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니 드라이버가 영국의 텔레그라프와 했던 인터뷰를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이제 15년이 되어가는 얘깁니다. 미니 드라이버는 드라마 스쿨 출신으로 활발하게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20대 중반 배우였고,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의 각본 (원래 맷 데이먼이 하버드 영문과 재학 중 제출한 작문 과제에 바탕을 두고 있죠) 을 바탕으로 굿 윌 헌팅을 준비하던 거스 반 산트가 그녀를 여주인공 스카일라 역으로 점찍습니다.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은 미니 드라이버의 외모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최종적으로 감독과 각본가/주연배우들의 의견을 따르기로 합니다. 


영화 현장에서 윌과 스카일라뿐 아니라 맷과 미니도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인터뷰에서 미니 드라이버는 맷 데이먼을 'charming package' 라고 표현할 만큼 매료되었고 벤 애플렉의 농담에 항상 웃었다고 회고합니다. 젊고 영리하고 열정이 넘치는 신인 배우들의 조합이었고 맷 데이먼과 거스 반 산트가 수시로 중요한 장면에 대한 격렬한 토론을 피하지 않았다고 하니, 현장의 분위기가 또래 친구들이 어울려 프로젝트 작업을 하듯 즐거웠겠다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개봉 후 굿 윌 헌팅은 박스 오피스에서 예상치 못했던 성공을 거두고 아카데미에서 각본과 남우조연 (로빈 윌리엄스) 상을 받습니다. 하워드 진의 옆집 꼬마였고 연기를 위해 하버드를 중도 포기하고 보스턴 죽마고우 벤 애플렉과 함께 각본을 쓰고 천연덕스럽게 연기까지 한 맷 데이먼은 90년대의 지적인 반항아 윌 헌팅을 연기하면서 대단한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맷과 미니는 헤어집니다. 이 결별이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맷 데이먼이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이 결별을 급작스럽게 공표했기 때문이죠. 7개월간 맷 데이먼을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다가 전국에 나가는 TV 쇼에서 싱글이 되어버린 미니 드라이버가 벙찔 만한 상황이긴 했어요. 이게 둘이 이미 헤어졌는데 맷 데이먼이 먼저 공표를 한 건지 아니면 정말 말 그대로 TV 에서 연애를 끝낸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직도 헐리웃 최악의 이별 케이스에 거론되는 걸 보면 맷 데이먼이 뒤통수를 쳤을 가능성이 높죠 (뭐 남녀상열지사에 뒤통수를 쳤다 한들 어쩌겠나 싶습니다만). 


미니 드라이버는 인터뷰의 끝부분에서 맷 데이먼과 친구로 남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이후 조쉬 브롤린과 약혼까지 했다가 헤어지면서도 비교적 쿨한 관계를 유지한 걸 보면 가능성이 영 없는 얘기도 아니었을 텐데, 열정을 바쳐 일했고 젊고 사랑에 빠져 있던 20대의 기억을 아쉬워하는 건 이해할만다 싶습니다. 특히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이후 부침 없이 헐리웃의 관심 대상 1순위로 탄탄한 커리어를 이어온 데 비해 미니 드라이버의 커리어는 상대적으로 소박하기 때문에 그 대비가 더 안타까워 보이는가 싶기도 합니다. 


-- 2년 전인가 시작한 'Hung' 이란 TV 시리즈, 남자 주인공의 전 부인으로 출연하는 얼굴이 낯익더군요. 저 여자가 누굴까, 저 여자가 누굴까, 연기도 잘하고 외모도 기억에 남을 만한데 저 여자가 누굴까, 궁금해 하다가 말았습니다. 그리고 작년 에드 헬름스 주연의 'Cedar Rapids' 를 보는데 그 익숙한 얼굴이 다시 등장하더군요. 검색해보니 앤 헤이쉬 (헤이쉬인지 헤이치인지 아직도 분분하지만) 였어요! 1990년대 말 six days seven nights 에서 해리슨 포드의 상대역으로 혜성같은 신인 등장이란 평가를 받았고, 금발 머리를 짧게 자른 상큼한 이미지에 엘렌 드제네러스의 연인으로 유명세까지 얻었던 배우죠. 그러고 보니 특유의 얼굴이 남아 있는데 머리 모양이 크게 바뀌어서인지 20대의 앤과 40대의 앤은 제 눈에 퍽 달라 보였습니다. 


요 사진이 그 때,

 

그리고 요 사진이 지금, 지금도 매력적이에요, 달라 보일 뿐.

 


이번에 앤 헤이쉬를 찾아보면서 알게 된 그녀의 성장기는 놀랍더군요. 앤 헤이쉬는 침례교 목사인 아버지와 성공한 심리상담가인 어머니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서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면서 살았습니다. 앤이 13세 때 죽은 아버지는 AIDS 가 발병한 후에야 아내에게 본인이 커밍아웃하지 않은 게이였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아버지의 죽음 후 큰오빠는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위키는 자살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성장 후 앤은 자신이 아기일 때부터 12세가 될 때까지 아버지에게 강간당했고, 그 결과로 엄청난 트라우마와 헤르페스를 갖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본인의 불안정한 성격과 약물 중독 (엑스타시 먹고 운전하던 차에서 내려 사막을 걸어가서 남의 집에 천연덕스럽게 들어가 샤워하고 신세진 얘기는 유명합니다) 과 20대까지 유지했던 이중 인격이 모두 어린 시절의 학대에 비롯되었다고 말합니다. 앤 헤이쉬에 따르면 그녀가 본인의 상처를 드러내어 말하는 이유는 아버지의 학대를 어머니를 비롯한 모두가 방관하고 침묵했던 거짓된 상황이 아동에게서 진실과 사랑에 대한 희망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앤의 어머니는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80년대 이후 현재까지 모녀는 교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앤 헤이쉬의 어머니는 성공한 목회상담가로, 동성애자를 어떻게 이성애자로 '전환 convert'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치료적 설교와 상담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앤 헤이쉬는 어머니의 이러한 대응에 대해, 자신이 아버지를 성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자유분방하면서 학대 경향을 가진 사람으로 이해했듯 어머니의 삶에 일어난 여러 비극들로 미루어볼 때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여전히 거짓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까지 알고 나서 참 마음이 복잡하더군요. 처음에는 앤 헤이쉬 예쁘고 상큼하고 진짜 잘 나갈 것 같더니 아쉽다 하는 심정이다가 헐리웃의 크고 작은 영화들에서 나름의 역할을 프로페셔널하게 수행하고 있는 많은 배우들에게 나도 모르게 잘 살았다 아쉽게 살았다 하는 딱지를 붙이고 있구나 하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린지 로한은 아쉽습니다 아쉬워요!). 그리고 90년대 후반 엘렌 드제네러스의 후광을 입으려고 바이 흉내를 낸다던 세간의 비난이 떠오르면서 제가 다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앞으로도 Cedar Rapids 에서처럼 경쾌하면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계속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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