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5 12:12
제목에 못 적었는데 본문 중에 아기 사진 두 장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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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와 저희 누나, 그리고 부모님이 같은 동에 살고 있거든요. 세 집 다 걸어 10분 이내 거리구요.
어쩌다보니 이렇게 된 게 아니라 육아 문제로 이렇게 된 겁니다. =ㅅ=;;
원래는 차 타고 20분 거리에 살고 있었고 이미 누님네 애들 봐 주고 계신 어머니께 짐 더 얹어 드리기 싫어서 육아 도우미를 구하고 있었으나 어머니께서 그 얘길 듣곤 어떻게 갓난 아기를 생전 모르는 사람 손에 맡기냐고 호통을 치시며 "내가 볼 테니 근처로 이사 와라" 라고.
사실 어머니의 이러한 육아관에 별로 공감하는 바는 없지만 (어차피 요즘 다들 그렇게 키우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뭐 원래 안 그러신 분이 워낙 강력하게 나오시니 못 이기는 척하며 이사를 했고. 그래서 지금 저희 어머니께선 누나네 초딩 아들 둘과 저희 아들까지 남자 셋을 봐 주고 계십니다. 노인 학대 인정합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저희 부모님과 손주 셋이 한 집에 모여 있게 되고. 또 그러다 보니 저희 누나와 제가 그 집에 함께 가 있게 되는 일이 많고. 주말 같은 경우엔 애들이 난리를 쳐서 아예 거기서 재우기도 하고. 그 와중에 차 타고 20분 거리에서 애 셋 키우며 시집살이 하는 동생놈도 주말이면 종종 놀러 와서 집 안에 애 여섯(곧 일곱이 될...;)과 애 부모 셋, 그리고 할매 할배까지 모여서 바글바글거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곤 하죠.
(아이 엠 넘버 세븐.)
근데 이렇게 대규모로 모여서 혼돈의 카오스를 만드는 게 애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정말 되게 좋습니다(...)
한 명이 애 둘을 보는 거랑 세 명이 애 여섯을 보는 걸 비교하면 1 : 2라는 비율은 같아도 세 명 & 애 여섯이 훨씬 덜 힘들거든요.
일단 애 보면서 다른 수다를 떨며 대화할 대상이 있다는 게 아주 크구요. 셋 중 한 두 명이 잠깐 외출을 하거나 다른 볼일을 볼 수도 있고.
뭣보다도 중요한 건 애들이 자기들끼리 논다는 겁니다. 프리덤!!! 우하하, 드디어 저 아빠 껌딱지가 나에게서 떨어졌어!!! ;ㅁ;
게다가 저의 경우엔 저희 애가 현재 거의 막내이기 때문에 더 좋아요. 아기 교육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느낌이거든요.
아무래도 다 큰 어른이랑 노는 것보다 그나마 비슷한 초딩들이랑 노는 게 본인도 훨씬 재밌는 모양이고. 또 이렇게 아둥바둥 형들이랑 어울리려고 애를 쓰다 보니 체력을 많이 써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잡니다. ㅋㅋ 새로운 말이나 행동을 배우는 속도도 훨씬 빨라지구요. 예를 들어 원래는 이 놈이 자기가 누구랑 놀고 싶으면 무작정 달려드는 놈이었는데 요즘엔 형들이 파워 레인져 보고 있을 땐 그냥 그 옆에서 혼자 장난감 갖고 놀면서 끝나길 기다리기도 하더라구요. 허허. (다만 그러한 이해심은 자기 부모에겐 적용되지 않습니다. ㅠㅍㅜ;)
그런데 이럴 수 있는 건 주변 사람들이 모두 기이하게 여길 정도로 동생들과 잘 놀아주는 손주 군단 No.1과 No.2의 존재 덕택이기도 합니다. 얘들이 동생들이랑 잘 안 놀아주면 다 쓸 데 없었겠죠. 어째서 초등학교 5, 3학년 남자애들이 이렇게 어린 애들과 자발적으로 신나게 놀아주는지 이해는 안 가지만 만약 얘들이 '미취학 아동 즐.' 이러고 지들끼리 놀았다면 다 쓸모 없었겠죠. 고맙다 애들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즘 다행이다 싶은 건, 몇 달 전에 제 동생이 셋째를 낳았거든요.
그 녀석을 처음 본 제 아들 반응은 '충격과 공포'였어요. 그동안 쭉 막내이다가 갑자기 자기보다 작은 생명체가 들어오니 그 자체가 낯설고 무서운 것도 있었겠고. 또 사랑하는 할머니가 자기 말고 다른 아기를 안고 먹이고 있으니 충격을 받은 것도 있었구요.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며 할머니를 아가로부터 떼어 놓으려고 어찌나 애를 쓰던지 웃음도 안 나오고 측은하단 생각이...;
그런데 그렇게 몇 달을 보면서 이젠 익숙해져서 자기가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또 그 놈이 자고 있으면 슬슬 만져보기도 하고 그래요. 신기하게도 때리지는 않더군요. ㅋㅋ 이렇게 적응기를 거친 덕에
엄마 본다고 찾아간 산후 조리원에서 자기 동생을 처음 만난 날 제법 이렇게 감동적인 장면을. ㅋㅋㅋㅋ
뭐 나중에 이 놈이 자기 사는 집으로 침략해 들어올 거라곤 생각을 못 하니까,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눈물의 나날을 모르니 저랬겠지만.
