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건 1984년에 나왔군요. 런닝타임은 1시간 58분으로 '레이더스'보다 살짝 길어요. 이번에도 스포일러 신경 안 쓰고 막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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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다시피, 개봉 당시 한국 오피셜은 아무 부연 없이 걍 '인디아나 존스'가 맞습니다. 아니 '죤스'군요. ㅋㅋ)



 - 일단 안 좋은 얘기를 먼저 하도록 하겠습니다. 뭔진 다들 아시다시피...

 이 영화의 오리엔탈리즘은 정말 쩝니다. 보다보면 거의 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에요. '20세기 헐리웃 영화의 오리엔탈리즘' 같은 주제로 글을 쓴다면 그냥 이 영화 한 편만 갖고도 충분하겠다 싶을 정도로 참 다방면으로 강력해요. 비행기 추락으로 떨어진 인디 일행을 보고 '하늘이 내려주셨다'며 좋아하는 순진한 원주민들... 이라는 설정 정도는 애교구요. 그런 원주민들을 백인 구원자가 나타나 지켜준다는 스토리 라인까지도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전설의 그 만찬 장면 있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정말 엄청나더군요. 어떻게 정상적인 음식이 단 하나도 안 나오죠. ㅋㅋㅋ 게다가 일단 배경은 인도라는데 인도 문화엔 관심 없이 걍 자기들 생각하기에 괴상하고 사악한 것 다 때려 박아 버려요. 뭔 이슬람 암살단 이야기 같은 게 튀어나오고 부두 인형이 출동하고 아동 학대에다가... 뭐 더 길게 말을 않겠습니다. 정말 쉴드의 여지 없이 사악하고 저열한 오리엔탈리즘이 영화 내내 활활 타올라요. 이런 걸 두 시간 동안 보고 나니 처음엔 아무 생각 없었던 도입부의 상하이 장면까지도 불쾌하고 찜찜한 기분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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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뭘까요 이 끔찍한 혼종은.)


 거기에다가 우리 스감독님 사모님 캐릭터 말이죠. 아니 '레이더스'에선 그렇게 시대 대비 멀쩡하고 괜찮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보여주더니 왜 속편에서 이렇게 격하게 퇴행을 한답니까. 민폐 진상 모질이 등등 안 좋은 표현은 다 때려 박아도 과하지 않을 법한, 그것도 여성에 대한 편견을 베이스로 진하게 우려낸 캐릭터라니 참 난감했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 분이 개그랍시고 하는 행동들은 웃기지도 않아요. 분명히 웃기라는 캐릭터인데 그게 이 모양이라 나중엔 좀 피곤할 지경이었습니다. 네. 그랬구요. 이 두 가지에 대해선 아마 스감독님 본인도 별로 할 말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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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문제점을 짤 하나로 요약해 보았습니다.)



 - 일단 도입부, 상하이의 그 액션 장면은 '이것이 속편의 공식이다!'라는 듯이 아주 화려하고 신나고 즐겁습니다. 너무 즐거워서 댄 애크로이드 얼굴도 못 봤 

 일생 꿈이 뮤지컬 제작이었다는 스감독님이라 그런지 공연씬도 되게 공들여서 고퀄로 찍으셨구요. 사람들 발에 다이아몬드와 해독제가 채여서 이러저리 굴러다니고, 그걸 인디와 윌리 둘이 애타게 쫓아다니는 장면도 좋았고. 어렸을 때 되게 인상적이었던 그 커다란 징 굴려서 도망가는 장면이나, 빌딩에서 콰콰쾅 떨어지는 장면이나, 나중에 비행기에서 구명 보트 타고 뛰어내리는 장면이나... 그냥 다 신나고 좋더라구요. 그런데 여기에서 1편과의 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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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어쨌든 상하이 액션은 좋았고. 또 늙어서 다시 보니 어릴 땐 몰랐던 이런 이스터에그성 개그도 눈에 띄니 좋고...)



 - 그러고나서, 인도의 그 망한 마을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액션이 거의 없습니다. '레이더스'의 그 미칠 듯한 액션 릴레이를 바로 하루 전에 체험하고 나서 보니 당황스럽더라구요.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해서 채우는 게 먼저 나오는 건 그 만찬씬을 비롯한 오리엔탈리즘 개그씬들이고, 다음엔 인디와 윌리의 러브 코미디가 짧게 지나가고, 그 다음부턴 또 오리엔탈리즘 활화산 성층권 돌파 슛!!! 느낌의 호러씬들입니다. 그리고 이게 되게 길죠. 특별한 액션 거의 없이 그냥 호러 분위기로 런닝타임을 한참 채워 버려서, 드디어 액션이다! 하는 순간에 남은 런닝타임을 보니 40분이 안 남았어요. 하하. 다시 한 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뭐 그렇습니다. 만든 사람들이 애초에 '레이더스'를 다시 반복할 생각이 없었던 거죠. 

