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회원님과의 글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학원가기 싫은 날은 그 표현이 미숙하고,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으나

예술로 거듭날 수 있는 기미를 가지고 있으며


노이즈는 전혀 그렇지도 않거니와, 이와 비교도 될 수 없습니다.


지금 작업 중이라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지만 일단 생각나는대로 차이점을 써보죠.

여기서 이런 글을 쓰게될 줄은 몰랐지만...



1. 큰틀에서 전자는 예술, 후자는 오락


웹툰이라는 채널 자체는 예술이 아니다 라고 하면 의도하지 않았어도, 여러 반발을 살지 모르지만

이건 사실입니다. 웹툰 중에 일부 예술적인 작품들이 있지만 웹툰은 예술이아니죠. 여기서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 중에서도 노이즈는 철저히 소비되는 오락이며, 자극성에만 초점을 둔, 다른 가치는 0에 수렴하는 컨텐츠입니다.

많은 웹툰들이 오락이나 자극성 외에도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과도 대비가 되죠.

논란이 됐던 해당 컷외에 다른 부분을 보진 않았지만, 전형적인 뷰(view)수를 최대 가치로 둔 어그로가득한 오락적배설물입니다.


학원가기 싫은 날은, 그 삽화때문에 격하되는 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그 작의를 오락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노이즈와 정확하게 구별되는 지점은 일단 그 완성도를 떠나, 오락이 아닌 문학의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직접적인 표현


1번에 의해서 '학원가기 싫은날' 이 오락이 아닌 문학의 가치를 가진다는 전제하에 쓰는 글입니다.

두 대상 모두 과도하고 직접적이고 폭력적인 묘사. 라는 이유로 하나로 묶는 시도가 있더군요.

왜 그런 표현이 쓰였는지 혹은 쓰였어야만 하는지 등의 맥락은 이해하지 못한채 텍스트만 놓고서 봐봐! 이거 두개가 뭐가달라! 이런식인데요.

이 논리대로라면 과도하고, 직접적이며 폭력적인 묘사를 가진 모든 작품은 여기에 함께 묶여야 합니다.


1) "그는 나를 음미하듯 꼭꼭 씹어 먹어 삼켰다. 내 몸의 살덩어리를 영양분 삼아 나를 식사한다. 그가 싫증을 내지 않기 위해서 나는 나를 더 치장해야한다"

2) "(단칼로 배를 갈라 자신의 창자를 꺼내며) 니가 진짜 내 어머니라면 이걸 먹어. 먹어 먹으라고!

3) 욕망의 대상에게 자신의 배설물을 먹임. 남녀 가리지않고 성적 욕구를 풀어냄. 살육함.


2-1은 마광수의 <즐거운사라> 2-2는 김기덕의 피에타 2-3은 살로소돔의 120일 입니다.

텍스트만 보면 (표현을 빌려)"엄마를 난자해서 먹겠다"는 시와 다르지 않네요.

자 그럼 이 작품들과 노이즈는 이제 같이 평가받아야 하나요?




3. 예술은 '누가, 어떻게' 가 '왜, 무엇을' 보다 중요하다.


마크로스코의 그림은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일반인이 흉내내기 어렵지만, 미술을 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똑같이 그리는건

중세시대의 미술을 따라 그리는것보다 훨~씬 쉽죠.

그럼에도 원작이 모조품을 압도하는건 '마크 로스코'가 그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예술에 한해선, 그것이 편견이던 뭐던간에 작품만큼 작자 역시 중요합니다.

17살 아이가 이 시를 썼다면, 더 설익은 느낌이 났을 겁니다. 넌 그나이에 그런생각을하니?(그러니까, 이것보단 조금더 고급스러워야한다) 같은 비판도 수반할 수 있죠.


왜? 에 해당하는 질문은, 작품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느냐가 되겠습니다.

물론 어떤 작품은 이런것을 중요시하지만, 이것이 결여되었다고 해서 예술이 아닌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학원가기 싫은 날'은 결국 그 시가 "학원가기 싫다"그 이상의 메세지를 가지고있지 않지만,

'어떻게' 표현했냐는 점에서, 가치를 가집니다.

물론 작품만 떼놓고 보면 수용선없이 B급문화를 받아드린 사춘기소년의 중2병적인 느낌이 있지만

중2병이라고 해도 열살짜리 아이에게는 5년은 빠른셈인데, 이 아이의 재능이 엿보이지 않나요?




맺으며.

저격하고자 한 글은 아니지만 댓글에 달기에 다소 긴내용이라 따로 글을 씁니다.

퇴고하지 못한 글이라 어설픈점은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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