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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정화가 비제 르브렁이 그린 초상화 <모슬린 드레스를 입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워낙 유명한 데다가 그녀의 죽음 또한 무슨 한 시대의 종말같이 느껴져서 마리 앙투아네트 이후 프랑스에 왕비들이 더 있다는걸 상상하기가 어렵더군요. 여튼 현재 프랑스는 왕정이 없는 공화정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 이후에도 프랑스에는 왕비들...아니 황후들도 있네요! 있습니다. 무려 7명이나 됩니다. 이건 프랑스가 대혁명 이후에도 끊임없이 제정과 왕정복고 그리고 입헌군주제같은 반동 상황을 거의 한 세기 동안 겪었기 때문이죠.






가장 유명한 사람은 나폴레옹의 아내 조제핀 황후(1763~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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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제핀 황후의 가장 유명한 초상화, 프루동의 <황후 조제핀>입니다. 폴 프루동은 이 초상화 하나로 후세에 길이 남는 조제핀과 나폴레옹 제정 시대의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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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나폴레옹의 두번째 황후 마리 루이즈(1791~1847)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녀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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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로마 왕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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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왕정 복고기의 왕비들입니다. 루이 18세(처형된 루이 16세의 동생이죠)의 왕비 사보이의 공녀 마리아 주세피나(프랑스 이름 조제핀)

루이 18세는 형이 죽은 뒤 어린 조카를 루이 17세라고 부르고 스스로 섭정라고 선포한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카는 감옥에 있어서 생사도 모르고 이 시절 프로방스 백작인 본인은 국외에 있는데 이 무슨 공갈빵...-_-;;...) 이후 조카가 감옥에서 죽은 것이 확실시 되자, 그는 나폴레옹이 몰락한 뒤 돌아와서 부르봉 왕조를 복권하고 루이 18세로 왕위에 올랐습니다. 왕비 마리아 주세피나는 혁명 전에 남편이 프로방스 백작이었기 때문에 루이 16세 시절에는 프로방스 백작 부인이라고 불렸죠. 1782년 초상화입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같은 모슬린 드레스를 입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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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보이의 마리 테레즈입니다(1756~1805) 혁명 후 왕정 복고로 남편이 형 루이 18세의 뒤를 이어 샤를 10세로 왕위에 올랐지만 왕비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 전에 이미 아르투아 백작 부인 시절에 세상을 떠났었거든요. 생전에 마리 테레즈는 왕세자비 보다 먼저 아들을 낳아서 애타게 자녀를 기다리던 마리 앙투아네트 마음을 진짜 아프게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말이죠. (그때 오스트리아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는 어찌나 딸을 들볶던지, 그러니까 빨리 아들 낳으라고요...진짜 이 양반이 시어머니인지 친정 어머니인지 구분이 안가더라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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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투아 백작부인 마리 테레즈의 젊은 시절 초상화입니다. 그래도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후 왕자를 둘이나 더 낳았기 때문에 이들 가족들의 사이는 금방 좋아졌습니다. 후계자 경쟁에서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자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들 시동생 부부에게 마음을 열고 매우 사이좋게 지냈는데, 샤를 10세는 아르투아 백작 시절 왕비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베르사이유 궁을 자주 오가며 생활하곤 했죠.








 그리고 프랑스의 마리 테레즈(1778~1851) 마리 앙투아네트의 딸입니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프랑스의 왕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딱 1시간도 채 안된다고...)

큰숙부 루이 18세의 강력한 권고로 작은 숙부 샤를 10의 장남 루이 앙투안과 결혼했습니다. 대혁명 이후 왕정복고 기간에 왕세자비로 지내다가(프랑스에는 여성의 가계 상속을 금하는 살리카 법이 있어서 그녀는 여왕이 아니라 왕비가 되었습니다.) 루이 18세에게는 자녀가 없어서 그녀의 숙부 샤를 10세가 이후 왕위를 계승했죠. 7월 혁명으로 숙부인 샤를 10세가 퇴위하자 잠시 명목상의 왕비가 되었다가 혁명군에게 쫒겨서 다시 외가가 있는 오스트리아로 망명합니다. 어머니 만큼은 아니지만 이 사람 인생도 그렇게 순탄치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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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어머니 마리 앙투아네트와 동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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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시기 쯤에 대혁명이 발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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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르도에서 나폴레옹 군을 피해 달아나는 마리 테레즈. 나폴레옹이 엘바 섬을 탈출하여 프랑스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루이 18세를 비롯한 다른 왕당파 귀족들은 모두 도망치기에 바빴으나 그녀만이 두려워하지 않고 왕당파 진지들을 돌며 군대를 모아 나폴레옹과 싸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장군들 모두 마리 테레즈의 신변 안전만 보장할 뿐 누구도 나폴레옹과 맞서서 싸우려고 하진 않았죠. 보르도에서 그런 옥신각신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나폴레옹은 예의 그 드립력으로 "그 집안(부르봉 왕조)에서 그녀만이 유일한 사내인가 보군" ....라는 말을 남기고 마리 테레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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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와 시칠리아의 마리 아멜리(1782년-1866년) 입헌군주 루이 필리프의 왕비입니다. 프랑스에도 입헌군주가 있었더라구요. 제정에 왕정복고에 입헌군주....참 가지가지 다 합니다.....;; 루이 필리프는 루이 14세의 외증고손자인데...대혁명 때 살아남아(아버지 평등공 필립은 혁명파였지만 공포정치 때 처형...) 부르봉 왕가의 왕정복고가 제대로 실패하는거 본 뒤 영리하게도 7월 혁명 이후 영국식 입헌군주제를 제안해서 왕위에 오릅니다. 이들 부부는 금슬이 좋아서 자녀들도 많이 두었는데 (모두 10명) 루이 필리프는 재정 축재의 비난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대답했다는군요. "내가 애들이 많아서 걔네들 다 키우려니 돈이 좀 필요했어..."

...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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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절 왕비로 즉위한 뒤 그린 공식 초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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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풍운아...나폴레옹 3세의 황후 유제니 몽티조입니다(1826~1920) 스페인 귀족 출신인데, 남편이 대통령에서 쿠데타로 황제가 되면서...이게 대체 뭔 일...-_-;; 영부인에서 황후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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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초상화는 정말 근사하네요.





나폴레옹 3세는 아름답고 교양있는 아내를 내세워서 자신의 정부를 선전하는데 적극 이용했습니다. 덕분에 당시 언론에는 황후의 패션 기사가 거의 빠지지 않고 실릴 정도였습니다. 오늘 황후 폐하께서는 어디를 순방하시는데 로브는 어떤 스타일이고 보닛은 어떤 풍으로...뭐 이런 보그체 기사들이요...일례로 수에즈 운하 개통식에 참여하려고 이집트에 갈 때는 갈아입을 로브만 250벌을 챙겨갔을 정도.....나폴레옹 3세는 삼촌이 숙모 조제핀의 아름다움과 세련된 외모를 자신의 제국을 선전하는데 아낌없이 활용했던 사실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외교 사절로서는 정말 효과가 있었던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도 지난 시절 나폴레옹과의 전쟁으로 가졌던, 같은 이름의 황제에게 느꼈던 두려움이 그의 아내를 만나서 비로소 사라졌다고 토로할 정도였죠. (훗날 여왕은 공주 하나를 유제니 황후의 며느리로 보내기로 약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마리 앙투아네트는 무려 200년도 더 전의 사람이군요.




유제니 황후와 시녀들, 프란츠 나버 빈터할터, 1855년 작(당시 워낙 인기가 높아 프랑스 만국박람회에도 전시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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