 그러니까 대충 이렇습니다. 우리 인디 아저씨는 돈을 위해 범죄자들에게 유물을 거래할 정도로 좀 도덕관념이 모자란 사람이에요. '부귀와 영화' 같은 데 관심이 좀 있구요. 그러다 어떤 불쌍한 사람들을 돕게 되는데, 원래는 거기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상카라의 돌'이죠)에 관심이 있어서 끼어든 일이지만 거기에서 이런저런 걸 겪고 보고 하다 보니 나중엔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게 되는 거죠. 그래서 철 없던 우리 인디는 철이 들고, 1년 뒤엔 우리가 '레이더스'에서 만나게 되는 그 양반이 되게 된다는... 뭐 그런 프리퀄스런 이야기를 의도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면 도입부의 인디가 저지르는 행동도 설정 파괴까진 아니게 되고. (하지만 후에 나올 3편의 설정을 생각하면 역시 앞뒤가 안 맞게 됩니다. 그 정의 소년이 어쩌다가? ㅋㅋ) 이 영화가 시리즈 중에서 가장 다크한 분위기인 것도 그럭저럭 납득이 되고. 또 먼저 나왔던 1년 후의 이야기랑도 대충 아귀를 맞춰볼 수 있고 그래요. 그렇긴 한데, 각본을 쓰면서 뭐가 좀 애매해진 건지 이런 스토리 라인이 그렇게 확실하게 전달되진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야기'의 측면에선 시리즈 중 가장 애매한 편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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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을 사랑하셨던 우리 스감독님.)



 - 영화가 뭔가... 위에서 그 아무 생각 없이 강력한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한참 욕을 해놨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지막지한 설정과 이야기를 걍 납득시키는 파워가 있습니다.

 일단 프러덕션 디자인이 참 호사스럽고 고퀄이에요. 그리고 그런 고퀄 자원들을 활용해서 감독이 의도한 '악몽 같은 분위기'를 되게 잘 잡아냅니다. 무슨 장면 하나 나올 때마다 반사적으로 '이게 뭐꼬!!!' 하고 욕이 나오는데 보다보면 그냥 납득이 돼요. 그냥 어려서부터 오리엔탈리즘 쩌는 컨텐츠들 보고 자란 어른이가 자신의 머릿 속 최악의 악몽을 천재적인 능력으로 표현한다면 대략 이런 물건이 나오지 않을까. 뭐 이런 느낌? 일단 사상은 분명히 글러 먹었으니 까고 봐야겠는데 결과물의 완성도가 너무 훌륭한 거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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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당무지로소이다... 라는 기분을 잠시 제껴 놓고 보면 다크한 분위기는 정말 압도적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공포 영화 파트를 넘기고 나면 엔딩까지 논스톱으로 달리는 20여분간의 시원하고 씐나는 명장면 퍼레이드가 있습니다. 40년 전에 미니어처 합성으로 이만한 속도감이라니!!! 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갱도 추격전이라든가. 이후로 수많은 후배들에게 복제되는 구름다리 대치씬이라든가. 아드레날린이라는 것이 마구 폭발하는 가운데 버스터 키튼&채플린스런 코믹 액션도 여전하면서 좀 더 합이 잘 맞는 식으로 업그레이드 됐구요. 그 심각한 순간에 다리 위에서 보여주는 개그 센스 같은 것도 정말 좋았고. 정말 그동안 아쉽고 불편했던 게 한 순간에 잊혀지는 기분이랄까... 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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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액션 장면들이 이후로 몇 개나 나왔는지 셀 수 있다면 세어 보고 싶은 기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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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어처+인형으로 대부분 찍었지만 속도감, 박진감은 어지간한 요즘 액션 영화들 싸다구 날리고도 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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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씐납니다!!!)



 - 물론 어린 시절 처음으로 만난 인디 영화이기 때문에 강력한 추억 버프를 받을 수밖에 없긴 합니다만. 

 그래도 나름 깔 건 다 열심히 까지 않았습니까? ㅋㅋ 보통의 오락 영화라면 그냥 까다가 끝났을 텐데. 잘 만든 부분이 또 워낙 훌륭하다 보니 결론이 이렇게 되네요.

 암튼 그래서 여러가지로 문제가 많은 한 편입니다. 오리엔탈리즘, 여성 혐오가 폭발하고 스토리도 다른 편들에 비해 많이 흐릿해요. 

 하지만 1편에서 보여줬던 액션과 스펙터클을 더 크고 화려하게 확장시켰고 그게 충분히 즐겁습니다. 인디와 윌리가 삽질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즐겁고 귀여운 짓 해주는 쇼티의 존재감도 좋았구요. 이 정도면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라고 칭찬할 수밖에 없구나... 라고 생각하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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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거나 제 어린 시절 인디의 이미지는 바로 이 영화가 만들었으니까요.)




 + 근데 이 영화에서 윌리의 그 압도적인 멍청함 말입니다. 아무래도 스필버그와 각본가들은 인디와 윌리를 갖고 옛날 옛적 헐리웃 스크루볼 코미디를 재현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그렇게 생각하면 살짝 이해가 되긴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것보단 덜 짜증나는 캐릭터로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ㅋ



 ++ 중간에 겁도 없이 적들 한복판으로 뛰어들겠다는 인디를 말리며 '너님 그러다 죽어요!!!' 라고 외치는 윌리에게 인디가 이렇게 말합니다.


 "Maybe, but not today."


 대체 이 대사의 근원은 어디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걸까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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