그래도 역시 자기 사촌 동생을 자주 본 덕에 그나마 거부감이 덜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스럽더라구요.
에... 뭐.
뭐라고 마무리를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글 제목이나 본문 내용과는 별개로 사실 실제로 대가족을 이루고 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뭐 굳이 말할 필요 없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단점과 스트레스들이 있을 테니까요. ㅋㅋㅋ 그리고 이런 식의 생활이 제대로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누군가의 큰 희생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구요. (지금 저희 집안 같은 경우엔 제 어머니께서... orz)
제목 그대로 그냥 북적거리는 대가족이 어린애들에겐 참 좋은 거긴 하구나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단 얘기구요. 덧붙여서 애 키우기 힘드네 어쩌네 해도 난 정말 운이 좋아서 아직까진 애를 편하게 키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가벼운 잡담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글은 항상 별 뜻 없어요. ㅋ
덤으로 지금 이 시각 현재 애 엄마가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가 첫째와 둘째를 처음으로 집에서 정식으로 대면 시키고 있습니다.
흥미진진하네요. 허허허.
2015.09.15 12:21
2015.09.15 12:21
동생이 결혼하고 나니 세상이 좀 다르게 보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2015.09.15 12:39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는 첫애 낳고 백일 되기전부터 애가 무거워서.. 집에 가면 애 엄마가 (손목 아프다고..)울고 있는게 무서워 부모님과 합가를 한 케이스입니다. 어쩌다보니 둘째가 태어나고.. 잠시 잠깐의 합병(?)은 기약없이 공고한 연합이 되었지요. 조손지간에 나누는 뭔가도 있고 둘째 낳고 나니 첫째가 둘째랑 놀아주는 것도 그렇지만 대가족이 여러모로 정신 건강에 좋단 생각이 들어요. 둘째도 훨씬 빨리 말이며 행동을 배우고 흉내내고 합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결혼하면 시부모랑 죽어도 못살겠다는 분들이 대다수시겠지만 시부모든 장인 장모든.. 아이 키우다보면 집안이 북적거리고 애들 봐줄 손이 많아지는 건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큰 애가 좀 인간다워지니.. 둘째가 태어나서 다시 리셋 되신거... 저도 경험해본 일이라.. 마음이 짠하네요. 힘내세요. ㅎㅎ 한 2년만 지나면 또 살만해집니다.. ^^ (그리고 셋째...??)
2015.09.15 12:46
2015.09.15 13:11
대가족의 단점도 많지만 명절날 다들 모여서 바글바글, 그리고 조카들 귀여운 짓 할때 웃음꽃 피고 그러면 "아 이래서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저희 어머님이 그러시더군요 "손녀, 손자 집에 오면 좋고~ 가면 더 좋고~" ㅎㅎ
육아로 고생하시는 로이배티님도 복받으신듯,
그러나 정말 좋은 어머님이신것 같네요.
보일러라도 놔드려야;;;
2015.09.15 13:44
Diotima/ 예전에 딱 한 달 정도 거의 풀타임으로 혼자 본 적이 있었는데. 아가의 예쁨과 그로인한 기쁨과는 별개로 정말 심신이 피폐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걸 몇 년씩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눈 앞이 깜깜하더군요.
말씀대로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고 생각하면서... 어머니께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샘 솟는 요즘입니다. ^^;
김전일/ 다른 뜻 없이 순수하게 그냥 말 그대로 '예전에 몰랐던 세계'를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ㅋㅋ
칼리토/ 전 사실 저 자신이 정말로 우리 부모님이든 아내 친정 부모님이든 어떤 쪽과도 함께 살고 싶지 않아서요. ㅋㅋ 원래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핵가족 생활도 힘겹습니다. 하하; 하지만 역시 다시 결국 결론은 육아에는 참 좋더라구요. ^^;
아지라엘/ 하지만 대가족 제도가 대안이 되려면 지금 얽히고 섥히고 꼬인 한국의 가족 문화가 어떻게든 수습이 되어야겠죠. 아마 제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면 가족분에게 결혼 승락을 받지도 못 했겠지만 반대로 그 쪽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면 저도 꺼낸 결혼 얘기 다시 집어 넣고 도망갔을 거라서요. 으하하.
모스리/ 오면 좋고 가면 더 좋으면서 긴장이 풀려 몸살 기운이 찾아온다고 하시더군요(...)
