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6분. 스포일러는 신경 안 쓰고 막 적겠습니다. 어차피 듀게 유저님들 연령상 이 영화 내용 모르실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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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부터 하던 생각이지만, 이 포스터 정말 쌩뚱맞지 않습니까?)



 - 맥락 없이 파도 치는 바다를 한참 보여준 후에, 집에서 놀고 있는 두 여고생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무서운 이야기도 하고, 남자 친구랑 여행 다녀온 이야기도 하며 즐겁게 놀다가 그 중 한 명이 갑자기 저주의 비디오 얘길 하겠죠. 자기도 그걸 봤다며. 다들 아시겠지만 '이상하고 맥락 모르겠지만 으스스한 비디오를 보고 나면 바로 이상한 전화가 오고, 일주일 뒤에 죽는다'라는 겁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일주일째!!! 그때 갑자기 전화가 울리고, 둘이 후다닥 달려가서 부들부들 떨다가 친구가 전화를 받는데... 그냥 평범한 전화였구요. 아하하하 그럼 그렇지 그런 일이 있을 리가... 라고 안심하자마자, 친구를 먼저 방으로 보내고 잠시 부엌에 머물던 아이가 뭔가의 기척을 느끼고 부들부들 떨다 고개를 돌리고 경악하는 표정을 지으며.... 화면이 멈추고 영화 제목이 뜹니다.


 이후야 뭐 더 말할 필요 없겠죠. 이혼하고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는 기자인지 리포터인지 되는 양반이 동네를 떠도는 괴비디오 테이프에 대한 소문을 취재하다가, 도입부에서 죽은 자기 조카 장례식장에서 학생들에게 힌트를 얻고 씐나게 달려갔다가 문제의 테이프를 봐 버리는 거죠.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이혼한 전남편을 소환해서 둘이 열심히 비디오 테이프의 비밀을 캐고 다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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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츠시마 나나코 & 사나다 히로유키라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과분할 정도의 캐스팅이었군요.)



 - 이 고대 영화를 다시 보게 된 이유는 그냥, 이걸 지금 다시 봐도 무서울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 무서웠습니다. ㅋㅋㅋ 

 의외로 가장 긴장되고 그럴싸했던 건 도입부의 여고생들 씬이었구요. 이후로 사다코 전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서 부터는 전혀 안 무서웠습니다. 티비를 뚫고 나오는 그 장면도 그냥 '어라? 생각보다 금방 기어 나오네?' 라는 생각만 드는 정도. 그 전의 우물씬은 '양수기라도 소환하지 저게 뭔 뻘짓이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봤고 마지막에 아들을 살리기 위한 결단을 내리는 장면도 '뭐 그렇게 해도 설명만 잘 해주면 다 문제 없지 않나? 오히려 백신 맞은 셈치면 맘 편하고 좋겠네.' 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죠.


 그러니까 뭐, 세월도 흘렀고. 이후에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 카피 제품들로 단련도 되었고. 유명한 장면이나 연출들이 이후에 수도 없이 베껴지고 패러디 되고 하며 복제의 복제의 복제를 거치는 과정을 다 봐왔으니 쇼크가 전혀 없는 건 그러려니 합니다만.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 같은 건 지금 다시 봐도 긴장감 쩔고 '불쾌하고 기이해!!'라는 장면들이 있는 반면에 이 영화는 그냥 되게 편안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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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 합니다!!! ㅋㅋ 지금도 짤을 다시 들여다보며 합성 어색하게 뜨는 부분들 확인하며 웃고 있습...)



 -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봤는데. 뭐 이게 정답이라고 주장할 생각까진 아니지만 대략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영화에 생각 외로 쇼크 장면이 별로 없습니다. 초반에 고딩들 죽은 거 두 번인가 나온 후론 마지막 장면에서 하나 더 죽는 게 다에요. 그리고 그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은 그냥 저널리스트들 조사 다니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딱히 무섭거나 긴장될 게 별로 없구요.


 그런데 예전엔 왜 긴장되고 무서웠을까... 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러니까 이 영화의 기괴하고 무서운 느낌이 상당 부분 '일본풍'에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사다코와 사다코 엄마의 과거지사가 밝혀지는 흑백 장면들 같은 걸 보면, 딱히 호러스런 게 별로 없어요. 그런데 옛날 옛적 일본풍의 차림새나 연기, 행동들이 기이한 느낌을 주는 건데, 그게 일본 문화 갓 개방되던 그 시절엔 참 별 거 없어도 기이하고 불쾌한 느낌이 낭낭했는데 이젠 넘나 익숙하단 말이죠. 그 외에도 대체로 그런 식입니다. 그 시절엔 낯설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요. 그렇게 '생소함'에서 비롯된 공포 버프가 사라져 버린 지금에 와선 어지간한 장면들은 그냥 평이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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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이런 장면은 지금 봐도 괜찮더군요.)



