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못 적었는데 본문 중에 아기 사진 두 장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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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와 저희 누나, 그리고 부모님이 같은 동에 살고 있거든요. 세 집 다 걸어 10분 이내 거리구요.


어쩌다보니 이렇게 된 게 아니라 육아 문제로 이렇게 된 겁니다. =ㅅ=;;


원래는 차 타고 20분 거리에 살고 있었고 이미 누님네 애들 봐 주고 계신 어머니께 짐 더 얹어 드리기 싫어서 육아 도우미를 구하고 있었으나 어머니께서 그 얘길 듣곤 어떻게 갓난 아기를 생전 모르는 사람 손에 맡기냐고 호통을 치시며 "내가 볼 테니 근처로 이사 와라" 라고.

사실 어머니의 이러한 육아관에 별로 공감하는 바는 없지만 (어차피 요즘 다들 그렇게 키우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뭐 원래 안 그러신 분이 워낙 강력하게 나오시니 못 이기는 척하며 이사를 했고. 그래서 지금 저희 어머니께선 누나네 초딩 아들 둘과 저희 아들까지 남자 셋을 봐 주고 계십니다. 노인 학대 인정합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저희 부모님과 손주 셋이 한 집에 모여 있게 되고. 또 그러다 보니 저희 누나와 제가 그 집에 함께 가 있게 되는 일이 많고. 주말 같은 경우엔 애들이 난리를 쳐서 아예 거기서 재우기도 하고. 그 와중에 차 타고 20분 거리에서 애 셋 키우며 시집살이 하는 동생놈도 주말이면 종종 놀러 와서 집 안에 애 여섯(곧 일곱이 될...;)과 애 부모 셋, 그리고 할매 할배까지 모여서 바글바글거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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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넘버 세븐.)


근데 이렇게 대규모로 모여서 혼돈의 카오스를 만드는 게 애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정말 되게 좋습니다(...)


한 명이 애 둘을 보는 거랑 세 명이 애 여섯을 보는 걸 비교하면 1 : 2라는 비율은 같아도 세 명 & 애 여섯이 훨씬 덜 힘들거든요.

일단 애 보면서 다른 수다를 떨며 대화할 대상이 있다는 게 아주 크구요. 셋 중 한 두 명이 잠깐 외출을 하거나 다른 볼일을 볼 수도 있고.

뭣보다도 중요한 건 애들이 자기들끼리 논다는 겁니다. 프리덤!!! 우하하, 드디어 저 아빠 껌딱지가 나에게서 떨어졌어!!! ;ㅁ;


게다가 저의 경우엔 저희 애가 현재 거의 막내이기 때문에 더 좋아요. 아기 교육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느낌이거든요.

아무래도 다 큰 어른이랑 노는 것보다 그나마 비슷한 초딩들이랑 노는 게 본인도 훨씬 재밌는 모양이고. 또 이렇게 아둥바둥 형들이랑 어울리려고 애를 쓰다 보니 체력을 많이 써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잡니다. ㅋㅋ 새로운 말이나 행동을 배우는 속도도 훨씬 빨라지구요. 예를 들어 원래는 이 놈이 자기가 누구랑 놀고 싶으면 무작정 달려드는 놈이었는데 요즘엔 형들이 파워 레인져 보고 있을 땐 그냥 그 옆에서 혼자 장난감 갖고 놀면서 끝나길 기다리기도 하더라구요. 허허. (다만 그러한 이해심은 자기 부모에겐 적용되지 않습니다. ㅠㅍㅜ;)


그런데 이럴 수 있는 건 주변 사람들이 모두 기이하게 여길 정도로 동생들과 잘 놀아주는 손주 군단 No.1과 No.2의 존재 덕택이기도 합니다. 얘들이 동생들이랑 잘 안 놀아주면 다 쓸 데 없었겠죠. 어째서 초등학교 5, 3학년 남자애들이 이렇게 어린 애들과 자발적으로 신나게 놀아주는지 이해는 안 가지만 만약 얘들이 '미취학 아동 즐.' 이러고 지들끼리 놀았다면 다 쓸모 없었겠죠. 고맙다 애들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즘 다행이다 싶은 건, 몇 달 전에 제 동생이 셋째를 낳았거든요.

그 녀석을 처음 본 제 아들 반응은 '충격과 공포'였어요. 그동안 쭉 막내이다가 갑자기 자기보다 작은 생명체가 들어오니 그 자체가 낯설고 무서운 것도 있었겠고. 또 사랑하는 할머니가 자기 말고 다른 아기를 안고 먹이고 있으니 충격을 받은 것도 있었구요.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며 할머니를 아가로부터 떼어 놓으려고 어찌나 애를 쓰던지 웃음도 안 나오고 측은하단 생각이...;

그런데 그렇게 몇 달을 보면서 이젠 익숙해져서 자기가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또 그 놈이 자고 있으면 슬슬 만져보기도 하고 그래요. 신기하게도 때리지는 않더군요. ㅋㅋ 이렇게 적응기를 거친 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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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본다고 찾아간 산후 조리원에서 자기 동생을 처음 만난 날 제법 이렇게 감동적인 장면을. ㅋㅋㅋㅋ

뭐 나중에 이 놈이 자기 사는 집으로 침략해 들어올 거라곤 생각을 못 하니까,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눈물의 나날을 모르니 저랬겠지만.

그래도 역시 자기 사촌 동생을 자주 본 덕에 그나마 거부감이 덜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스럽더라구요.


에... 뭐.

뭐라고 마무리를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글 제목이나 본문 내용과는 별개로 사실 실제로 대가족을 이루고 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뭐 굳이 말할 필요 없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단점과 스트레스들이 있을 테니까요. ㅋㅋㅋ 그리고 이런 식의 생활이 제대로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누군가의 큰 희생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구요. (지금 저희 집안 같은 경우엔 제 어머니께서... orz)

제목 그대로 그냥 북적거리는 대가족이 어린애들에겐 참 좋은 거긴 하구나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단 얘기구요. 덧붙여서 애 키우기 힘드네 어쩌네 해도 난 정말 운이 좋아서 아직까진 애를 편하게 키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가벼운 잡담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글은 항상 별 뜻 없어요. ㅋ


덤으로 지금 이 시각 현재 애 엄마가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가 첫째와 둘째를 처음으로 집에서 정식으로 대면 시키고 있습니다.

흥미진진하네요.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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