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를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 굉장히, 정말 등의 수식어가 아낌없이 들어갈 정도로 좋아합니다. 

인물, 역사, 생활, 교육, 사회, 문화, 자연 등등 다큐멘터리가 다루는 모든 것들을 이유 불문하고 좋아합니다. 


물론 다큐멘터리에 대해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이 다큐멘터리의 카메라가 ‘진짜 눈물의 공포’. 

즉 타인의 삶에 허락 없이 끼어드는 외설성이라고 말하며 ‘나에게 이젠 글리세린이 있다’ 며 극영화로 넘어간 것이 

큰 윤리적 결심이었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래도 다큐멘터리는 항상 저 개인적으로 매혹의 장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자연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가장 좋아했었는데 특히 BBC 자연다큐멘터리 시리즈 같은 것들 말입니다. 

카메라가 인물과 사회에 대해 진짜로 담아낼 수 없다는 (왜곡된) 인식하에 자연 다큐멘터리를 가장 좋아하게 된 것 입니다. 

자연, 풍경은 그것 그 자체니까 거짓이 없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얄팍한 생각을 떠나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지구의 자연, 동물들을 보다보면 그저 절로 와 하게 되더라고요.


아무튼 그러다가 얼마 전 SBS에서 만든 <최후의 바다, 태평양> 예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자연다큐멘터리 수준이 높아졌고 MBC <아마존의 눈물>의 히트를 보면서 

SBS가 야심만만하게 많은 예산을 들어 만든 것 같아 기대가 컸습니다. 

그 시리도록 푸른 바다의 색, 그 빛깔과 알록달록한 섬들을 보며 어떻게 기대를 안 할 수 있을까요.


음,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2부 <야만의 바다>말고는 큰 감흥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영상도 좋고 아이디어도 나쁘지 않은데 저한텐 뭔가 매력이 빠져 있다는 느낌이 내내 들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건성건성 보게 되더군요.


이번호 시사인에서 한국 다큐멘터리 전성시대라는 특집 면을 읽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최후의 바다, 태평양>을 만든 PD와의 인터뷰가 있더군요. 

처음엔 이색적인 원시 문명을 다루려고 했다가 전 세계 문화 인류학자들을 통해 

“당신이 찾고 있는 그런 곳(문명을 거부하는 곳)은 이제 더 이상 태평양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고

태평양이란 큰 틀에 원주민들의 성과 돈 문제를 살피며 문명과 야만의 관계를 살펴보려고 했다는 기사였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한다면 <최후의 바다, 태평양>의 자연은 풍경으로 전락하고 

문명과 야만은 서로 중첩되어 어디가 문명인지 어디까지가 야만인지 구별되지 않는, 

아니 문명과 야만이라니 그러한 말들이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 아닌지... 

결국 본질이 흐려진 다큐멘터리였다고 한다면 몇 개월 동안 고생했을 제작진들에게 실례가 되는 말일까요...


자연의 신비를 제거하고 풍경으로 만들어 관광하고 유람하는 일련의 과정이 근대화 작업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러한 의도들이(의도하던 의도 않던 간에) 너무 쉽게 느껴지는 자연 다큐멘터리라면 더욱 보고 있기에 힘들어집니다.


올 연말에 방영 예정인 MBC 눈물 시리즈인 <남극의 눈물>을 ‘자연’ 다큐멘터리로써 다시 한 번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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