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8 03:21
- <연인>은 배우들 얘기를 좀 해보고 싶은데, 우선 여주인공 제인 마치는, 그 잘 알려진 정면을 바라보는 이미지와 영화 속 느낌이 달라보일 때가 많더라고요. 청순하거나 혹은 팜므파탈적이라기 보다는 약간 말괄량이 삐삐같은 느낌이랄까요. 남주인공 역의 양가휘는 음.. 섹소폰 불던 시절의 인표 옵바가 왜이렇게 연상이 되던지ㅎㅎ 멋있는 정도+연기 어색한 정도가 딱 그 시절의 차인표 옵바 같았어요. 그러고 보니 얼굴도 좀 닮은거 같고, 이것이 90년대 감성인가... 물론 갑부집의 유약한 백수 아들인지라 찌질미가 좀 있어야 하는 역이긴 했지만, 처음에 엄청 딱 멋있게 등장했는데 발랄한 하이톤으로 "Excuse me mademoiselle, do you smoke?" 를 하는 순간부터..ㅎㅎ;; 여튼 러브신에서는 되게 섹시했습니다만 감정 연기라던가 조금 어색해보이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연기는 차라리 어린 제인 마치 쪽이 더 좋아보이더군요. 모든 면에서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영화임에도 감정 이입이 살짝 덜 된다는 느낌이 있어서, 왜 그럴까 하다가 배우들에 대해 생각을 해봤습니다.
여담으로 양가휘의 아내가 홍콩의 방송국 PD인데, 양가휘가 데뷔 후 일이 없어 마음고생하던 시기에, 라디오 드라마에 섭외해줘서 인연이 되었다는군요. 결혼한 뒤 <연인>에 캐스팅돼서 베트남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마피아가 필리핀에서 다른 영화를 찍으라고 협박을 한 적이 있나봅니다. 근데 당시 마피아로부터 감금돼있던 부인이, <연인>은 주목받는 작품이니 남편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마피아 보스와 담판을 지었다는..;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양가휘는 공항에서 부인을 본 순간, 껴안고서 광광 우럭따고 합니다..
분명히 제인 마치의 '남성용 중절모'를 참고했을, <제중원> 시절의 한혜진.
- <비포 선라이즈>는 좀 더 어릴 때 봤었으면 좋았을걸, 연애 얘기라면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같은 책에 더 눈이 번쩍 뜨이는 나이가 돼서 그런가, 허허 너네 참 좋을 때네, 뭐 이런 기분으로 보고 말았습니다(...) 평범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관념적인 많은 대사들이 오가는게 프랑스 영화 풍 같았고, 영화의 명성 치고 대중적인 코드가 별로 없어 보여 의외였습니다. 에단 호크는 진짜 레알 미국 남자스럽더군요, 부산스럽고 약간 사기꾼 같기도 하고. 세계 각 지역 사람들의 일상을 24시간 찍어서 365일 틀어주는 방송을 하고싶은데, 촬영 테이프 배급이 관건이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지금은 유튜브 생중계의 시대이고 리얼 버라이어티가 인기라네.. 감독님 혹시 선지자세요? 나머지 비포 시리즈를 볼지 말지 고민이 됩니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인지..
- <로스트 인 베이징(2007)>은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웰메이드 막장 드라마인줄 알고 봤는데, 알고보니 중국의 오늘날을 무척 현실적으로 반영했다는 평를 받은 작품이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고속성장에 따른 지나친 물질주의, 극심한 빈부격차, 상실된 인간성 등 중국 사회의 치부가 다루어집니다. 그 덕에 베를린 영화제 출품 과정에서부터 중국 당국으로부터의 검열과 긴 씨름을 하게 됩니다.
영화의 원제 Ping Guo는 중국어로 '사과'라는 뜻으로, 여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미녀스타 판빙빙이 민낯으로 출연해 지방 출신의 Ping Guo 역할을 무척 강도높게 소화해내더군요. <연인>의 섹시가이 양가휘는 이제 50대 배우가 되어, 금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고 일수가방을 낀 졸부 역할을 맡았습니다. 예전에 쿡tv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고 들었는데, 요새도 무료로 해주는지 모르겠네요.
2016.09.18 07:33
2016.09.18 21:13
워낙 더 설명이 필요 없을만한 영화다 보니, 엉뚱한 말만 많이 썼네요.ㅎ
2016.09.18 10:22
저는 비포 시리즈 중 2를 제일 좋게 봤어요.
2016.09.18 21:15
음 비포 선셋이 선호도가 제일 높은거 같네요.
2016.09.18 10:28
2016.09.18 21:20
어릴 때. 보셨군요........
2016.09.18 10:30
<연인>은 그래도 양가휘 최고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
저는 <비포 선라이즈>가 엄청나게 느끼한 영화인 줄 알고 오랫동안 안 보고 있었고
<비포 선셋>도 덩달아 안 봤었는데 <비포 미드나잇>을 본 후 <비포 선셋>,
<비포 선라이즈>의 순서로 찾아보니 다 재미있더군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은근히 대사 많은 영화에 강한 것 같아요.
