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06.03 18:52

여은성 조회 수:949


  1.약 한달전부터 있던 자전거 모임에 처음으로 나가 봤어요. 모 호텔에서 매주 하는 건데 온다던 회원 하나가 빠지니 나머지는 다 호텔 직원이고 저혼자만 손님이었어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체로 국내 호텔들의 총지배인은 외국인이예요. 이 호텔 총지배인도 닐 맥도프와 존 바로우맨을 반씩 섞어놓은 듯한 외모의 외국인인데 그가 내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어쨌든 걱정했던 것과 달리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영어 스피킹은 해도 해도 안 돼서 아예 쓸만한 문장 여러 개를 통째로 외워놓고 상황에 따라 써먹으려 했는데 딱히 쓸 기회가 없어서 대답은 단답형으로만 하게 됐어요.


 하긴 기껏 외운 문장이라곤 클라우스가 부하 늑대인간들을 갈굴 때나 잭바우어가 세상을 구할 때 주로 말하던 문장들이니 일상생활에선 별 쓸모가 없겠죠.


 어쨌든 가끔 벌레떼 사이로 지나가야 한다는 것만 빼곤, 의외로 재미있는 라이딩을 했는데...끝난 후에 사진을 찍자고 하더군요. 저를 중심에 놓고 지배인이 옆에 서서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이 말을 도저히 영어로 말할 수가 없어서 그냥 한국어로 말했어요.


 "오징어 되기 싫어요."


 그리고 구석으로 갔는데 매니저들이 이 말을 도저히 번역할 수가 없었는지 '히 라이크 코너'라고 둘러대더군요. 그리고 사진이 나왔는데 백인간지에서 최대로 떨어졌는데도 별로 보기가 좋지 않았어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사진을 보는 내 의중을 눈치챘는지 지배인이 애로우에 나오는 바로우맨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걱정마 미스터 여. 페이스북엔 안 올려 드릴께."




 2.듀게 번개를 쳐보려 했는데...그게 월요일이었어요. 월요일 당장 하고 싶었지만 사정상 금요일날 하기로 했는데 화요일 되니 하기 싫어져서 취소카톡 보내고...그리고 수요일 다시 일어나 보니 갑자기 또 하고싶은거 같기도 하고...기분이 휙휙 바뀌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요즘은 뭔가, 오늘만 사는 것같이 되어서 5일 후는 너무 먼 미래 같아요. 카이지에서 한 캐릭터의 입을 빌어 한 작가의 명언이 있죠. "내일부터 열심히 살자가 아냐. '오늘만 열심히 살자'다!"라는 말이요. 앞으로도 계속 오늘만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번개는...금요일 당일 오후가 되어야 정말 번개를 하고 싶은 건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어쨌든 비슷한 맥락으로, 아무리 어떤 맛집이나 술집에 갈 계획이라도 예약은 안 해요. 아무리 그날 그시간에 그곳에 99%갈 예정이라도, 예약을 해버리면 무조건 가야 하는 의무가 되어버리는 거 같아서요. 예약을 하는 순간, 그 곳은 재미있고 즐거운 곳이 아닌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되버리는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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