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상황

2015.06.18 12:37

말하는작은개 조회 수:622

오늘도 꿈을 꾸었어요. 꿈얘기는 일종의 옛날이야기로 들어주세요. 게시판이 이시국인 마당에 딴얘기를 하는 것도 어딘가 눈치보이기는 하는데, 지친 분들도 계실 것 같기도 해서 쉬어가는 겸 얘기해볼게요. 오늘의 시작점은 만화방이였어요. 만화서점인지 만화방이였는지 모르겠지만, 아 네, 아마 만화방이였던 것 같아요. 고리타분해보이는 옛날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쿰쿰한 지하의 냄새가 올라오고 몇 안되는 사람들이 만화를 고르느라 서 있는... 그런 곳이였는데 그곳에서 만화를 찾고 있었어요. 미래이야기를 다룬 SF호러만화를 찾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트윈테일 머리를 한 동양 여고생이였고요. 그러다가 잘 안찾아져서 밖으로 나왔어요. 밖은... 망하고 있었어요. 제가 나온 곳은 저지대에 있는 건물이였는데 저지대로부터 저멀리 언덕까지 쓰레기장이였던 것 같았어요. 재활용 폐품과 컵라면과 공장 자재들같은것들이 마구 쌓여서 서울의 거대한 빌딩숲을 뒤로 한채 한 광경을 이루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곳에 <오즈의 마법사>에서 집을 날려버렸던 것처럼 세차게 불고 있는 소용돌이 바람이였어요. 주변의 집들을 부수고 날려버리며 사람 또한 날아갈 것 같아 옆사람을 붙잡는.... 그리고 언덕 끝에 수많은 귀신들이 서 있었어요. 그 귀신들은 사람들을 잡아먹으려 했던 것 같아요. 아니면 붙잡아서 놀래켜주거나...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뛰쳐나와서 귀신과 싸웠어요. 저도 그 대열에 함께 할까 하고 바람에 날려가지 않으려 애쓰며 폐품덩어리를 밟고 언덕을 올라가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귀신이... 바람이... 기괴한 모습을 한 귀신들이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귀신과 분간이 되지 않는것... 그 난리통에서.... 그래서 저는 무서워서 사람의 대열에 끼어있었는데 그 '사람들'조차 귀신인지 사람인지 알수가 없으니... 그곳에서는 모두가 귀신처럼 보였어요. 이상한 세계에서 온 것처럼... 이상한 생물들... 그래서 당당하게 앞을 볼 수가 없었어요. 바람에 못이기는척 저 자신의 모습만을 봤어요. 3인칭으로... 우울한 분위기의 미소녀였던 것 같아요. 꿈에서의 일이지만...


그리고 아는 언니와 함께 연극을 보러갔는데 그곳에서 악마를 봤어요. 무대에서 재롱을 부리는 원숭이와 함께, 일본전통음악을, 누군가가 바이올린인지 일본전통악기인지 현악기로 연주하는데 그곳에 악마의 그림자가 서렸어요. 심장이 차갑게 소름이 돋아서 떨었는데 언니가 무대뒤로 가보자고 했어요. 그래서 무대뒤에 갔더니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그 엄청난 일이 무엇인지는 몰라요. 시선이 향하기도 전에 무서워서 돌려버리고 말았거든요. 하지만 무대뒤에 귀신인지 악마인지가 있었고 그사람이 낄낄거리면서 우리가 무대뒤를 쳐다보고 있는걸 알고 똑같이 쳐다보았다는 걸 알수 있었어요.


그리고 일어나서 밥을 찾다가 아직 시간이 안되어서 다시 잣어요. 그런데 이어지는 것 같은 꿈을 꾸엇어요.


세계가 멸망하고 있었어요. 아니 세계까지는 아니고... 한국도 아니고... 한국의 일부지역이 멸망하고 있었어요. 바람에 아파트 들이 부서지고 날려서 집이 무너지고 있었어요.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있었어요. 저는 아는 사람과 함께 새로운 집터전을 찾으러 바닷가로 갔어요. 바닷가라고 하면 모래사장에 바다가 있는걸 상상하는데 모로코인지 스페인의 광경처럼 바다를 둘러싸고 언덕들이 있어서... 그 언덕위로 올라가서 우리가 살만한지 살펴봤어요. 흙으로 집벽을 세우면 되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흙으로 벽을 세우는 방법을 정확히 몰랐기 떄문에 집에 가서 도서관을 찾아 건축공부를 해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도서관이 멀쩡한지 알수가 없었죠. 어쨌든 집터를 찾았으니 집으로 가겠다 했어요. 집으로 가서 일단 세계가 멸망하고 있으니까 우리집도 무너지기 전에 쌀과 밥을 락앤락에 담았어요. 그리고 반찬으로 김을 끼워넣었어요. 집주변의 지역모임에 가보니 사람들이 이주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듀게사람들이였어요. 저는 락앤락을 내밀며 듀게 여자회원에게 말했어요. "잘했죠?" 그 회원을 잘했다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반찬은 뭐가 좋니 어쩌니 하면서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덧붙였어요. 그리고 다시 집으로 가요. 사실 여기서 사실관계가 조금 안맞는데 이야기의 구성을 위해 사건배치를 다시 한것도 있는데 그정도는 넘어가주시길... 아무튼 집으로 가서 가족들을 불러냈는데 부모님과 오빠가 튀어나와서 승합차에 탔어요. 아빠가 운전을 하고 오빠가 조수석에 앉았고 저는 달리는 차를 따라가면서 왜 나는 안태워주냐고 문을 두드리면서 소리쳤는데 안들렸던 것 같아요. 우리가 도착한 곳은 병원이였어요. 집들이 무너지는 걸 생각해서 정부에서 새로 세운 임시병원같은 곳이였는데 아빠가 꿈에서 암이였기 때문에 간 거였어요. 아빠는 산소암이라고 했어요. 산소암인지 폐암인지 모르겠는데 산소를 마시면 죽는 병일까요? 아무튼 아빠는 병원침대에 누워서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의 소견을 받았어요. 아직도 기억이 나요. 생생하게. 아빠가 누운 병원침대를 둘러싼 커튼과 위에서 천사처럼 내리쬐는 환한 병원조명의 빛.... 그리고 왼쪽 하얀 선반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색연필 모양 조각품과 하얀 곰인형..... 또 옆에서 소견을 말하던 나이많은 의사..... 이 광경을 보다보니 의사가 되고 싶어졌어요. 저는 사실 간호사나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의사가 되는 것보단 간호사가 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간호사를 바랐어요. 그래서 듀게에 간호사가 되고 싶은데 지금 준비해도 대학을 갈 수 있겠냐 같은 글을 올렸었어요. 사람들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죠. 아직도 그 쪽지들을 갖고있어요. 그리고 수능을 준비했었어요..... 하지만 혼자하니까 도저히 안되더군요.... 제 근성이 부족했던 건지도 모르죠.... 그래서 포기를 했는데... 꿈에서 보니 갑자기 생각이 난 거죠. 그게. 대학은... 제가 돈을 많이 벌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대학보다는 돈을 버는 게 더 큰일이에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