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계속 밖에 있어서 댓글 달아주신 내용에 대해 인사를 못 드렸어요. 알려주신 곳은 담배연기때문에 포기했고, 점심 먹으러 갔던 티지아이가 의외로 시끌시끌하고 간격이 넓어서 중간에 디저트 한 번 더 시키고 좀 오래 있다 나왔습니다.


티지아이에서 어딘가로 또 어딘가로 가야 했어요. 푹 파묻힌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아서 12월까지 있었던 90년대 분위기 카페가 사라졌더군요. 그런 분위기로 두기엔 목도 괜찮고 건물도 크고 했으니 당연한 결과 같습니다.

커다란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였는데 좀 사는 집 거실이나 식당 같은 분위기 카페는 아직도 남아 있죠.


라리나 페라 같은 곳도 90년대 분위기지만 그래도 시대를 초월한 듯한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면, 제가 가려고 했던 곳은 그저 20년 전 스타일을 최신 스타일인 줄 알고 한껏 멋을 부리고 나선 듯한 분위기였어요. 당연히 젊은 손님들보다는 사오십대 손님이 많았던 것 같아요. 요즘에 더구나 홍대 부근에서 제가 갔는데 나이 많은 손님들이 더 많은 곳은 찾기 드물거든요. 음료들마저 90년대 스타일이었고 (파르페라니!) 곁들여 파는 케이크류는 맛이 그다지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제는 거기 가고 싶었어요. 퍼질러 앉을 수 있는 푹신한 쿠션과, 옆 테이블 신경 안 써도 되는 칸막이와 넉넉한 자리 배치가 필요했거든요.

없어진 건 당연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제는 아쉽더군요.


제가 이십대 초반일 때는 어두컴컴한 카페에서 밝은 카페로 막 넘어가던 시기였습니다. 대입 끝나고 친구들이랑 앞으로 가게될 학교 부근 카페를 순례했었는데 그땐 카페가 영화관처럼 어두운 곳이 많았어요. 칸막이는 당연했고 아예 노래방처럼 문을 닫을 수 있는 곳도 있었죠. 아직 비디오방은 안 나올 때인 것 같고, 노래방이 아마 부산에만 있었든가 아니면 서울에 번화가에 막 상륙했을 때인가 그랬으니 청춘남녀들이 숨어들 어딘가가 필요했겠죠.

막상 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환하고 흔들의자 있는 카페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그런데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곳은 바로 안에 들어가서 문을 잠글 수도 있던 어두컴컴한 카페 들이지 뭐예요. 별로 추억도 없고 그다지 그립지도 않았는데도 어제는 갑자기 그런 카페들이 떠올랐어요.


청춘의 고민은 여전한 것 같고 저도 아직 그 혼돈에서 완전히 탈출하지 못한 것 같은데 카페와 제 겉모습은 많이 변했네요.

카페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예전 것은 이제 촌스럽고 요즘 것은 낯설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54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8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408
104070 [나가수] 관객평가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고 보는데요 [9] 미리 2011.03.23 2110
104069 [기사펌]정말 할 말 없게 만든 인터뷰 [1] 라인하르트백작 2011.03.23 2267
104068 일본인 응원하려다 망신;; [10] Mk-2 2011.03.23 4259
104067 저도 팬질 좀 해볼려구요.섹시한 노래. [8] 말린해삼 2011.03.23 2069
104066 향수어린 차원 이동물의 끝판왕 [21] 자본주의의돼지 2011.03.23 3300
104065 괜찮았던 머핀 [15] 푸른새벽 2011.03.23 3554
104064 김건모의 심리 측면에서 이 사태(?)를 바라본다면 [4] 미리 2011.03.23 2980
104063 김건모는...간지나게 딱 한주만 더 나오려고 한 거 아닐까요? [2] 여은성 2011.03.23 2622
104062 로레타 할러웨이 사망 calmaria 2011.03.23 1420
104061 양장본 유감 + 얇은 책 추천 [6] 늘보만보 2011.03.23 2693
104060 [놀라움] 경향신문이 스웨덴에 '위키리크스 KOREA (KH리크스)'를 만들었어요 [4] 黑男 2011.03.23 3392
104059 오늘밤 외로워요...폰팅해요우리....써놓고 보니 또 스팸문자네 -.-;;;;;;;;;;;;;;;;;;;;;;;;;;;;;;; [11] 2요 2011.03.23 3937
104058 화장실 나올때 손 절대로 안 씻는 울 아부지...;;; [22] 라곱순 2011.03.23 4585
104057 무서운 쿰을 쿠었구나 [3] 01410 2011.03.23 1949
104056 [듀친클] 신입모집안내-새로운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 [11] 초코 2011.03.23 2358
104055 조문(弔問)갔을 때 적절한 인사(?)말을 잘 모르겠어요 [11] kiwiphobic 2011.03.23 3872
104054 샤론 테이트 와 로즈 번 [2] 자두맛사탕 2011.03.23 2303
104053 음악, 경쟁, 협동 [3] 레드필 2011.03.23 1309
104052 오랜만에 찾아온 진보신당의 요즘 이야기. [5] 난데없이낙타를 2011.03.23 1824
104051 [나가수] MBC, '나는 가수다' 김영희PD 교체 [58] 7번국도 2011.03.23 741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