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갤 - 폭력과 소통의 문제

2015.09.15 17:18

멀고먼길 조회 수:1747

격조했습니다. 멀고먼길입니다.


사는게 바빠서 (...) 백년만에 게시판 들어왔다가 댓글도 달고 키배도 하고 어어 난 사일런트왓칭주의잔데 하다가 결국 글까지 쓰게 되네요.


에-아무튼 메갤이 요즘 어딜가나 핫이슈라 본의와 무관하게 관련글을 조금씩 보게되는데요. (그리고 조금씩 고통도 받고...)

제 생각은 '어휴 올게 왔구나.'에 가깝습니다. 혹은 '어, 이럴줄 몰랐어?'도 있구요.

여성혐오라는게 건바이건으로 빈도나 수위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사회에 만연해있던 거구요.

익명버프를 받아서 온라인에서는 특히 활발했죠. 예컨대 dvd, 자동차, 디지털사진, 야구, 유모어, 격투기 에 그리고 또 뭐있더라...

아무튼 스스로를 남초사이트라고 규정하는 곳들에서 쿨타임만 찼다하면 올라오던게 "어휴 개념없는 여자들-"로 시작되는 구분짓기-디스하기 

류의 글이 아니겠습니까? 얼마전에는 실명이랑 프로필사진이 공개되는 페북에서도 김치녀 커뮤니티가 생기고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다니고 그랬죠. 전 그거보면서 '와...실명까고 얼굴까고 이런데 좋아요 누르고 댓글달고...SNS가 멋진신세계의 뽕이라더니 정말 그렇네.'하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어느날 못살겠다 갈아보자를 외친 유저들이 dc인사이드의 하위갤러리에 집결을 하고, 집중적으로 게시물을 올리더니, 독립사이트가 생겨버린겁니다!

이 사이트의 특징중 하나는 게시물들의 성격이 보통 세가지로 분류된다는 건데, 하나는 그동안 부당하게 당해왔던 젠더문제에 대한 고발, 

둘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여성주도의 섹스토크, 그리고 셋이 여기 아닌 다른데서도 치고박고 싸우고 있는 미러링 스타일의 글이죠.


그래서 그 미러링이란게 대체 뭐야? 하고 물으신다면 저도 모름ㅎ 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뭐 저보다 훨씬 안목이 있으신분 들도 정확한 개념에 대해서

저마다 의견이 다르니까요. 굳이 A의 정의는 B라는 식으로 쓰기보다는 '혐오발언의 패턴을 주어와 목적어를 바꾸어 되돌려주기'라는 식으로 풀어쓰는편이

시비잡힐일도 없고 좋겠군요. 흠흠. 아무튼 중요한건 이 미러...아니 '혐오발언의 패턴을 주...'


...걍 미러링이라고 쓸게요...


이 '미러링'을 두고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메갤의 존재와 그 내부소통방식에 대해서 '적극옹호'라기보다는 '어휴 그럴수도 있지'쪽에 가까운데, 저도 타고나기를 사람남자로 태어난지라

100%이해! 공감! 한다고는 말할수 없지만, 어쨌든 메갤의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문제의식이나 여러 차별/범죄사례들에 동의/공감하고, 유사한 사례를 제 주변

에서도 보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미러링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아니 그렇게 심한 어휘를...저건 일베에서나 쓰는건데! 나는 안저러는데! 폭력은 나쁜거 아닌가요!

라며 배척하는데, 메갤러들은 그런 반응을 보고 대개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럼 너네는 우리가 빼액거리지 않고 죽어지내고 있을때 어디서 뭘하고 계셨나요?"


요컨대, 수위나 빈도의 문제가 아니라 태어난지 1년도 채 되지 않는 신생웹사이트에서 왜 굳이 폭력적인 소통방식을 택했는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메갤의 경우 DC적부터 지속된 하위문화형 소통방식 - 존칭생략, 각종드립, 비속어의 자유로운 사용 - 에 덧붙여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2등시민/성적대상화에 대한 동질감과 적대감 + 여성주도적인 소통공간에서 누리는 해방감 등이 혼재하고 있죠. 이 혼돈스럽고 또 자유로운 

상황에서 누군가 경험담, 혹은 제안, 혹은 투표로 미러링이라는 방식을 던졌을때, 내부에서 열광적인 반응이 나올거라는거 짐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에 뭐 이게 정확한 설명이라고 물으신다면 메갤의 탄생과정을 기초로 가장 가능성있는 시나리오 아니겠습니까? 여하튼 이런 메갤이라는 커뮤니티

에 대한 이해 없이 단지 폭력적인 어휘를 구사한다, 혹은 구사하는 어휘의 수위가 일베와 대동소이하다. 라는 이유로 일베나 메갤이나 도찐개찐 아닌감?

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두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와 비교를 어느선에서부터 포기해버린거죠. 포기하면 뭐든지 편해요. 마음대로 욕도 할수 있고. 책임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혐오는 지양해야 하는데, 메갤이 하는건 남성혐오 아니냐, 남성전반에 대한 혐오가 정당하냐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 이거 키배하고 

나서 이렇게 쓰니 왠지 특정인 저격같은데, 이런 이야기 이전에 엄청 많이봤어요. 저격아님 ㅠㅠ) '혐오'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여성혐오라는게 칼같이 김치녀와 비김치녀를 나눠서 행해지는 것이었나요? '개념녀'라는 호칭은 그저 순수한 찬사의 맥락이었나요? 그동안 여러

방식으로 행해져온 여성혐오와 메갤이 행하고 있다는 그 남성혐오가 정말 똑같은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겁니까? 이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어쨌거나 쌍욕을 하고 일반화를 하고 있으니 혐오는 혐오가 아니냐! 라고 대답하신다면 - 제글에 더 이상 스크롤을 내리실 필요는 없겠네요.


그래서 메갤의 나아갈 길은 미러링밖에 없는 것이냐, 라고 물어보신다면 글쎄,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저는 일베를 볼때마다 고독(蠱毒)이 생각납니다. 원래 

DC인사이드 인기게시물의 미러사이트였던 곳이 어느샌가부터 이해와 소통을 포기한, 혹은 포기당한 사람들로 가득차서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후, 엇비

슷한 이야기들만 반복재생하다가 결국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기괴한 무언가가 되었죠. 메갤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장담을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제

가 메갤가봤자 아직은 거세후 자살추천1 일뿐인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메갤을 이해하려 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피해자도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으니 메갤은 앞으로도 오랜기간동안 북적거릴 것이고 미러링패턴도 계속되겠죠. 하지만 메갤의 그것은 아직 독(毒)

이라고는 할 수 없는, 차라리 이렇게라도 우리를 좀 돌아봐다오라는 외침에 가깝다고 봐요. 위에 인용했던 이야기 말고도 "봐봐라 우리가 지랄을 해야 갓

치들 살아는 있네 하고 돌아보잖니."같은 이야기도 봤는데, 사실 이건 조롱이나 혐오라기보다는 씁쓸한 자조에 더 가깝지 않습니까? 메갤이 이러다가 

어휴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고 ~ 하면서 제풀에 퍼질수도 있고, 뭔 사건이 터져서 해체될수도 있고, 앞으로 일어날 경우의 수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지금은 우리가 이해, 더 나아가 공감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정이나 시혜의 관점이 아니라, 그동안 외면해왔던, 혹은 그럴 여건

이 되지 못해 차마 지지하지 못했던 동료시민에 대한 반성과 연대의 관점으로 말이죠. 


어휴 감성팔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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