는 없지만 나름 집중해서 달릴만 합니다. 떡밥류 미국 드라마 좋아하는 분들에게 잘 맞을 듯.

5. 시간 되감기라는 게임의 개성이 시스템과 스토리, 주제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단점

1. 있어 보이는 척 하는 것에 비해 실제로 깊이가 있거나 진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2. 결국엔 미리 정해놓은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임이라 자신의 선택으로 뭘 만들어 나가고 그럴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3. 미스테리의 답은 좀 뻔하구요.

4. 에피소드 5까지 가면 중반에 전개가 좀 늘어지는 느낌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전까진 페이스 조절 잘 된 편이구요.

5. 공식 현지화된 게임이 아니라서 (PC판은 한글 패치가 있습니다) 콘솔 유저들은 언어의 압박과 싸워야 합니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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