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제는 정말로 미용실에 가야 한다는 징조가 곳곳에서, 더 자주 발현되고 있어요. 최근엔 술을 마시러 가니 날 알지도 못하는 실장의 첫마디가 '안녕하세요' 였어요. 그리고 두번째로 말한 게 '머리 좀 깎으셔야겠는데요.'였어요. 그 실장이 너무 건방진거거나 내 머리가 너무 길어진 거겠죠.


 여기서 문제는, 내가 가는 미용실이 너무 이상한 곳에 있다는 거예요. 정확히 말해서 먼 건 아니예요. 다만 이상한 곳에 있을 뿐이죠. 정거장 수로 치면 2정거장 정도인데 도저히 쉽게 갈 수가 없는 곳인데다 다른 장소와 연동도 안 돼요. 놀러가는 곳이나 은둔하러 가는 곳 어느 곳과도 한번에 연결되지 않는 이상한 곳이예요.


 하지만 그 미용실에 가는 이유는 이거예요. 그 미용실은 오직 한명만 근무하거든요. 직원도 없고 그냥 한명이 하는 개인 샾이예요. 그러니까 그 미용실에 가면 불안할 것도 의심할 것도 없는거예요. 어차피 그 미용실에서 제일 머리를 잘 자르는 미용사가 머리를 깎아주는 거니까요. 물론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고 하는 사람들에겐 제일 머리를 못 자르는 미용사겠지만요. 


 흠.


 한데 접근성도 좋고, 운동하는 곳에 있어서 머리를 깎고 바로 샤워가 가능한 이철헤어커커는...이렇게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단점이 하나 있어요. 직원이 너무 많다는거죠. 누가 머리를 잘자르는지 모르겠어요. 지명을 하라고 해도 누가 머리를 잘 깎는지 알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지명을 하라는 말을 듣는 순간 여기 있는 사람들 간에 엄청난 능력 격차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거예요. 


 그래서 지명할 사람이 없다고 하면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사람을 불러서 붙여주는데, 문제는 여긴 술집이 아니잖아요. 얼굴만 보고는 이 사람이 이곳의 커리인지 이곳의 바레장인지 알 수가 없는거예요.


 만약에 이 사람이 별로 능력도 없는 벤치워머라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거라면 기분이 별로 안 좋거든요. 아예 이럴 거면 각 미용사들에게 명찰을 달게 하고 실력에 따라 차등된 가격표를 붙여 놨으면 좋겠어요.



 2.뱀파이어 만화를 구상해본 적이 있어요.


 늘 그렇듯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어깃장을 놓는 거예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어깃장을 위한 어깃장을 놓더라도 일단 새로운 이야기는 무조건 기존의 이야기와 달라야만 하는 거니까요. 아무리 구관이 명관이라도 어떤 부분은 억지로라도 다르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의 뱀파이어는 마늘을 잘 먹고 햇빛 아래서 잘 다니고 피 따위는 입에 대지도 않는 뱀파이어였어요. 이렇게 어깃장을 놓고 흐뭇해하려다가...가만히 보니 이런 뱀파이어도 이미 있는 거잖아요. 뱀파이어물이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이제는 햇빛 아래서 잘 다니고 피 대신 킨더초콜릿을 먹는 뱀파이어가 한 트럭은 있는 거예요.


 휴.


 하여간 뭔가 페널티도 있고 특성도 있는 뱀파이어를 만들어야 할 텐데 말이죠. 페널티는 없고 장점만 가지면 그건 이미 뱀파이어가 아니라 수퍼히어로니까요.



 3.아, 바레장을 무시하려던 건 아니예요. 바레장도 충분히 훌륭한 선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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