 - 하지만 그렇게 '하나도 안 무서움!'이라는 상태로 영화를 편안히 쭉 보고 나니까 오히려 영화의 장점 같은 게 더 잘 보인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풍(혹은 동양풍) 도시 괴담을 영화의 떡밥으로 삼으면서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부분 같은 건 자연스럽게 잘 풀어냈구요.

 모자 관계를 활용해서 드라마를 만들고, 그걸로 긴장감을 자아내는 아이디어는 참 좋았고 또 잘 활용됐어요. 다시 보니 가장 끔찍한 장면이 주인공이 자다 일어나서 비디오 보는 아들 발견하는 장면이더라구요. ㅋㅋㅋ 옛날에 원작 소설을 읽었던 기억으론 이게 원래는 주인공이 남자였는데, 아주 잘 된 개작의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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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공포 영화에서 어린이는 치트키 아니겠습니까.)


 사다코의 이야기는 원작에서 디테일은 거의 생략하고 핵심만 가져다가 좀 거칠게 박아 놓았는데. 그게 오히려 더 불쾌하면서도 우울한 느낌을 줘서 사다코의 말도 못할 한을 잘 표현한 것 같았어요. 니들이 내 유골 수습해주든 말든 난 걍 다 죽일 거거든?? 이라는 사악한 심뽀를 납득시켜 주는 느낌이랄까요. ㅋㅋ


 또 그 심뽀와 이어지는 마지막의 반전 같은 건 지금 봐도 괜찮더라구요. 전설의 고향스런 귀신 한 풀어주는 이야기로 훈훈하게 끝나는 척 하다가 한 방 날려 버리는 거나. 방법을 알아낸 주인공이 아빠와 전화 통화하며 비디오 테이프 갖고 도로를 달리는 마무리 장면 같은 것도 좋았구요. 무서움과 별개로 전반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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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건 다른 데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설정인데 희한하게 일본 영화에서 마주치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 대충 정리를 하자면.

 이제 와서 보면 나카다 히데오의 능력이 좀 과대 평가되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원작빨이 워낙 큰데다가 (죽음의 비디오 테이프라는 아이디어부터 이야기 전개, 반전까지) 당시까지 일본 영화를 거의 본 게 없었던 저 같은 관객의 경우엔 감독의 의도와 연출 이상으로 신선 & 기이한 느낌을 받기도 한 것 같구요.

 하지만 그래도 영화 런닝 타임에 맞게 잘 정리된, 그리고 효과적으로 잘 각색된 각본과 나카다 히데오의 안정적인 연출은 충분히 칭찬받을만 했다는 생각이 들구요. 또 그 당시에 일본과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를 20여년이 흐른 지금 센스로 이렇다 저렇다 따지는 게 뭔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ㅋㅋㅋ

 암튼 하나도 안 무섭지만 전반적으로 재밌게 잘 봤습니다. 속편들이나 이 나라 저 나라의 리메이크 버전들까지 챙겨볼 생각은 안 들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 근데 그럼 만약 2023년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만들려면 무엇을 소재로 써야 할까요? 핸드폰 영상? 인스타? 죽음을 부르는 틱톡 영상 같은 게 나와야 하는 걸까요. '일주일 안에 링 챌린지 영상을 올려서 좋아요 100개를 받지 못하면 너는 죽게 될 것이다!!!'



 ++ 당시에 이거 원작 소설을 3권까지인가 읽었던 것 같은데. 이게 좀 웃기는 시리즈죠. 2권은 의학 스릴러처럼 흘러가고 3권은 SF... 그런데 그게 또 어찌저찌 그럴싸하게 이어지는 게 참 신기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ㅋㅋㅋ



 +++ 뻘한 얘기지만 이 영화에 대한 웃기는 추억 하나가요. 이걸 제가 비디오 테이프로 봤거든요. ㅋㅋ 그러고서 책까지 읽고 난 후에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도 비디오샵에서 빌려와서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군생활 하느라 극장에서 못봤습니...;) 이 영화의 여파 때문에 괜히 죄 없는 여고괴담 비디오 테이프가 참 꺼림칙해 보였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다 보자마자 한밤중에 아주 잽싸게 반납했던... 하하;



 ++++ 그리고 이 영화 도입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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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아무 상관 없겠지만 지금 와서 다시 보니 '스크림이냐?'라는 생각이 들어서 역시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참 웃을 일도 많아서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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