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영양가는 없어보이지만 그냥 심심해서 써보는 바낭입니다.


얼마전부터 일각에서 떠도는 유언비어(?)가 있습니다.

요지는,


"대통령이 탄핵선고 직전에 하야선언을 해서 탄핵심판청구를 '각하'시킨다음에 선고 후 하야를 번복해서 직무에 복귀할 것이다"


라는 건데요.

일단 현재 상황이 그런 꼼수로 통치력을 회복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난것 같으니 실현가능성은 적겠습니다만

"실제로 선고전에 하야선언이 이루어진다면?"이라는 의문이 들긴 하더군요.


먼저 배경지식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이 '각하'와 '기각'의 차이입니다.

'각하'란 형식적으로 소송의 조건이 갖추어 지지 않았기 때문에 본안판단(내용)까지 판단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겁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탄핵심판은 공직에서 파면여부를 결정하는 것인데,

대통령이 하야하면 더이상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심판의 대상이 없어지고,

그렇기 때문에 탄핵사유를 충족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아예 판단을 하지 않는다.. 라는 겁니다.


'기각'은 청구가 내용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서 청구를 들어주지 않겠다는 재판이구요.


즉, 각하와 기각의 차이점은 "탄핵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느냐의 차이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대통령이 하야선언을 할 경우 탄핵심판은 각하될 것인가?


이점에 관해서는 단정지어 이야기 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소송법 이론상으로는 심판의 대상적격 상실 또는 소의 이익 상실 등의 이유로 '각하'가 되는게 맞습니다.

실제로 신문기사 등에서 법률전문가의 의견으로 소개되기도 하구요.


근데 이건 헌법재판소가 합의체기관이라는 점을 간과한 판단입니다.

즉, 이런거죠.

만약 선고전날인 오늘 박근혜가 '하야성명'을 발표한다면,

1. 과연 '하야성명'만으로 대통령직이 바로 상실되는 것인지

2. 1.이 성립됨을 전제로, 이 경우 심판의 이익도 상실되는가

두 가지 점에서 재판관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질겁니다.


우선 1.에 관해서.

현재 헌법과 법률상 대통령의 사직(하야)에 관한 규정은 전혀 없습니다.

물론,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인 것이니 안하겠다는 사람을 강제로 자리에 붙잡아 둘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하야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고 해석을 하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한 적이 여러번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야가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과연 사직의 효과는 언제 발생하는가

성문법규에 규정이 없으니 전례를 따를 수 밖에 없는건데요,

최규하 대통령과 윤보선 대통령의 경우에는 확인을 못해봤는데

이승만대통령의 경우에는 국회의장에게 사임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처리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2.에 관해서

이 부분에 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원칙에 따라 각하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 보이기는 하는데, 헌정사적 중요성에 비추어 하야에도 불구하고 본안판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요.

실제로 헌법재판은 일반 재판과는 다르게 구체적인 심판의 이익이 상실된 경우에도 '헌법해석의 중요성'등을 들어서 본안판단을 한 사례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쟁점에 관해서 재판관들이 통일된 의견을 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일부는 인용의견을, 일부는 기각의견을, 일부는 각하의견을 내게 되겠죠.


그런데, 탄핵심판의 법정의견--즉 '주문'을 결정하는게 의외로 복잡합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각하'주문을 내기 위해서는 심리에 참여한 재판관의 과반수, 즉, 이번사건의 경우 '5명이상'이 각하의견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탄핵심판사건의 특징을 감안하면 8명중 5명 이상이 '각하'의견을 낼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인용', 즉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결정이 가능할 것인가.

이점에 관해서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인용주문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6인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이 마지노선인 6명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현재로서는 상당히 빠듯합니다.

현재 느낌으로는 6:2나 7:1정도 되는것 같아요.

만약 "박근혜 자진 하야"라는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 기존 인용의견 재판관중 최소 1~2명 정도는 '각하'로 돌아설 가능성이 상당히 높거든요.

그렇다면 인용결정에 필요한 정족수인 '6인이상'을 충족하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이 경우 선고주문으로 유력한 것은 '각하'나 '인용'이 아닌 '기각'주문이 됩니다.


탄핵심판이 '기각'될 경우 무엇이 문제인가 하면,


이것은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는 부당하다'라고 결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박근혜는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됩니다.

'하야한다고 말은 했지만 탄핵소추가 부당하다는 헌재의 판단이 있었으니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고 할 수도 있고,

헌재가 탄핵의 부당성을 현명하게(?) 밝혀주었으나 더이상의 국정혼란을 막고 국민통합을 위해 대승적으로 '용퇴'하겠다 고 할 수도 있는거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검 이후 이어질 검찰 수사에 엄청난 부담감을 얹어 줄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련 형사사건의 판단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수 밖에 없구요.


그런고로,

제가 이 사건의 변호를 담당했다면,

대통령을 설득해서 '애매모호한 하야선언'을 하도록 만들 것 같습니다.

아주 좋은 선례도 있어요.

이승만이 하야할 당시에 사용했던 "국민이 원한다면 하야하겠다"라는 문구죠.

실제로 현직 대통령이 하야할 당시 사용했던 문구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문구상으로는 확정적인 사직의사는 아니니까 뒤집을 여지도 남아있으니까요.


무심코 적다보니 대차게 욕얻어먹을 소리를 적은것 같습니다만,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저는 박근혜가 애초에 당선된것부터 코메디라고 생각하고

탄핵즉시 구속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근혜를 편들어주자고 쓴 글은 아니니 오해들 없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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