2016.09.18 21:32
엄청나게 느끼한ㅎㅎ 저도 보기 전에는 흔한 로맨스물의 형식을 갖춘 영화인줄 알았어요.
2016.09.18 10:50
2016.09.18 21:34
삼합회의 명성은 미처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2016.09.18 10:56
비포 시리즈 중 첫번째 건 안 봤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공감이 가네요ㅎ 그래서 영화와 '함께' 나이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 행복을 더 놓치기 전에 봐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덕분에 기대는 좀 내려놓고 애정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포선셋은 좋았어요.
2016.09.18 20:58
함께 나이들며 보는게 공감의 측면에서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 근데 만든 사람은 정작 그 나이도 아니잖아? 라는 생각도 문득 들더군요. <몽상가들> 같은 작품은 감독이 60살이 넘어서 찍은 영화이니.. 지나간 시절의 감성을 어떻게 그렇게 또렷하게 기억하고 재현할 수 있는지. 대단해요.
2016.09.18 11:12
연인은 포스터에서 생각했던 오리엔탈리즘 범벅 로맨스 회상물이 아니더군요.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극중 제인 마치의 발칙한 성격에도 외모가 잘 어울렸던 것 같고요. 양가휘는 유독 이 영화에서 얼굴이 '서양인이 본 동양인'처럼 나와서 내내 의혹이 남네요. 서양인들과 있으면 동양인 얼굴이 상대적으로 더 평면적으로 보인다는 건 알지만 역시 찜찜했어요.
제인 마치가 그 뒤에 역시 또 아저씨하고 영화 찍고...그 뒤 행보가 어땠는지 모르겠군요.
비포 시리즈는 제 또래가 인생영화로 많이들 꼽죠. 딱 주인공들 나이거든요. 개봉 당시에는 관심이 없었고 저도 늦게 몰아서 보았는데 실시간으로 같이 나이들며 보았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개봉 당시 아직은 해외 특히 유럽 여행이 부자들 일이라서 비슷한 또래들이 꿈도 많이 꾸었을 듯해요. 저는 먼 곳에 대한 로망 같은 게 없어서 당시에도 줄거리 듣고 엉 그게 뭐...였지만요. ㅎㅎ 그래서 안 봤어요.
좀 초 치는 이야기로, 나이 들어서 저 둘을 본 제 감상은 사실 이거였습니다. 늬들은 조상 잘 만나 누리고 사는구나. 신나게 쇼핑하고 고급 호텔에서 즐기는 거면 오히려 그런 생각이 안 들었을 텐데 , (외모 빼고) 소박한 두 젊은이들이 일상적인 수다를 떠는 게 오히려 그들만의 세상 같더군요.
2016.09.18 20:51
인종이 곧 신분계급이었던 시대상을 그리고 있으니, 그런 시선이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서양인 시각에서 잘생기고 매력있는 동양인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제인 마치는 아무래도 노출연기를 감행한 여배우의 험난한 장벽을 넘지 못한 케이스 같아요. 게다가 촬영 당시 나이가 17세였나 18세였나 그랬으니.. 요즘이었다면 법적으로 제재받을 일이죠. 개봉 당시에 높은 수위 탓에 배우들이 진짜 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관계자들이 흥행을 위해서 해명도 안하고 입을 닫았대요. 그 때문에 여배우가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세미 포르노 같은 영화만 자꾸 들어와서 많이 거절했다고 하고, 간간히 연기 생활을 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행보는 없는 듯합니다.
조상이 다른데 대한 박탈감?도 어느 정도 공감되지만ㅎㅎ 어린 시절이야 원래 자기만의 세상 속에서 사는 때이니.. 그걸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니 비로소 나이 먹은 실감이 나는 기분이에요.
2016.09.18 16:36
<연인>도 제 인생영화 중에 하나예요. 극장개봉했을 때 봤는데(연식 드러나죠 ㅎㅎ) 어찌나 설레던지. 이질적인 문명이 구태의연하지 않은 방식으로(단순히 서양이 갑이고 동양이 을인게 아닌)서로 충돌하고 녹아들고 하는 게 멋지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 언젠가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메콩강가에서 맥주를 마시며 원작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소설도 아주 재미있더라고요. 늘 그런 느낌을 그리다 결국 메콩강가에 살게까지 되었네요.
2016.09.18 20:30
정말 인생영화라 부를 만하네요. 본문에는 딴소리만 잔뜩 썼지만 사실 부인할 수 없이 멋진 영화죠. 원작이 자전적 소설인데다 작가가 70살 때 38살 어린 연인에게 구술해서 완성했다는 점마저 왠지 섹시하고(음?). 작가는 근데 왜 영화를 별로 안좋아했다고 할까요..
2016.09.18 20:53
연인은 그 시절 야한 영화ㅎㅎ 그 때도 지금도 사랑으로 절망에 빠져 약에 취해있던 양가휘가 생각나네요. 저도 비포시리즈 중엔 비포선셋이 제일 좋았어요.
2016.09.19 02:46
아편에 취했던 날 그 만남이 결국 마지막이었죠.ㅠㅠ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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