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가수다' 얘기입니다. 네. 안쓴다고 했는데, 지겹네요.

 

이 논란들을 보면서 흥미를 가지는 것은, 방송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향한 일련의 시각들입니다. 굳이 아래 hubris님의 글이 아니더라도, 어떤분들은 방송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목숨을 거는 검투사의 사투를 보고 피에 열광하는 로마시민이나, 혹은 전후사정이 어떻건 결과에 승복하라고 강요하는 냉혈한, 혹은 어떠한 예외성이나 의외성도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동안 여러가지 이유들을 얘기해왔습니다만, 결론은 단순합니다. 방송을 못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몇몇 분들께선 작금의 사태가 기라성같은 가수들을 섭외한 이상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하셨지만 전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세상의 모든 녹화방송들에 '무리한 기획'이란 없습니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사전협의, 현장통제, 편집...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한 도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방송을 얼마나 잘 만드냐, 못만느냐입니다. 이 원칙은 대부분의 창작물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물론 그런것들이 마법의 도구는 아닙니다. 그렇기에 제작진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겠죠.

 

비난의 강도는 정확히 기대의 크기와 비례합니다. '나는 가수다'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방송이 어떤 방향으로도 그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했기에, 사람들은 분노하고, 비난을 퍼붓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은 피튀기는 경쟁에 열광하는 로마시민이 아닙니다. 혹은 결과에만 승복하라고 강요하는 냉혈한도 아니고, 어떤 예외성과 의외성도 수용하지 못하는 고집불통들도 아니죠. 이는 거꾸로 생각해보면 단순한 문제입니다. 어떤분 말씀처럼 대부분의 서바이벌에는 패자부활전이 있고 그것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원칙이요? 시청률에 휘둘리는 대한민국 방송에서 원칙이요? 아울러 의외의 방송상황에 대한 제작진의 융통성있는 대응은 또다른 재미를 만들죠.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1박2일같은 방송에서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협상'은 1박2일의 식사 및 취침타임의 중요한 요소아닙니까.

 

사람들이 룰과 원칙을 이야기한 이유가 뭘까요? 왜 사람들은 재도전을 비난하는걸까요? 제작진이 우리 방송은 그런방송이야!라고 착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룰과 원칙을 사랑해서도 아니고, 재도전을 혐오해서도 아닙니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우리 방송은 이런 방송이야!"라고 지난 몇주간에 걸쳐 시청자들에게 주입해준 결과죠. 방송이 그렇게 만들어졌기에,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방송에 특정 기대치를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제작진이 할일은 이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 일이죠. 설혹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더라도, '돌발상황'을 이용하여 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줄수도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그들에겐 현장통제와 편집, 카메라 뒤 협의라는 강력한 도구가 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하지 못했습니다.

 

다시한번, 결론은 단순합니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방송을 못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통제불능, 재도전, 어설픔, 융통성이 아닌 고식지계...머리가 나쁜건지 눈치가 없는건지, 출연진과 제작진들은 담합하여 시청자들이 기대한 방송을 망쳐줬습니다. 지난 몇주간의 방송을 경험하고, 다음 방송들의 예고편을 보며 기대한 시청자의 기대가 무너진거죠. 시청자들이 진짜 원하는게 뭘까요? 재미입니다. 어찌되었건 재미있으면 됩니다. 검투경기와 비슷한 점이 있다면 그거 하나겠군요. 재미는 여러가지 종류입니다. 선혈이 낭자한 경기장, 혹은 경쟁으로 박터지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고 경쟁에서 나오는 퀄리티높은 결과물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재미지만, 사실 그건 하나의 소재이고 상황일뿐이죠. 그 소재와 상황을 어떻게 요리하느냐, 심지어 그 소재와 상황으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을 뽑아낼수도 있습니다. 결국 모든건 제작진의 역량에 따라 다릅니다. 검투경기를 빙자하고 있지만 전혀 엉뚱한 방법으로 재미를 창출할 수도 있고, 시청자들을 피에 열광하는 로마시민으로 간주한 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아레나를 제공해줄수도 있습니다. 두가지의 교집합도 있겠고요.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어느것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방송을 망쳤습니다. PD는 교체되었고, 당사자들은 엄청난 비난을 들어야했죠. 앞으로도 이런 현상을 계속될겁니다. 이 얘긴 시청자들이 하라는데로 방송을 만들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소재가 무엇이건 상황이 무엇이건,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기대한 방송을 망치는 멍청한 짓을 용납하지 않을겁니다. 요태까지 그래왔고, 아패로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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