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8 04:30
사실 어디다 감상평을 쓸 일도 없을 것 같았는데, 호평 일색인 가운데 제 감상이 소수의견인 것 같아 조금 남겨봅니다.
어찌보면 대중영화로서 흥행을 위한 전형적 장치들을 성실하게 배치했고, 그걸 비교적 자연스럽게 엮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근데 제가 신파 코드나 뻔한 전개에 너무 예민해서 그런가,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어요.
단도직입적으로 국뽕 신파냐?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래요.
중간에 총쏘고 그럴 때는 잠이 좀 깼는데, 전개도 느린 편이고 (높은 연령층에서는 관람하시기 좋을듯), TV 드라마를 굳이 영화관까지 와서 보는 듯한 느낌도 있고, 100억 들었다는데 땟깔이 그 정도인가 돈을 어디에 썼을까? 하는 딴생각도 들고요.
내용 면에서는 미화나 역사 왜곡이 우려할 정도 까지는 아닌 듯하나, 개인적으로는 역시 꺼림칙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얘기하듯, 이 영화 최고의 미덕은 배우들 연기력 보는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 부터는 스포일러 많음))
- 중간에 망명하려고 탈주하는 씬 같은건 재미를 위한 픽션으로서 거부감이 없었는데, 덕혜옹주 묘사 부분은 아무래도 좀 그랬어요.
덕혜옹주를 독립군 여전사로 환골탈태 시키지는 않았으니 딱히 왜곡은 아니라 말할 수도 있지만요.
근데 극화를 통해 어떤 '나라를 위하는 여인상'이 또 한 명 탄생하는건 아닌가 좀 찜찜했어요. (명성황후라든가, 현 최고존엄이신 분 등의 경우가 있기에)
덕혜가 조선인 아이들에게 한글도 가르치고 그러다가,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울고 아리랑 부르는 부분이 신파의 최절정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 삶에 대해 기록 자체가 많지 않으니 생애를 자세히 알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혜는 기구한 운명을 살았던 황녀 이상으로 보기는 어려울겁니다.
일본으로 강제 이주 후 학생 시절에 이미 몽유병, 조현병이 발병하여 자기 삶 하나도 버거웠을거고, 덕혜가 조선인을 위해 뭘 했다는건 기록도 없을 뿐더러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사정이었을거에요.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라는 소재만으로도 영화가 될 여지는 많은 것 같은데, '마지막 황제' 같은 걸작은 역시 자주 나오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덕혜의 애국 활동 - 옛날 각하 출현 (근데 각하 정권 때의 배려로 귀국한건 참트루) - 국뽕 라인 될 수도 있었는데, 박해일의 대사(저는 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습니다)로 논란은 피해간듯.
암튼 허구로 인한 애국지사(?)의 탄생은 좀 별로 같아요. 진짜 애국지사들한테도 후손들이 잘 못하는 판에..
- 장한이 멋진 보디가드 설정으로 나와서 약간 오글거리기도 했지만, 배우 박해일을 충분히 즐기면서 봤습니다.
(미모가 여전하시던데..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멜로 영화 하나만.. 굽신)
하지만 이 반 허구적 인물과의 러브라인을 위해 실제 남편이었던 소 다케유키와의 부분이 많이 생략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정략결혼으로 양쪽 다 시대의 피해자이기도 했고, 결혼 후 1-2년은 사이도 좋았던 것으로 추측되고요. (덕혜옹주의 병이 호전, 딸도 태어남)
황녀와 결혼한 일본인이니 나쁘게 묘사되기 일쑤였지만, 실제로는 당대의 엘리트로 인품도 있어서 남편으로서 나름의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더군요.
25년의 결혼생활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으니 시인으로서 남긴 '사미시라- 환상 속의 아내를 그리워하는 노래' 가 아마 관련된 유일한 기록일텐데, 내용이 참 마음아팠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상으로는 일본인 정략결혼 남편보다 어렸을 적 정혼남이랑 전개되는게 더 재미있는 쪽이겠죠.
2016.08.08 06:12
2016.08.09 00:44
분명히 국제시장 류의 흥행영화들을 분석하고 참고했을텐데, 왠지 허진호 감독이 나 이런 것도 찍을 줄 알아! 라고 주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2016.08.08 09:55
2016.08.09 00:50
독립운동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인물에게 그런 뉘앙스를 입히고, 결정적으로 연설 장면 때문에 국뽕의 향기를 느꼈던 것 같아요. 박해일은 캐릭터 자체는 전형적인데 왠지 박해일이라서 전형적인 느낌이 덜 난 듯해요. 너무 조각미남인 그런 배우가 했으면 진짜 전형적이었을듯..
2016.08.08 10:17
별로 호평일색인 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요.
2016.08.09 01:53
이런 류의 영화가 흥행을 할 때 그래도 '신파 ㅉㅉ'의 여론이 항상 일정 지분은 있었던 것 같은데, 덕혜옹주는 왠지 그런 지분도 별로 없고 대체로 괜찮다고 하는 분위기 같았거든요. 저도 그래서 보러 갔다가 좀 속은 느낌.
2016.08.08 11:19
박해일은 나이가 있음에도 늘 청년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실제의 인물을 그리는 거라 이야기가 더 나올게 있나 싶었어요
이우왕자 역을 모르고 갔던 지라 ㅎㅎ 반갑더군요
2016.08.09 02:03
잘생긴 이우 왕자 역에 최적화된 배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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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이 연출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면적이고 지루한 영화였어요. 한국 영화 흥행의 안전빵 공식들을 죄다 끌어다 사용한 또 하나의 그렇고그런 한국식 양산형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신파극을 얄팍한 신파로만 끝나지 않도록 작법상의 노력과 시도가 있었더라면 더 깊고 풍부한 영화가 되었을텐데 그런 것은 전혀 보이지 않고, 런닝타임 내내 시종일관 노골적으로 관객을 울리려고만 덤비니 나도 모르게 반감이 생기더라고요. 특히 후반부에 엔딩을 자꾸만 유예하며 억지로 감동을 끌어내려는 모습에는 솔직히 질려버렸네요.
픽션이라곤 하지만 마치 사실인양 논픽션을 영화 곳곳에 배치해놓고 인물들의 미화는 쩔고요.
전형적인 수법으로 애국심을 강요하는 국뽕 영화인데, 보들이님도 지적하셨던 박해일의 대사 한 마디가 비난을 피하려고 제작진이 그나마 머리를 굴린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