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4 07:52
1.
이대는 이대라서 더 논란이 되는 것 같아요. '일부'겠지만 이대라서 못 믿겠다는 댓글들도 보이더군요. 만약 연대나 고대라면 어땠을까 궁금합니다.
2.
원래는 이대 학내 문제였죠. 이게 '사태'까지 된건 주말에 경찰 1600여명이 투입되서 사건이 커졌습니다.
사건의 전후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시위하는 학생들을 진압,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 1600명이 대학에 투입되었다는 뉴스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군사독재시절에도 경찰이 학내 투입되는건 흔치 않은 일이었는데...
3.
제가 느낀 바로는 이대의 '미래 라이프'는 돈벌이, 출세 수단 인 것 같습니다. 고졸이나 전문학사들에게 공부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면 지금 있는 평생교육원을 활용, 확장 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굳이 정부 시책에 부응하여 또 다른 사업기회를 잡은 것이지요.
부동산으로 돈버는게 한계에 다다르자 다른 수익창출원을 찾은 것이라는 관점도 있고, 이게 대학 구성원들과 소통 없이 강행된게 문제였겠지요.
대학이 돈을 버는게 문제인가? SKY를 위시한 속칭 명문 사학들이 돈으로 학위 뿌리고 다녀서 학벌 사회가 무너지는 효과가 있다면야 긍정적이겠지만, 도리어 학벌사회, 계급사회를 공고히 할 것 같단 말입니다.
4.
게다가 총장이 거짓말을 했습니다. 자기는 경찰 투입 요청한적 없다고.
경찰측이 발끈해서 총장이랑 통화도 하지 않았느냐? 라고 하니 '투입을 요청한 적은 없고, 사태가 급박해지면 구출을 고려해 달라 정도는 이야기 했다'며 말을 바꿨지요.'
그렇게 이대의 학내문제였던 문제가 사회 탑이슈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5.
이대와 성주를 보면 공교롭게도 여러가지가 겹칩니다.
1) 소통 없이 정책을 강행
2) 해당 구성원의 반발
3) 외부세력이 있다며 언플
4) 해당 구성원들은 외부세력의 지원을 꺼려하면서 비표를 만드는 등 스스로 고립화
여기서 달라진건 이대는 계획을 철회했고, 성주 사드 배치는 여전히 강행될거라는 점입니다. (미래라이프가 완전 철회 될지, 분위기 냉각되면 슬쩍 다시 시작될지는 아직 모르지만요)
불과 얼마전까지 '종북'이 마법의 단어였는데 이제는 '외부세력'이 마법의 단어가 되었습니다. 시민들의 연합/연대를 막고 스스로 고립시키는 유효적절한 수단이에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외부세력'으로 프레임을 짜버리니까 연대하기도 어렵고, 스스로 도움 받는 것을 꺼려하게 됩니다.
6.
다시한번 생각해도 이대가 미래라이프를 하건 말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대 동문 입장에서 학위가 흔해져서 억울 할수도 있는 것이고, 또 그걸로 학교가 돈 벌어서 학생들 환경이 좋아진다면 좋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건 학내 문제에요. 임대 아파트와 분양 아파트를 갈라 놓아서 이미 지어지고 살아가고 있는 임대아파트 거주민을 차별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미래라이프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으니까요.
학교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미래라이프를 하든 말든 그건 이대가 알아서 할 문제인데, 300명 학생들 단체행동을 막겠다고 경찰 1600여명을 투입시키고 사회문제로 확대시킨건 총장입니다. 그러니 총장이 책임져야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총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서 시민단체나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는데 지금 사태를 키운건 자신이라는걸 외면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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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겠지만 이대생들의 시위를 학벌 사회에서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이기적인 행동으로 치부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대 정도가 무슨 대단한 학벌이라고..'라는 식으로 조롱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대라서 더 논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진격의 대학교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번 이대 사태 역시 기업화된 대학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
돈이 된다는데 민주적 절차 같은 허울 좋은 소리나 하고 앉았냐는게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결정한 사람들의 속마음이겠죠.
이대의 계획은 취소되었지만 대학에 침투한 자본의 논리는 계속 확대될 것이고 비판적 성찰을 키우는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겠죠. 민주적 의사소통과 연대 의식이 실종된 각자도생의 사회로 고착화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