모두에게 자기 어머니는 정말 좋은 어머니겠지만 특히 전 요즘 우주 최강 아니신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쿨럭;)
2015.09.15 13:48
도시로 진출하면서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핵가족화 되었던 사회가 느리지만 점점 다시 자연으로, 대가족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합니다.
물론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거구요. 아이를 낳고 키우기 전에는 개인주의에 가깝던 제 모습이 많이 변해가고 있어요.
저도 사정상 시댁에 잠깐 들어와 살고 있는데 불편하면서도 편한점이 있네요. ^^;;; 내가 씻을 때 아이를 봐주는 분들이 계시고..
(물론 그렇다고 제 개인 시간이 늘어나게 된 건 아니지만요..ㅠㅠ)
시댁에서 10분 거리에 사는 조카들(정확히는 남편의 조카들..)도 고1, 중2인데도 이제 두 돌 가까이 된 제 아들과 굉장히 잘 놀아줘요.
덕분에 조카들이 놀러오면 저는 좀 편하더라구요.
2015.09.15 13:50
2015.09.15 14:34
아기 예뻐요!!뽀뽀해주는 오빠는 더 예쁘네요.
애들이 자라는데는 대가족이 좋은 것 같아요.애들도 북적북적한걸 좋아하고...무엇보다 조카들이 정말 착하네요.
2015.09.15 14:52
Siri/ 저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방금 어머니께 온 문자를 보니 첫째가 며칠 전 걸린 코감기가 신경 쓰여서 일단 대면 안 하도록 다른 데로 데려가셨다고... orz
보리/ 아무리 엄마 아빠 좋아해도 역시 또래가 최고더라구요. 뭐 어린이집에 가도 또래들은 많긴 하겠지만 집에서 부모들이랑 같이 있다는 게 아무래도 다르겠죠. 착한 형아들 덕에 맘이 든든합니다. ^^;
2015.09.15 18:58
2015.09.15 20:46
육아와 맞벌이 가정을 위한 복지와 정부지원이 그나마 잘 되어 있다는 이 나라에서도 막상 아이를 낳고 육아를 도와줄 가족/친인척이 없는 경우에 겪는 어려움은 극복이 안되는 것 같더군요. 저희 사무실에만 벌써 두 사람이 육아 문제로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친가 외가 모두 너무 멀어서 상주하며 도와줄 수 없는 형편이었거든요. 중국인 여자애들 두명은 친부모와 시부모를 번갈아 가면서중국에서 불러서 육아와 가사에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정부보조금, 근무시간 조절 이런 지원이 빵빵해도 부모님 도움없이는 양육이 힘들어요.
2015.09.15 21:18
2015.09.15 23:04
2015.09.16 10:18
약한 자에 대한 배려 개념이 제대로 잡힌 대가족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지요 ^^
2015.09.16 13:33
2015.09.16 15:36
10%의배터리/ 저도 저희 가족들이 저 사는 집에 놀러오길 바라고 있는 제 모습에 스스로 깜짝깜짝 놀라며 살고 있습니다. ㅋㅋ
양자고양이/ 결론은 부모님께 잘 하자... 라는 슬픈; 정말 부모 도움 없이 아기 키우시는 분들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드네요.
침흘리는글루건/ 사실 첫째는 원래 엄마 닮아 예뻤는데 점점 아빠 닮아간다며 가족들이 슬퍼하고 있습니... (쿨럭;)
사실 전 어렸을 때 친척들이 저희 집에 모이는 걸 싫어했던 개인주의적 까칠 소년이었던지라 지금 아이들 즐겁게 노는 게 신기해보이고, 또 글루건님 추억이 부럽네요. 하하.
채찬/ 그게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긴 하죠. 또 결정적인 문제이기도 하구요. ^^;
키드/ 게다가 이 녀석이 지 오빠랑 굉장히 닮아서 더 신기합니다. ㅋㅋ
말씀에 대체로 공감은 하는데... 이게 또 어른이 어른 나름인지라. 결과적으로 참 어려운 일이고 운이 따르는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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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공감하고, 많이 부러워지는 글이네요. 예전에는 애를 그렇게 많이 나아도 다 키웠다며 요새 부모들이 엄살피운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사실 대가족에서 품앗이하며 키워도 주고, 도움도 받으며 그렇게 사는 시스템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의 육아가 힘든좀이 있는것 같아요. 특히 해외에 있다거나, 남편이 전혀 도와주지 못하는 환경이 되면 하나 가진 아이도 엄청나게 힘들게 되는거죠. 아이를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도 24시간 7일보는 시간이 한달만 계속되어도 너무 괴로운거죠..어머니께 강요하신것도 아니고 도와주신다고 하셨고 건강하신듯하니 정말 운이 좋으신것 같아요. 부모님께서도 손자들과 자녀들을 더욱 자주보게 되니까 장점도 많을것 같구요.
그건 그렇고 아드님 참 예뻐요. 뽀뽀사진에서 속눈썹이 길게 드리운 것이 가슴이 쿵덕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